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6

2008.12.23

책을 멀리하는 한국 청소년들

  • 김소희 nancysohee@hanmail.net

    입력2008-12-16 1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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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서울 강남의 모 중학교에서 강의 요청을 받았다. 올해 초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학부모 도서 명예교사’ 대상 강연을 했는데 그때 참석한 분이 나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강연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정작 중학생 학부모에게 어떤 조언이 필요할지 고민이 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맨 처음 자신의 눈높이에 맞게 씌어진 책이 없다는 것에 당황한다. 초등학교까지는 어려운 고전도 저학년용, 고학년용으로 나뉘어 있어 어떤 학생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글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친절하게도 만화책까지 나와 있으니 초등학생 독서인구는 중학생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 책벌레였다 해도 중학생이 돼 책을 열심히 읽는 아이는 드물다. 수행평가나 시험 준비용이 아니면 거의 읽지 않는다.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책을 읽을 마음이 없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읽어야 할 책들은 모조리 읽게 하라는 불문율(?)에도 아이들은 책에서 멀어지고 있다.

    우선 중학생이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다. 청소년용 문학서, 경제서, 철학서 등을 따져보면 그리 많지 않다. 학교에서 내주는 필독서 목록을 훑어봐도 알 수 있다. 중학생이 되면 청소년 수준 이상의 책도 읽히기 때문에 굳이 청소년 대상 책을 만들 필요가 없다. 하지만 독서를 해야 하는 아이들은 이런 분위기가 버겁다. 책 수준이 높아지면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더더욱 책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초등학생처럼 다독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춘기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삶의 지침으로 남을 만한 책을 정독할 필요가 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시간을 두고 생각의 조각들을 퍼즐처럼 짜맞출 기회도 필요하다. 책을 많이 읽는 일부 아이들은 책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글쓴이의 생각보다는 관심 가는 부분만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생긴 탓이다. 이런 아이들은 주제나 핵심어 찾기, 요약하기 등에 서툴다. 반면 주제를 찾거나 요약은 잘하는데 글을 읽어도 자신의 생각이 없는 아이들이 있다.

    책을 멀리하는 한국 청소년들
    글쓴이와 대화를 하듯 글쓴이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며 읽는 습관이 없는 경우다. 혹시 우리 아이가 잘못된 독서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나 살펴봐야 한다.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은 어린아이에서 벗어나 어른이 돼가는 과정에 있다. 아직 미숙하지만 독서를 통해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다듬고 발전시키게 된다. 아이들의 정신적 성장을 돕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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