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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넌 로또? 난 경매! 04

낙찰보다 더 어려운 ‘사람’ 내보내기

경매의 최대 난제 ‘명도’ … 권리분석 후 ‘점유 이전’에 올인을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낙찰보다 더 어려운 ‘사람’ 내보내기

낙찰보다 더 어려운 ‘사람’ 내보내기

건물 명도를 위해 강제집행을 신청해도 한 번 만에 진행되기는 어렵다. 주택 소유자가 집행관의 강제집행을 바라보고 있다.

칼 들고 버티는 여중생

A씨는 요즘 길을 지나는 여중생만 봐도 가슴이 덜컥한다. 두 달 전 낙찰받은 주택이 화근이었다. 친구의 권유로 경매에 참여한 A씨는 작은 다세대주택을 시가보다 20% 싸게 낙찰받았다. 그때만 해도 A씨는 경매에 성공했다며 자축했다. 건물 명도를 위해 세입자들과 접촉하자 4세대 세입자 가운데 3세대는 순순히 집을 비우겠다고 했다.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나머지 1세대가 절대 나갈 수 없다며 버티면서부터.

할머니와 함께 사는 여중생 B양은 이사비와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겠다는 A씨의 제안을 “10년 넘게 산 이 집을 떠나면 갈 곳이 없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하는 수 없이 법원의 인도명령을 받아 집행관과 함께 들이닥치자 B양은 속옷만 입은 채 칼을 들고 부엌에 누워 있었다. 자신을 찌르라며 뒹구는 B양을 보고 A씨는 기겁했다.

“어린 여학생이 ‘당신, 나 죽고 잘 사는지 하늘에서 지켜보겠다’고 하니 등에서 식은땀이 흐릅디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집을 경매로 사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더군요.”

그 뒤로 몇 번이나 강제집행을 하려 했지만 B양은 학교도 가지 않고 집을 지켰다.



“이러다가 사람 잡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B양네가 집을 비워주지 않아 손해가 크지만, 사람 목숨이 중요하니 어쩌겠어요? 경매라면 이제 치가 떨려요.”

“집행완료? 그게 말처럼 쉽나…”

3월30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자그마한 단층주택 앞은 법원에서 나온 직원들과 구경 나온 동네 주민들로 북적였다. 15만원짜리 월세방에서 폐지를 주워다 파는 D씨가 월세를 내지 않은 지 1년 반이 지났다. 참다못한 집주인 C씨가 법원에 집행을 신청, 집행관들이 강제집행을 나온 것. D씨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C씨와 그의 조카는 이날 새벽 5시부터 진을 쳤다. 거주자 없이는 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C씨는 “집행관이 왜 이렇게 늦느냐”며 연신 시계를 들여다봤다. 예상 시각을 15분 넘겨 오전 11시15분에 집행관이 나타나자 현장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집행관은 D씨가 사는 집으로 곧장 들어가 다그치기 시작했다.

“월세도 내지 않으면서 왜 무단으로 집을 점유하고 나가지를 않습니까?”

“안 나가려는 게 아니에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4월5일까지는 반드시 집을 비우겠다는 D씨의 다짐을 받고서야 실랑이는 끝이 났다. 그래도 C씨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야지. 작년에도 똑같은 말을 하면서 나가지 않았잖아. 집행관님, 그냥 집행해주세요.”

집행관이 이번엔 C씨를 달랬다.

“지금 이 짐들을 꺼내 컨테이너에 넣는다고 해도 몇만원의 비용이 들고, 어차피 4월5일이면 일주일도 안 남았잖아요. 그때는 확실히 해드릴 테니 조금만 더 시간을 줍시다.”

결국 강제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상황은 10여 분 만에 종료됐다.』

입찰서 쓸 때 명도 비용 반드시 고려를

경매에 참여해 입찰에 성공한 당신, 낙찰받은 것으로 경매가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정한 경매는 그 다음부터다. 낙찰받게 되면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의 점유를 넘겨받는 명도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한마디로, 낙찰받은 다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을 내보내야 하는 것이다. 명도를 깔끔하게 마무리해 실제 내 손에 경매물건이 들어와야 비로소 경매는 종료된다.

