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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콘텐츠 왕국 日本 11

라면의 추억 … 키티의 변신 …앗, 내 이야기잖아!

스토리가 스며든 공간에서 또 다른 이야기 창출

  • 김희경 한국외대 문화콘텐츠 전공 강사·‘이야기를 파는 나라, 일본’ 공동저자 nigajota5@hanmail.net

라면의 추억 … 키티의 변신 …앗, 내 이야기잖아!

  • 일상과 향수는 이야기(story)의 말하기(telling)로 실현된다. ‘스토리텔링’은 ‘story+tell+ing’가 합쳐진 용어다. 여기서 현재진행형 ‘ing’에 주목해보자.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던 이야기, 또는 미래를 그린 영화 속 이야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이야기가 ‘telling’을 통해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일본은 놀이동산, 식당, 관광지 및 제품에 이르기까지 ‘스토리텔링’이 스며들어 있다. 강력한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가보자.
‘도쿄 디즈니시’ 바다에서 펼쳐지는 신화와 전설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 구피, 신데렐라, 인어공주 등 수많은 캐릭터와 함께 울고 웃던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특히 월트디즈니 캐릭터들은 지금까지도 활발한 ‘연기’를 보여주며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출시된다. ‘남의 것’을 현지화 전략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강점인 일본에도 ‘디즈니 표’가 있다.

그런데 전 세계 디즈니 테마파크 중 일본에만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디즈니시(Disney Sea)’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다를 배경하고 한 ‘디즈니시’는 실제 도쿄만에 자리했다. 장소적 특징과 콘셉트를 조화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디즈니시’의 테마는 ‘바다에 얽힌 신화와 전설’이다. 테마파크의 하위 테마는 그것의 공간 구성인 조닝(zoning·도시계획의 지대 설정)으로 입체화하는데, ‘디즈니시’는 메인 테마를 뒷받침하는 7개의 서브 테마로 구성돼 있다.

메디테러니언 하버(Mediterranean Harbor·지중해 항구), 아메리칸 워터프런트(American Waterfront·미국 부두), 포트 디스커버리(Port Discovery·디스커버리 항구), 로스트리버 델타(LostRiver Delta·로스트리버 삼각주), 머메이드 라군(Mermaid Lagoon·인어 석호), 아라비안 코스트(Arabian Coast·아라비아 연안), 미스테리어스 아일랜드(Mysterious Island·신비의 섬)가 그것이다. 7개 테마는 서로 아무런 관계 없이 독립성을 띤다.

‘머메이드 라군’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인어공주’의 평면적 장면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해파리 놀이기구를 타면서 해파리처럼 움직이고, 바닥분수를 통해 물속에서 노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전체적인 조명이나 색채도 바다처럼 어둡고 푸른색을 띤다. ‘아라비안 코스트’에서는 특수영상을 통해 ‘알라딘’의 지니가 날리는 보석을 잡아보고, ‘포트 디스커버리’에서는 4D 영상을 통해 폭풍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다.



‘미스테리어스 아일랜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가 결박됐던 바위산과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의 스토리를 결합한 테마포트. 프로메테우스 신화와 ‘해저 2만리’는 1954년 디즈니가 영화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디즈니시’에서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프로메테우스 화산의 깊은 곳에 ‘해저 2만리’의 주인공인 천재 과학자 네모 선장의 기지가 있다고 설정했다.

기괴한 건축물과 탑승물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얻는다. ‘디즈니시’는 탑승물보다 주제를 중심으로 한 환경 연출에 중점을 뒀다. 7개의 테마 포트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거, 미래, 환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음식이나 관련 상품도 테마포트의 특성에 맞게 구성했으며 쇼나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디즈니 캐릭터들은 애니메이션에서 막 나온 것처럼 연기가 자연스럽다.

‘디즈니시’는 원형 스토리를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눠 환상의 이계(異界)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누구나 행복하고 안전하고 깨끗하며 어떤 짓을 해도 방해받지 않는다. 어른이 아이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자나 머리띠를 쓴 채 캐릭터와 뛰고 놀아도 눈총을 받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일상이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와 테마가 주는 힘이자 비일상성의 맛이 바로 이계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라면의 추억 … 키티의 변신 …앗, 내 이야기잖아!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 맛, 회상, 향수를 재현

‘라면’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일본 신요코하마에 자리한 라면박물관은 이와오카 요지 관장의 어릴 적 기억을 배경으로 1994년에 설립된 음식박물관이다. 그의 어릴 때 기억은 ‘어른이든 아이든 지친 하루 일과를 마친 후 편안하고 아늑하며 정겨운 우리 동네로 들어선다’로 시작된다. 시간적 배경은 1958년 해질 무렵, 공간적 배경은 서민 동네다.

이렇게 개인적인 옛 추억을 주제로 하는 것을 ‘퍼스널 노스탤지어’(personal nostalgia·이하 퍼노스)라고 한다. 라면박물관에서의 퍼노스는 맛, 회상, 향수 세 가지를 자극한다. 퍼노스는 지하 1층의 유(遊), 지하 2층의 면(麵), 1층의 지(知)로 구성됐다. ‘유’는 1958년 당시의 변두리 구멍가게, 노점, 점집, 대중목욕탕을 ‘에이징(aging)’ 기법으로 재현한다. 동화 구연, 만담 공연, 그리고 당시의 일본 대중음악은 향수를 자극하고 노을 진 인공하늘은 시간을 멈추게 한다.

‘면’은 일본 각지의 라면을 각 가게에서 직접 맛볼 수 있게 하고, ‘지’는 라면의 역사 및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관련 상품을 전시·판매한다. 라면박물관은 시각(과거를 재현한 공간과 소품), 청각(옛 대중가요와 만담, 동화 구연), 미각(각지의 라면 맛), 후각(라면 냄새)을 동시에 자극하는 공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관람객은 맛을 통해 놀이와 향수를 즐긴다.

