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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강하고 저력 있는 한국, 자부심 가질 만해요”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부강하고 저력 있는 한국, 자부심 가질 만해요”

“부강하고 저력 있는 한국, 자부심 가질 만해요”
요즘 탈북자 중 가장 바쁜 사람을 꼽으라면 평양민속예술단 김영옥(38·사진 가운데) 부단장이 아닌가 싶다. 황장엽, 전철우 씨 등 유명인들이 적지 않지만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하루 두세 곳 강연과 공연을 하는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하는 탈북자는 그가 유일할 듯하다.

방송사 오락프로그램 등 각종 매체에 출연하고 미국 ‘뉴욕타임스’지에 소개될 정도로 ‘성공한 탈북 안보강사’가 된 김 부단장.

최근 2주 사이에 그가 마이크를 잡은 무대만 해도 유치원부터 지역축제까지 10곳이 넘는다니 인기를 실감할 만하다. 북한에서 예술 공연에 종사한 탈북자들이 만든 평양민속예술단 부단장부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한국자유총연맹 통일안보 강사, 방송인, 대학생 등 맹활약만큼 명함도 여러 개다. 그의 인기 비결은 뭘까.

“제가 사는 아파트단지 음식물분리수거장에서 절반만 먹고 버린 참외나 ‘빨간 살’이 있는 수박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한쪽(북한)에선 굶어죽는데…. 이처럼 제가 한국에서 느낀 그대로 강의하면 청중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거 같아요. 그리고 강의가 재미있으면 입소문이 나는 것 같아요.”

북한 실상을 강의하다가도 분위기가 지루해지면 ‘휘파람’이나 ‘반갑습니다’처럼 많이 알려진 노래를 한 곡 뽑거나, 한국 노래를 북한 창법으로 바꿔 부르면 강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업’된다고. 여기에 무용이 곁들여지면 흥미백배란다. 남한에서의 성공을 예상했던지 그의 탈북은 어머니(현재 80세)의 권유로 이뤄졌다.



6세 때부터 성악을 배웠고 고교 졸업 후 함경북도 예술단에서 활동한 막내딸이 한국에서 맘껏 공연을 펼쳤으면 하는 마음에 어머니는 탈북을 권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해방 전 서울여상을 졸업한 재원이지만 아버지의 숙청으로 일가가 함경북도로 쫓겨나 어렵게 생활했다고.

“북한에서의 공연은 체제 선전선동의 틀에 묶여 있어요. 주체발성법(성악)과 민요도 그렇고, 무용도 진취적이고 스피드 있는 공연만 해요.”

2001년 3월 탈북해 중국으로 갔고, 라오스와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거쳐 힘들게 한국 땅을 밟았다.

“북한에서는 당이 알아서 할 일을 줘요. 고교 졸업 후 예술단에 들어간 것도 당이 배치한 거죠. 처음 한국에 오니 자유가 너무 많아 뭘 해야 할지 몰라 힘들었어요.”

‘하이마트’ ‘스킨로션’처럼 일상 대화에서 영어를 많이 쓰는 환경도 낯설었다고. 대학 동기생(세종대 신문방송학)에게 한국말부터 다시 배웠을 정도다.

안보강사로 무대에 서는 횟수가 늘면서 슬슬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엔 ‘왜 북한 사정을 알아야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꾸준히 강연을 하다 보니 다시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자부심을 가질 만해요. 제가 볼 때는 국민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대한민국은 부강하고 저력이 있거든요. 북한도 남한처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어머니와 4남3녀 대가족 사회에서 살다 혼자 한국에서 산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터.

“외로움 때문에 힘들고 괴로울 때가 많아요. 북한에 있는 가족이 보고 싶지만 지금은 어렵죠. 하지만 꿈이 있으니 괜찮아요.” 미혼인 그는 남북 문화교류 재단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남북 문화교류의 가교 노릇을 하는 게 꿈이다.



주간동아 2009.09.15 703호 (p96~97)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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