명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애써 낙찰받아 놓고도 물건을 넘겨받지 못한 채 속만 앓게 된다. 싸게 낙찰받았지만 명도 비용이 추가되면서 결과적으로 시가보다 비싸게 산 꼴이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입찰에 앞서 명도 비용을 반드시 고려해 입찰표를 쓰라고 조언한다. 영선법률사무소 황지현 실장(‘나는 경매로 반값에 집 산다’ 저자)은 “낙찰받은 뒤 일정 비용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세금 같은 거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명도 비용은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수자(낙찰자)는 낙찰과 동시에 명도를 위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낙찰을 받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당사자 간 협의가 잘된다 해도 2~3개월은 소요되기 때문. 소송에 강제집행까지 이어지면 기간은 더 길어진다. 경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매 10건 중 7~8건은 매수자와 점유자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명도가 이뤄진다고 한다. 강제집행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10건 중 1건꼴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황 실장은 “말이 합의지, 거의 집행 직전 단계까지 가고 나서야 합의가 이뤄진다”고 귀띔한다. 경매 전문가인 황 실장조차 “3000건 가까운 경매를 해봤지만 집이 제대로 나간 경우는 딱 2건뿐”이라고 털어놨다. 순탄하게 합의해 집을 비워주는 경우가 그만큼 드물다는 것.

경매 전문가들은 명도의 왕도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만 잘 준비해도 명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상자기사 참조). 매수자가 처음 점유자와 마주할 때는 상대방이 마음 상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점유자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될 때는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대화를 하는 한편으로 신속하게 법적 절차를 취해야 한다. 경매 전문가 강희만 씨(‘명도기술 비밀과외’ 저자)는 “부동산을 빨리 받아내려면 매수자가 낙찰과 동시에 법원에 인도명령과 점유이전금지가처분(해당 부동산의 점유이전을 금하는 처분)을 신청해야 한다. 이걸 가지고 점유자와 협의하면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고 조언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매수자는 법원에 인도명령을 청구한다. 매수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도명령 대상이 된다. 법무사를 통해 인도명령서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10만~20만원 선. 매수자들은 이 비용이 아까워 “점유자와 합의가 잘됐다”며 인도명령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매각대금 완납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법원에서 인도명령을 받아주지 않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을 함께 받아두면 낙찰받은 부동산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살고 있어도 그 사람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점유자가 매각대금에서 배당받을 것이 있다면 매수자는 이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명도를 진행할 수 있다. 매수자가 명도확인서와 인감증명서를 주지 않으면 점유자는 배당금을 수령할 수 없기 때문. 낙찰 잔금을 낸 날부터 명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지금까지의 임대료와 강제집행 비용, 각종 공과금을 예상해 배당금을 가압류한다. 시간을 끌수록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이 줄어들므로 가압류 통지가 점유자에게 도달되면 순순히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경매깨나 해봤다는 사람들도 “서부 활극 찍는 것 같다”는 말로 명도의 어려움을 표현한다. 일단 낙찰받으면 매수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이주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점유자를 찾게 된다. 이때 앞에서 예로 든 것처럼 다양한 경우와 맞닥뜨리게 된다. ‘이사 가겠다고 각서 써놓고는 차일피일 미루는 대학생’ ‘애 죽고 나 죽으면 그만이니 영구차 갖다놓고 명도하라는 아줌마’ ‘소주병 깨고 자해하는 주정꾼’ ‘법대로 하자며 큰소리치는 할아버지’ ‘혼자 산다며 연신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

각양각색 사람들 ‘버티기’에 당황

낙찰보다 더 어려운 ‘사람’ 내보내기

인도명령이 내려지고 명도소송에 승소했음에도 점유자가 집을 비우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이 이뤄진다.

각양각색의 사람을 원하는 기간 안에 낙찰받은 집에서 내보내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경매 초보자라면 더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공인중개사나 중개법인을 찾는 사람도 많다. 중개법인에 경매를 위탁하면 물건추천, 권리분석, 경매입찰 대리, 대출 알선, 명도 대행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매 컨설팅회사는 경매 전반에 걸쳐 대행 업무를 할 뿐 명도만을 따로 떼서 대행하지는 않지만, 최근엔 명도만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회사까지 출현했다. 심지어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어 회원을 모은 뒤 명도 대행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카페를 만들어 명도 대행업을 하는 김모(36) 씨는 “명도 대행업은 남들은 잘 모르는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한다. 틈틈이 부동산 및 명도에 관한 판례를 공부하며 법원 사건기록을 통해 사전 정보를 얻는다.

