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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동구매 실효성 있을까

미분양 전국 1위 대구에서 시도 … 할인분양 대행과 유사해 아직은 한계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아파트 공동구매 실효성 있을까

아파트 공동구매 실효성 있을까

지난해 4월 단 한 채도 분양되지 않아 건물 전체가 텅 빈 부산 지역 한 아파트.

아파트도 공동구매(분양)를 통해 싸게 구입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수십 명이 동시에 수십 채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준다면 할인도 감수하고 싶은 건설회사가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미분양으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업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기존 분양자의 반발만 무마할 수 있다면.

실제 지난해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공동구매가 두 차례 시도됐다. 지난해 대구는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에서 가장 많아 몸살을 앓았다. 지난 2월 말 현재도 미분양 아파트가 2만2000여 가구로 여전히 전국 1위. 공동구매 아이디어가 등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공동구매에 나선 곳은 대구부동산경제연구원(원장 김영욱·이하 대구부동산)과 미래전략경제연구소(소장 최선주·이하 미래전략) 두 곳. ‘연구원’ ‘연구소’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상 둘 다 부동산 전문 컨설팅 업체다.

“실수요자와 건설회사 모두에 이익”

먼저 포문을 연 곳은 대구부동산. ‘내 집 마련 대축제’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여 1000가구의 실수요자를 모은 다음 가구당 1000만원씩 100억원의 기금을 마련, 건설회사와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금은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해 공신력 있는 시중은행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택했다. 에스크로 제도는 소비자가 판매자에게 지급할 결제대금을 제3자(금융기관 등)가 예치하고 있다, 거래가 정상적으로 완료된 뒤 지급하는 일종의 거래안전장치다.



대구부동산은 지난해 5월경 대구 중구의 하나은행 동성로지점과 협약을 체결하고 행사에 돌입했다. 취지나 의도는 좋았다. 김영욱 원장은 “건설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려 헐값에 ‘땡처리’할 경우 중간 땡처리 업자나 브로커들의 배만 불린다”며 “공동구매를 통해 실수요자와 건설회사가 직거래를 한다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생각해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결과에 대해 은행 측과 김 원장의 주장이 엇갈린다. 하나은행 동성로지점 사업담당자는 “6~7개월 동안 공동구매 신청자를 받았지만 신청 가구가 10가구 정도에 불과해 결국 지난해 12월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공동구매에 대한 그의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수요도 없는 데다, 준공이 끝난 모든 미분양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건설 업체가 기존 분양자들의 반발을 우려했다. 사실 공동구매는 부동산 업자가 돈을 벌기 위해 낸 아이디어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문제가 쉽지 않다. 실현 가능성은 제로라고 생각한다.”

반면 김 원장은 “쉽지는 않았지만 행사 때 공동구매를 신청한 70여 가구에게 건설 업체와 직거래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를 25%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해줬다”고 반박한다. 또한 같은 방법으로 지금까지 성사시킨 계약이 300가구쯤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공동구매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린 은행 측에 “집을 사려고 돈을 맡기는 사람들에게 너무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해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돈을 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참여의향서만 받아 공동구매를 진행했기 때문에 은행 측은 사정을 잘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최근 공동구매로 아파트를 구입한 성공사례를 소개해달라고 요청하자 거절했다. “공동구매로 아파트를 구입한 입주자들이 쉬쉬하고 있다. 사실이 알려지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기존 입주자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익명 처리를 약속했으나 김 원장의 답변은 같았다.

그렇다면 음성적으로 할인분양을 대행하는 업체를 통한 거래와 공동구매는 뭐가 다를까. 김 원장은 “공동구매를 한 입주자들은 집값을 할인받으면서도 중개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할인분양 대행 업체도 입주자에게서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입주자가 아니라 건설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액수엔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김 원장도 건설 업체로부터 일정한 수수료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최초 ‘공동구매’ 그 후

분양자들 손해 보고 입주할 판 “그래도 공동구매 후회는 없다”


대구부동산 김영욱 원장은 2006년 9월 대구 수성구 미분양 아파트 60가구 공동구매를 성사시킨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공동분양’이다. Y건설에서 짓는 이 아파트는 5월 말 준공될 예정이다. 이 거래는 분양받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일정 금액을 할인받은 첫 사례로 꼽힌다.

당시 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총 119가구인 이 아파트의 최초 분양률이 0%였기 때문. 반발할 기존 분양자가 없었던 것. 더구나 시행사와 시공사가 같아 분양가를 할인한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게 없었다.

결국 Y건설은 대구부동산의 전신인 부동산 서브와 협약을 체결하고 7~10% 할인을 조건으로 공동분양을 했고, 이에 60가구가 계약했다. 60가구는 총 분양가구의 50%가 넘기에 Y건설은 비로소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다. Y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이후 2년 반 동안 분양된 가구는 30여 가구로 현재 분양률은 80% 정도.

당시 공동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공동분양을 통해 분양가를 할인받은 덕분에 승용차 한 대는 남겼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이후 대구 지역 아파트 가격이 너무 떨어져 이제는 손해를 보고 입주해야 할 판이다. 이미 준공된 인근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20~30%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하고 있다. 일부 분양자들은 분양권을 포기하고 더 큰 폭으로 할인해주는 아파트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공동분양을 후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한 분양자는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져 손해를 보게 됐지, 공동구매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동구매를 잘만 활용하면 죽어 있는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땡처리’ 피해 막는 대안으로 부상

지난해 10월부터 미래전략이 추진한 공동구매도 대구부동산과 거의 같은 방법이었다. 미래전략은 KB국민은행 대구 전 지점과 협약을 맺고 공동구매 신청자를 받았다. 하지만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미래전략 최선주 소장은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다각도로 대상지를 물색했지만 공동구매에 응하겠다는 업체를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대구에서 공동구매로 아파트 거래가 이뤄진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안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최 소장은 할인분양 대행도 병행하고 있다. 올 들어 최 소장이 성사시킨 할인분양 건수는 170여 건으로 할인율은 25~30%라고 한다. “최소한 50~60건이 돼야 의미가 있는 공동구매와 달리 맨투맨 식으로 이뤄지는 할인분양 대행은 계약건마다 조건이 달라서 땡처리식 할인분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최 소장의 고백이다. 그는 이런 맨투맨식 할인분양보다는 공동구매가 건설 업체나 입주자 모두에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새로운 공동구매를 추진 중이다.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이 보유한 대구 지역 미분양 물건을 공동구매 대상으로 삼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것. KB부동산신탁 측은 “대구는 부동산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땡처리도 잘 안 되는 것으로 안다. 또한 땡처리는 손실이 너무 커서 공동구매 등 다른 여러 방법으로 일부 할인분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파트 공동구매는 분명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 거래방식이다. 땡처리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가능성이 있다. 땡처리의 가장 큰 부작용은 일부 악의적인 땡처리 업자나 사채업자들이 아파트를 절반 정도의 헐값에 산 뒤,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아파트 값의 70~75%에 이르는 금액을 대출받은 후 고의로 부도를 내면서 부동산 시장 전체가 부실해지는 것이다. 기존 입주자들의 반발과 아파트 가격 하락 우려에 따른 거부감 등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하고 공동구매가 부동산 시장에서 본격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9.04.14 681호 (p48~49)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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