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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교육하자” vs “무슨 소리”

이탈리아 북부동맹당 사투리 교과목 추진에 찬반 논쟁 가열

  • 로마=김경해 통신원 kyunghaekim@tiscali.it

“사투리 교육하자” vs “무슨 소리”

요즘 이탈리아에선 사투리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정체성 강화를 위해 사투리를 교과목에 포함하자는 북부동맹당 움베르토 보시 당수의 주장이 사투리 공방전의 불씨를 댕겼다. 북부동맹당은 베를루스코니 연정의 핵심 정당으로 ‘과격한 지역주의’에 입각한 연방주의제 개혁을 목표로 한다.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북부동맹당의 입김으로 최근 불법이민자 추방법, 집시족 지문 채취, 군 병력 도심 배치를 통한 치안 강화 같은 강경한 정책을 만들어내는데, 심지어 소득이 높은 북부에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빈곤한 남부를 지원하는 데 반대하는 조세연방제까지 추진 중이다.

이렇듯 반(反)남부 성향과 반외국이주민 성향이 짙은 북부동맹당이 지역정체성 구축을 위한 방편으로 사투리를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지역 문화, 역사, 사회, 관습이 그대로 녹아 있는 사투리를 가르치는 것이 지역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최선책이란 생각에서다.

그러나 지역 사투리 능력시험을 통과해야 교사자격증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정책 제안은 논란을 가중시켰다. 북부지역 교사 중 상당수는 남부 출신. 교직을 찾아 북부로 이주한 시칠리아 칼라브리아 출신 교사들이 베네치아 사투리나 롬바르디아 사투리 시험을 보면 낙방할 게 뻔하다. 그래서 이들은 “남부 출신 교사들을 밀어내고 북부 출신 교사를 임용할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도시마다 사투리, 방언만 최소 6000개

‘사투리 지향’ 바람은 일상에서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북부동맹 방송국인 텔레 파다니아가 뉴스를 사투리로 진행하는가 하면, 일간지 ‘라 파다니아’는 베네치아 사투리로 1면 기사 제목을 게재해 ‘우리끼리만 소통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북부동맹 정치인들도 이색 아이디어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코모 시청에서 시 국장이 코모 사투리로 결혼식을 진행하고, 코모 시청 안내전화에 코모 사투리 코멘트가 포함됐다.



이탈리아에 지역주의가 거센 이유는 수세기에 걸쳐 중소 도시국가로 분열돼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북이 균형 있게 발전하지 못한 탓도 있다. 그 결과 강한 지역감정이 나타났는데, 이는 출신 도시 축구팀에 대한 광적인 응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축구 서포터즈 사이에서는 ‘약혼녀는 바꿔도 축구팀과 엄마는 못 바꾼다’는 철칙이 있다. 이뿐 아니라 처음 인사를 나눌 때도 “로마인입니다” 혹은 “베네치아인입니다”라며 출신지를 밝힌다.

이탈리아에는 최소 6000개의 방언이 존재한다. 주(州)마다 사투리가 있는 것은 물론, 같은 주에서도 도시마다 사투리가 있으며, 심지어 인근 도시 안에서도 발음은 물론 억양이 판이하다. 시칠리아 사람과 북부 프리울리 사람이 만나 각자의 사투리로 대화하면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다. 사투리는 이탈리아의 이중언어이기도 한데, 교육 수준이 낮거나 연장자일수록 사용 빈도가 높다. 필자가 사르데냐 장수촌에서 101세 할머니를 인터뷰할 때 할머니가 이탈리아 표준어를 전혀 못해 증손녀가 통역해준 적도 있다.

토스카나 방언을 모체로 하는 이탈리아 표준어가 학교, 병역의무제, TV 등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 보급되긴 했지만, 여전히 사투리를 쓰는 이탈리아인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탈리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표준어만 사용하는 사람은 45.5%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 데 비해 사투리를 쓴다는 사람은 16%, 표준어와 사투리를 섞어 쓰는 사람은 32.5%에 달했다. 북부동맹당 지지세력이 많은 베네토 지방은 이탈리아반도 안에서도 사투리 사용률이 40%로 가장 높다.

특정 사투리로만 말하는 마피아

이탈리아 문화를 알면 알수록 영화, 문학, 드라마, 음악 등에 광범위하게 침투한 사투리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고모라’는 주연배우들이 나폴리 사투리로 연기했는데, 실제 마피아 조직원들은 비밀 유지와 소속감을 위해 특정 사투리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마피아 도청(盜聽) 수사나 재판에 그 지역 출신 사투리 통역관이 동원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추리소설 ‘몬탈바노’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안드레아 카밀레리는 시칠리아 사투리를 섞어 쓰는 새로운 언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TV 드라마에서는 로마 사투리가 대세다. 로마 사투리는 정감과 유머감을 주는 데 비해, 북부 사투리는 차갑고 비호감적이란 고정관념 때문이다. 또한 나폴리 칸초네나 연극도 나폴리 사투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진수를 맛보기 어렵다.

사투리 교육논쟁에 대해 언어학자들은 “사투리는 언어로 체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과목으로 채택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학부모들 또한 자녀들이 이탈리아어를 더 열심히 배워야 하고, 사투리를 가르치는 것보다는 외국어 교육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우르비노 대학 이탈리아 방언학과 산치오 발두치 교수는 ‘라 레푸블리카’지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가르치느냐 여부를 떠나 사투리는 앞으로 사용과 보급이 점점 사라질 운명이며, 통계적으로 사투리 구사자도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베네토 출신 소설가 마시모 카를로토는 주간지 ‘일 베네르디’ 인터뷰에서 “북부동맹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북부 사투리는 가상적인 언어”라고 주장하며 “같은 마을에서도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가 쓰는 사투리가 다른데 어떻게 공식 사투리를 지정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 뒤, 정체성 확립이란 목적으로 억지로 사투리를 체계화한다면 사투리의 본질인 다양성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식 사투리 몇 개를 체계화하다 나머지 다양한 사투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탈리아는 2011년 통일 150주년을 맞는다. 6000여 개의 사투리라는 방대한 언어자원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면서 이탈리아어의 위상을 높일 방법은 없을까.



주간동아 2009.11.24 712호 (p80~81)

로마=김경해 통신원 kyunghaekim@tiscali.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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