“법원 사건기록을 보면 주민등록번호가 나옵니다. 나이를 파악해 이 사람을 만날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둡니다. 등기부등본으로 결혼 여부와 이혼 상황까지 확인하죠. 처음 만날 때 ‘나는 당신에 대해 이만큼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상대방은 심리적으로 위축됩니다.”

그는 명도 대행을 하면서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문서화한다. 증거 확보를 위한 녹취, 카메라 촬영은 기본이다. 이른바 ‘어깨’들과의 친분도 빼놓을 수 없다. 인기 드라마 ‘사랑과 전쟁’을 비롯해 각종 드라마와 영화도 빼놓지 않고 본다. 그는 “이런 프로그램에 경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명도 대행 업무가 썩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명도 대행 업무라는 게 매수자의 ‘얼굴마담’ 역할이죠. 사람을 좋은 일로 만나야 하는데, 서민들 찾아가서 내쫓는 것이 일이다 보니 속상할 때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낙찰받은 뒤 명도로 골머리 앓지 않으려면 사전에 권리분석을 잘해야 한다. 앞에서 봤듯 인도명령은 매수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점유자에게 적용된다. 대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점유자가 존재하는 경우라면 소송도 각오해야 한다.

선순위 임차인과 유치권 신고자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권리분석을 할 때 이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면 추후 매수자는 이들이 가장 선순위 임차인은 아닌지, 혹은 허위로 유치권을 신고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명도소송을 제기한다. 경매에서 명도소송은 당사자 간 대화나 합의에 의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낙찰받은 부동산을 넘겨받기 위해 점유자를 상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해 강제로 점유를 이전받는 소송이다. 이때도 점유이전금지가처분신청을 함께 내야 한다. 명도소송을 제기할 때 피고로 지정한 점유자가 소송 진행 중에 점유 부동산을 타인에게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도소송의 결과 이들이 불법 점유자로 드러났을 때는 ‘바로 명도하라’는 판결이 나온다. 반면 유치권 신고자나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으로 밝혀지면 상환이행판결이 내려진다. 즉 “채권이 있으면 돈을 받음과 동시에 물건을 명도하라”라는 판결이 내려지는 것. 판결이 나왔음에도 점유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에 들어간다.

변호사들이 관여해 명도소송이 제기될 정도라면 명도는 좀더 철저히 진행된다. 법무법인 ‘장백’의 부동산 전문 조명선 변호사는 “매수자들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하지만, 법률적 측면을 등한시하다 낭패를 보기도 한다. 실제로 변호사들이 명도 업무를 맡으면 매수자가 돈을 보여주고 점유자가 짐을 빼내서 키를 넘겨줌과 동시에 건물을 명도한다”고 말했다.

명도소송을 제기할 경우 관할 법원(대부분 부동산의 소재지 관할 법원)이 어디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최소한 6개월에서 경우에 따라 1년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변호사 비용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 인지대, 송달료 등도 부담해야 한다.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상대방에게 비용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제소전화해’는 이런 부담을 예방하기 위해 취하는 절차다. 매수자와 점유자 간에 미리 ‘제소전화해’를 한다고 합의한 뒤 ‘제소전화해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에서는 기일을 거쳐 ‘제소전화해 결정문’을 보낸다. 매수자는 이를 가지고 곧바로 강제집행을 하게 된다. 명도소송에서 승소한다 해도 실제로 부동산을 명도받기까지는 또 시간과 비용이 든다. 조명선 변호사는 “명도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승소한 뒤 실제로 집행을 받아 명도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빠른 강제집행 위해 ‘급행료’ 지불하기도

합의가 결렬돼 법원의 인도명령이 내려진 것은 물론 명도소송에서 승소했는데도 점유자가 집을 비우지 않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강제집행이 이뤄진다. 강제집행을 하려면 먼저 송달이 돼야 한다. 법원은 인도명령 결정문을 매수자가 제출한 상대방의 주소지로 등기 송달하는데, 점유자가 수령하지 않으면 송달 불능이 된다. 송달증명서가 첨부돼야만 집행이 가능하므로 송달 불능이 되면 집행할 수 없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박정준 집행반장은 “매수자가 집행관 수수료를 지불하고 특별송달을 요청할 경우 우편집배원이 아닌 집행관이 직접 소송서류를 당사자에게 송달한다”고 말했다. 점유자가 도주해 송달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게시판에 공시송달을 하면 된다.

