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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왕상한의 ‘왕성한 책읽기’

아이들 눈높이 맞춰 동거동락하라

‘세상의 모든 아들이 꿈꾸는 최고의 아빠’

  •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아이들 눈높이 맞춰 동거동락하라

아이들 눈높이 맞춰 동거동락하라

스콧 앤더슨 지음/ 문세원 옮김/ 눈과마음 펴냄/ 349쪽/ 1만1000원

출근할 때 아이에게 뽀뽀를 받으면 어떤 보약을 먹은 것보다 힘이 솟는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설 때 “아빠!” 하고 소리치며 뛰어나오는 아이를 안으면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진다.

아이들이 삶의 이유가 아니라면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할까. 아이를 볼 때마다 소망이 커진다. 아이가 힘들 때 가장 먼저 떠올리고 찾는 사람이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소망. 세상 모두가 등을 돌려도 끝까지 믿고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아이의 인생에 영원히 남고 싶다는 소망.

그래서 자신에게 늘 되묻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내 아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할 ‘좋은 아빠 되기’ 지침서가 나왔다.

네 자녀를 둔 아버지가 10년간 부모 훈련 교실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담았다.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러스한 필체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많은 아빠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아빠가 되는 여행을 떠난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정말로 기나긴 여행이다!) 게다가 어떤 아빠가 될 것인지 비전도 없다. 물론 아빠라면 누구나 자녀들이 잘 자라서 성공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목표는 ‘이번 휴가는 따뜻하고 햇살 좋은 곳으로 가고 싶어’라는 것만큼이나 막연하다.



여행을 떠나가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는지를 정하는 일이다. 아빠가 되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 많은 아빠들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무척 기뻐하며 훌륭한 아빠의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쪽을 향해 무작정 달린다. 하지만 문제는 그곳이 ‘어딘지’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당황한 그들은 출발점으로 돌아오고, 지쳐버린 나머지 그냥 평범한 아빠로 주저앉는다. 비전이 없으면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과 신뢰보다 중요한 건 없다. 아빠와 아이의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사랑한다는 말로 공치사만 일삼는 아빠를 아이들은 신뢰할 수 없다. 신뢰할 수 없는 아빠의 입지는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곧 사라진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아빠, 약속을 지키는 아빠, 그리고 끝까지 믿고 보듬어주는 아빠가 좋은 아빠의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아빠와 아이 사이의 믿음은 아이가 어릴 적부터 꾸준히 심어야 완성된다. 이렇게 믿음이 쌓였을 때 아이는 부모를 믿고 존경하며, 사랑으로 충만함은 물론 세상에 나아가서도 당당히 제 몫을 할 수 있다.아이가 깨기 전 집을 나오고, 아이가 잠든 뒤 파김치가 되어 귀가하는 아빠들은 ‘밥 굶기지 않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부양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아이들과의 소통이다. 이 책이 말하는 훌륭한 아빠는 아이를 위해 돈이 아닌 시간을 투자하고, 학교 성적보다는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다. 단, 시간 투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절대적인 시간 동안 말 그대로 ‘동거동락’해야 한다. 이 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다.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이자 그들의 엄마인 아내를 존중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세상의 어떤 남자도 ‘엄마’가 없이는 ‘아빠’라는 위대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만약 아이들 앞에서 엄마에 대해 험담하거나 또는 그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동안 좋은 아빠가 되고자 쏟아부은 당신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엄마는 그냥 엄마일 뿐이다. 엄마는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큰 영향력을 가진 여성이다.”

부모의 관계가 건강할 때 아이들이 안정을 찾는다. 아내를 사랑해서(적극적인 사랑 표현, 행동이 중요하다) 자녀들에게 사랑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내를 믿음과 신뢰로 변함없이 사랑하고, 아내와 함께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사랑을 표현하고, 사랑 자체를 즐겨야 한다.

좋은 아빠는 완벽한 아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아빠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완성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누구나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 단지 필요한 것은 좋은 아빠가 되려는 의지와 꾸준한 연습, 노력이다. 평생에 걸쳐 최고의 아빠가 되겠다는 목표를 간직하고 아이가 자라나면서 아버지 역시 성장과 변화를 해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세상 모든 아이가 꿈꾸는 최고의 아빠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고민이 있거나 상담이 필요할 때 누구부터 찾을까’라는 질문에 ‘당연히 아빠’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아빠들은 이 책을 꼭 한번 읽고 한 가지라도 실천해볼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아빠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될 자격이 있다.



주간동아 2009.08.04 697호 (p90~91)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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