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1

2009.04.14

내 반쪽 찾기 ‘婚活’을 아십니까?

‘결혼 위한 특별한 활동’ 일본에서 상륙 … 불황에 좋은 배우자 얻기 경쟁 가열

  • 윤영준 자유기고가

    입력2009-04-10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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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반쪽 찾기 ‘婚活’을 아십니까?
    『 #올해 34세의 이소영(가명) 씨는 전형적인 골드미스다.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팀장으로 일하는 그녀는 지금까지 결혼을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할 생각도, 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랬던 그녀가 최근 확 바뀌었다. 주변에 먼저 소개를 부탁하는 것은 물론, 단칼에 사양하던 맞선 자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결혼정보회사에도 회원 가입했다. 커플매니저의 소개로 ‘연애학 강좌’를 듣고 30대 전문직의 만남을 위한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커뮤니티와 결혼정보회사의 멤버십 사이트에서 수시로 들어오는 프러포즈 메시지를 챙기는 것도 그녀의 일상이 되었다. 이유는 하나다. 결혼하기가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

    #평소 수줍음을 많이 타 여성과의 대면을 꺼리는 남상훈(가명·35) 씨. 결혼정보회사에 회원 가입도 하고 들어오는 소개팅과 맞선 모두 나가지만 번번이 말 한마디 못해 ‘전투’에 실패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스피치 학원. 마음에 드는 이성을 향해 현란한 화술을 ‘연발’하진 않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바는 정확히 표현하고 싶었다. 남씨는 “2개월간의 교육 끝에 상대의 마음을 어느 정도 끄집어낼 수 있는 화술을 갖췄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취직 준비하듯 미리 노력하는 시대

    결혼을 위한 이씨와 남씨의 변화된 일상을 표현한 단어가 ‘결혼활동’, 즉 혼활(婚活·곤카쓰)이다.

    일본의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와 저출산문제 연구가인 시라카와 도코(白河桃子)가 지난해 발간한 책 ‘결혼활동시대(婚活時代)’에서 설명하는 혼활은 결혼활동의 줄임말로, 과거처럼 때가 되면 결혼을 하는 시대는 갔으니 이제 취직을 준비하듯 좀더 좋은 결혼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결혼도 ‘특별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특히 만혼(晩婚)과 ‘싱글라이프’가 일상화돼 결혼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할 것으로 저자는 전망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발행된 시사용어집에 신조어로 소개되기도 한 혼활 열풍은 일본의 결혼 문화를 바꾸었다. 혼활을 지도하기 위한 전문강사라는 직업이 생겼고, 혼활 전문 바(bar)가 성행하는가 하면, 결혼정보회사에 좀더 좋은 조건(예를 들면 전문직을 만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으로 회원 가입하기 위한 스터디 모임까지 이뤄지고 있다.

    20대 초반은 물론, 30대 골드미스까지 전 연령층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보편화되는 혼활 열풍은 지난해 일본의 성혼 건수를 최근 수년간 최고치로 올려놓으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한국의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 연초부터 여러 결혼정보회사에서 발표하는 각종 자료에 따르면, 사상 유례없는 불황에도 가입자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위한 미팅 커뮤니티 회원 수도 증가세를 보인다. 아울러 상대에게 좀더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패션스타일리스트를 찾고 성형수술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미혼남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2008년 분석자료에서는 불황을 반영하듯 결혼이 줄었다고 하는데, 결혼정보 업체에 가입하는 신규 회원의 숫자는 오히려 늘었다.

    결혼 상대가 있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늦출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반면, 상대자를 찾지 못한 싱글에게는 불황이 상대방을 찾아나서게 하는 심리적 요인이 된다고 결혼정보 업체는 풀이하고 있다. 경제적·심리적 안정에 민감한 재혼 회원들의 결혼정보회사 가입자 수가 올해 초 큰 폭으로 는 것도 혼활 열풍이 한국에도 상륙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결혼정보회원 가입자 수 큰 폭 증가

    내 반쪽 찾기 ‘婚活’을 아십니까?

    적극적으로 결혼 상대를 찾는 ‘혼활(婚活)’이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결혼 상담 모습(아래).

    혼활은 비단 올드미스 및 미스터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대 초중반 여성들의 혼활은 적극적일 뿐 아니라 당당하다.

    25세의 김희영(가명) 씨는 결혼 적령기가 아직 되지 않았지만 ‘남들보다 빨라야 좋은 조건의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해 지난해 말부터 혼활에 돌입했다. 흔히 하는 소개팅부터 부모를 통한 맞선은 기본이고, 2개의 결혼미팅 카페에 가입해 활동한다. 최근에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기도 했다. 그녀가 말하는 최고의 배우자는 단순히 ‘조건 좋은 남자’가 아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그의 뜻을 이해해주고 3~4년 뒤 해외 유학을 함께 떠날 수 있는 사람이다. 외모나 집안 등 보편적인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자신에게 딱 맞는 배우자를 찾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결혼정보 업체 ‘듀오’의 2008년 신규 가입 초혼 남녀회원 1만4000명 중 20대 신규 초혼 회원 비중은 남성의 경우 10%, 여성은 37%에 달했다. 특히 26세 이하의 여성도 20대 가운데 15% 이상을 차지했다.

    듀오의 형남규 이사는 “성혼 연령대가 높아진다는 것은 점점 결혼이 힘들어진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운명적인 사랑이나 ‘필(feel)’이 통하는 상대를 기다리는 동안 그토록 원하는 배우자는 다른 사람의 아내 혹은 남편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혼활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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