인도명령 결정문이나 명도소송 판결문을 받은 매수자는 해당 법원에 가서 송달증명 및 집행문을 부여받아 집행관실에서 강제집행을 신청한다. 조조에는 1인당 8만4000원, 그 이후엔 7만원을 예납해야 집행이 이뤄진다. 문제는 실제로 집행이 이뤄져 점유자가 나가기까지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 집행신청을 하면 강제집행일과 시간이 통보되지만 앞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단 한 번에 집행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너 번 집행이 미뤄지면 몇 달은 훌쩍 지나간다. 경매를 하느라 빌린 금융비용, 그리고 명도가 제때 이뤄져 세를 줬을 때 벌어들였을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매수자 처지에서 집행연기는 커다란 고통이다. 하루하루 늦어지는 것이 다 돈인 셈. 그러다 보니 빠른 집행을 위해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의 ‘급행료’가 오가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경매를 통해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들 중에도 명도에서 골탕 먹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명도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경매의 시작은 바로 명도의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명도에서 웃는 자야말로 진정으로 경매에서 웃는 자다.

명도 10계명

1. 명도의 왕도는 대화다 문전박대를 당하더라도 가능한 한 점유자와 많이 마주쳐라. 다리는 아플지라도 명도는 편해질 것이다. 발품이 최고다.

2. 명도비 없는 명도는 생각하지 마라 윤활유 없이 기계가 돌아갈 수 없듯, 아예 입찰 전부터 명도비를 예산에 포함시켜라. 물론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소정의 집행비와 시간이 필요한 법. 시간과 돈을 교환하라.

3. 오른손엔 당근(명도비), 왼손엔 채찍(강제집행) 명도 협상차 점유자를 방문하면 오른손만 보여줘라. 그러면 상대방은 낙찰자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왼손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에게 위엄과 권위를 나타낸다. 왼손을 먼저 흔들지 마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만 못하다.

4. 강제집행은 최후의 수단이다 맡겨놓은 돈 찾아가는 것처럼 너무도 당연하게 명도비를 요구하는 사람, 그것도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차라리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이 낫다. 강제집행이 보약이다.

5. 분할통치하라 - 본보기를 이용하라 다가구나 상가 등 여러 가구가 거주하는 경우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있다. 집단의 힘을 이용해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은 다중에서 격리시켜야 한다. 본보기로 강제집행을 신청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온다. 상대의 약한 고리를 집중 공략하라.

6. 집행 사전 예고제를 이용하라 상대가 막무가내라 도저히 어찌할 수 없다면 강제집행을 신청하고 집행관에게 방문을 부탁하라. 집행관이 10일 이내에 자진 퇴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하겠다는 예고문을 붙이면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낙찰자의 말엔 콧방귀도 안 뀌던 사람일지라도 집행관이 협상을 종용하고 조만간 강제집행할 수 있음을 고지하면 꼬리를 내린다.

7. 잔금 납부 전에는 반드시 방문하라 경매는 일반 매매와 달리 사전 방문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낙찰받은 후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대금지급기일 통지서를 받아 방문하면 명도의 난이도를 판단할 수 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성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8. 잔금 납부와 동시에 인도명령을 신청하라 채무자 겸 소유자, 담보 제공자나 미배당 임차인은 잔금 납부와 동시에 인도명령을 신청한다. 잔금 납부 후 발송하는 내용증명에는 소유자가 바뀌었다는 것과 이사를 할 수 있는 일정 기간(잔금 지불 날로부터 30일 이내)을 통보한다. 기한 내에 이사를 가지 않으면 강제집행할 수 있으며 집행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킨다.

9. 명도는 송달이 생명이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듯이’ 송달이 돼야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점유자가 고의로 송달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체국 집배원이나 집행관과 가까우면 덕을 볼 수 있다.

10. 빈집 명도가 더 힘들 수도 있다 짐이 남아 있지 않다면 관리사무소 등의 협조를 얻어 조기에 입주할 수 있다. 세간이 남아 있을 경우 함부로 옮겨서는 안 된다. 소정의 법적 절차를 거쳐 적당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강제집행 시 송달이 불가능하면 결국 야간 특별송달을 거쳐 공시송달까지 가야 한다.

강은현 법무법인 산하 부동산부 실장·‘경매야 놀자’ 저자




주간동아 2009.04.14 681호 (p28~31)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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