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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저세상 소풍 가시는 길 특별하게 보내드려야죠”

‘아름다운 마지막’ 돕는 보람상조 최철홍 회장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저세상 소풍 가시는 길 특별하게 보내드려야죠”

“저세상 소풍 가시는 길 특별하게 보내드려야죠”
“제 마지막 길을 함께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 비디오를 보실 때쯤이면 저는 천국의 계단에 오르고 있겠죠. 제 아이들에게 계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발인 후 장지로 향하는 영구차 안. 고인의 생전 모습과 육성이 버스 안 TV 화면에 가득 떠올랐다. 슬픔과 반가움을 동시에 느낀 탑승객들은 눈물과 미소로 고인이 가는 길을 다시 한 번 축복했다.

이처럼 고인의 생전 영상을 미리 촬영해놓고 장례 절차에 활용하는 것은 ‘보람상조’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 보람상조 최철홍(52) 회장은 “쑥스러운 마음에 아직까지 육성을 남기려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최근 ‘특별한 마지막’을 원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3월31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만난 최 회장은 “그래서 상조회사는 장례 진행뿐 아니라 생전부터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하는 ‘기획사’”라고 강조했다.

사업자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미등록 업체까지 합하면 4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상조업체는 연간 3조~4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가입자 수만도 230만~300만명. 약 65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보람상조는 전체 가입자 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상조업체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대우조선해양건설 같은 대기업과 한국교직원공제회 등의 대형 단체가 상조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공룡’들의 상조업 참여 선언이 본격화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끼진 않는지.



“‘상조’ 간판을 단 400여 개 업체 가운데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곳은 20여 개에 불과하다. 군소업체가 난립한 이 시장에서 대기업의 참여는 오히려 긍정적이다. 건전한 경쟁을 바탕으로 서비스, 운용 노하우가 함께 업그레이드된다면 업계 전체에 대한 시선도 좋아지리라 기대한다.”

보람상조가 지금까지 1위를 지켜올 수 있었던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면.

“1991년 법인 설립 초기부터 장례식 장면을 촬영해 비디오로 남기는 기록 서비스를 제공했다. 고인의 생전 사진, 좋아하는 음악까지 편집해 테이프로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유족들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다. 심지어 촬영 과정에서 대놓고 욕을 해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들 역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비디오를 틀어보면서 ‘찍어놓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서비스가 입소문이 난 것도 사업 확대에 큰 도움이 됐다. 지금은 디지털 추모관 서비스도 하고 있다. 부모의 생전 모습과 육성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언제나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이처럼 부대 서비스는 현대화하면서도 핵심 영역인 장례 절차는 전통 방식에 충실했다. 조선 왕실에서 이용하던 궁중대렴(大殮) 방식을 재현한 서비스는 고객 만족도가 가장 높다. 3년 전 국내 상조업계 최초로 고인 전용 링컨 콘티넨털 리무진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반응이 뜨겁다.”

장례 관련 사업을 벌이게 된 계기는.

“첫 사업 실패 후 방황하다 자살을 시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났는데 생사를 오가는 과정에서 ‘죽을 각오로 덤비면 못할 것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성장 가능성이 크면서도 남들이 모두 기피하던 이 일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영구차 안에서 고인의 생전 모습을 비디오로 틀어주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적이다.

“수해 동안 장례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고인이 제대로 된 유언을 남기는 경우가 1000건 중 1건도 채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만큼 갑작스럽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죽음을 맞는 셈이다. 우리가 상조 서비스 가입 회원에게 생전에 육성 메시지를 남기라고 독려하는 이유는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다.”

“저세상 소풍 가시는 길 특별하게 보내드려야죠”

국내 최초로 리무진 서비스를 시작한 보람상조. 선두 차에 부착된 조화 장식은 이 업체가 특허를 받은 프리미엄 서비스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업계 관련 상담건수가 지난해 1374건으로, 2007년 대비 64% 급증하는 등 ‘그림자’가 작지 않다.

“국내 상조업계 역사가 20년에 불과하다 보니 지금까지 상조회사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자본금 50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영업신고를 하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어 부실기업들이 난립했다. 일부 업체의 횡포로 상조업계 전체가 비난받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일부 국회의원이 상조업체에 대한 관리, 소비자보호 등을 골자로 하는 보안책들을 논의하고 있다(4월1일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상조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조업체들에게는 당장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업계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비스 관련 민원도 많은데.

“생활복지설계사, 행사 스태프를 재교육시키는 연수원이 곧 개원한다. 또한 전문대 이상 졸업생들을 장례 관련 전문인으로 양성하는 ‘보람 아카데미’를 올해 안에 설립할 예정이다. 이론 공부와 인턴십을 겸한 2년 코스를 수료한 사람들을 직원으로 영입하면 장기적으로는 한층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상조업계의 가장 큰 불만과 이슈는.

“정비되지 않은 회계 구조다. 상조업체의 재무재표는 고객의 월 납부금 전체가 부채로 기록되고, 영업사원에게 주어지는 수당 역시 비용으로 인식돼 전체적으로 당기손익이 적자로 표시된다. 회원이 늘어나는데도 회계 장부상으로는 적자인 셈인데, 적자 기업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수당에 대해서는 보험업계처럼 이연자산화(차기 이후 비용에 속하는 몫을 당기비용에서 차감해 자산으로 이월한 것)했으면 좋겠다.”

장례 관리업에 대한 수요와 발전 가능성은.

“핵가족화, 외둥이 확산 등으로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으려는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최근 3년간 매년 50%대의 성장세를 보인 국내 상조업계의 규모는 2015년 5조원, 2030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의 장례 문화를 벤치마킹해 국내에 선별적으로 도입, 발전시킬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참전 경험이 많아 시신 수습 노하우가 축적돼서인지, 일본 미국 독일의 장례 문화는 매우 발달했다. 이들이 장례식 때 고인의 얼굴이나 전신을 공개할 수 있는 이유도 복원 및 방부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사고로 신체 일부가 훼손된 시신을 복구하는 기술 등 장례 선진국에서 배워야 할 노하우가 많다. 따라서 장례 관리업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주간동아 2009.04.14 681호 (p72~73)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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