서로 다른 라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의 즐거움, 허기진 배를 채우는 포만의 즐거움, 식후 옛날 동네를 거닐면서 추억에 잠기는 즐거움, 떠돌이 만담꾼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 라면 정보를 얻고 상품을 구입하는 지식과 쇼핑의 즐거움이 한곳에서 이뤄진다. 어른에게는 추억이지만 어린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한 개인의 경험을 살린 라면박물관은 여러 사람에게 경험과 향수를 선사한다.

‘하얀 연인’(白い戀人·시로이 고이비토) 과자 속에서 달콤한 연인의 향기를

라면의 추억 … 키티의 변신 …앗, 내 이야기잖아!
삿포로를 포함해 홋카이도 지역은 눈이 많은 곳이다. 홋카이도에서 눈처럼 많이 볼 수 있는 상품이 있다. ‘하얀 연인’이라는 과자가 그것이다. 남색 바탕에 눈송이가 박힌 포장지를 벗기면 하얀 크림이 속에 든 쿠키가 있다. 눈처럼 부드럽고, 솜사탕처럼 달콤하다. 아버지에 이어 이시아 제과회사를 운영하던 이시미즈 이사오는 좀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싶었다.

홋카이도의 자연적 특징인 청정함, 감성적 특징인 세련됨, 감각적 특징인 감미로움을 결합하는 상품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976년 시제품이 완성됐지만 이런 특성을 잘 나타내는 과자의 이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날 이사오의 아버지가 눈 내리는 것을 보고 아들에게 “우리의 하얀 연인이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했어”라고 말하는 순간 이사오는 새 과자의 이름을 ‘하얀 연인’으로 정했다.

‘하얀 연인’은 홋카이도 지역의 깨끗한 우유와 버터, 달콤한 설탕, 그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이 어우러진 연인 같은 과자다. ‘하얀 연인’은 이후 인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 등장할 만큼 대표적인 홋카이도 상품이 됐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비싼 가격에도 꼭 먹어봐야 할 과자로 인식됐다. 이시아 제과회사는 ‘하얀 연인’의 성공을 과자 판매에서만 누리지 않았다.

과자 공장을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로 꾸며 하얀 연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파크 안으로 들어서면 동화처럼 따뜻한 소품들과 달콤한 냄새가 관람객을 환영한다. 과자가 만들어지는 컨베이어 벨트 벽면에서는 즐거운 표정의 캐릭터가 두둥실 떠오르며 미소 짓는다. 카페엔 ‘슈거 크래프트(sugar craft)’가 앙증맞게 전시돼 있고, 초콜릿 케이크는 ‘이걸 망가뜨려도 될까’ 싶을 정도로 예쁘다.

작고 귀여운 하얀 암고양이 ‘키티’ 얼굴도, 자세도, 가족도 진화한다!

라면의 추억 … 키티의 변신 …앗, 내 이야기잖아!
1974년 태어난 산리오사(社)의 ‘키티’는 세대와 지역을 초월해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키티는 왜 이렇게 사랑을 받을까? 필자는 키티의 성공요인을 4개의 키워드로 분류했다.

‘스토리’ ‘일본인들의 애호동물인 고양이’ ‘진화’ ‘감성’이 그것이다. 우선 키티의 스토리를 살펴보자. 1974년 영국 런던 교외지역에서 태어난 사과 3개 정도의 무게, 사과 5개 정도의 키에 작고 귀여운 하얀 암고양이다.

명랑하고 인정 많은 어린 소녀를 상징한다. 특기는 쿠키 만들기이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가 해준 애플파이다. 쌍둥이 자매 미미가 있고 친구가 많다. 이처럼 키티의 태생, 성격, 취미, 가족사항, 좋아하는 음식 등 전반적인 상황은 모두 스토리로 만들어졌다. 두 번째 성공요인은 일본인들의 애호동물인 고양이를 캐릭터화했다는 점. 일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앞발을 든 고양이 ‘마네키네코’는 흔히 복을 부른다고 해 일본인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세 번째 성공요인은 ‘키티를 진화시켰다’는 것이다. 수직적 진화뿐 아니라 수평적 진화까지 시도했다. 수직적 진화로는 1974년부터 2000년대까지 외형과 가족관계의 변화를 서서히 진행한 것이다. 외형을 보면 처음엔 외곽선이 있는 얼굴이었는데 점점 없어졌고, 동그랗던 얼굴이 상당히 입체화했다. 가족관계에선 엄마, 아빠, 쌍둥이 동생이 생겼다. 수평적 진화에는 컬러의 변화, 의상의 변화, 자세의 변화가 있었다.

앉아 있는 자세였다가 서 있게 되고, 날아가는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1990년대 들어 매출이 줄자 산리오사는 10대 소녀와 20대 여성이 좋아하는 핑크색을 전면 도입, ‘핑크 혁명’을 일으켰다. 의상에서도 간호사 키티, 전통복장 키티, 웨딩 키티, 호피무늬 키티, 요정 키티 등 다양한 변화를 줬다.

네 번째 성공요인은 감성에 기댄 점. 입이 없는 키티는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런 설정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사람들이 기분이 좋을 때 키티를 보면 키티도 좋아 보이고, 슬플 때 보면 키티도 슬퍼 보이게 한다. 네 가지 키워드는 키티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부여한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키티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를 다시 한 번 매혹한다.



주간동아 2009.09.15 703호 (p42~44)

김희경 한국외대 문화콘텐츠 전공 강사·‘이야기를 파는 나라, 일본’ 공동저자 nigajota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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