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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백차승, 김인식號 승선할까

야구협회 영구 제명, 국적 변경 논란 등 ‘아픔’… WBC 참가 고사하다 최근엔 “시간 달라”

  • 김성배 스포츠서울 USA 시애틀 기자

풍운아 백차승, 김인식號 승선할까

풍운아 백차승, 김인식號 승선할까

WBC 승선에 거절 의사를 밝힌 백차승. 그러나 주변의 설득에 출전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려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백차승(28·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대회(WBC) 출전 여부가 ‘희박’에서 ‘가능’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차승은 언론을 통해 “김인식 감독의 마음만 받겠다”며 완곡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던 그가 최근 김인식 감독과의 전화통화에서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대표팀 합류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WBC 예비 엔트리 포함… 합류 고심

백차승은 WBC에 승선할 예비 엔트리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가장 많은 관심과 비난의 중심에 섰다. 힘들게 달려온 지난 시즌을 정리하고 모처럼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11월 말 귀국한 뒤 갑작스럽게 ‘뉴스메이커’가 된 바람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백차승’이란 이름만 나오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국적 변경’과 ‘병역 문제’다. 백차승은 2005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국적을 변경하기까지 숱한 고민과 갈등을 빚었고, 결정과 번복을 거듭하다 결국 시민권을 신청했다. 이유는 단 하나. 더 이상 비자 문제로 마음 졸이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하면서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다.

백차승은 1998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하고 출국하면서부터 자신의 인생이 꼬일 거라 예감했다고 한다. 98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도중 감독의 지시를 어기고 태업했다는 이유로 대한야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 정지, 즉 영구 제명을 당하면서 출국이 힘들어진 것이다. 미국 대사관은 시애틀과 입단 계약을 맺고 비자를 받으려는 백차승에게 계속 거절 의사를 밝혔다.



6개월 동안 세 차례나 비자 거부를 당하자 급기야 시애틀 구단 측에서 미국 변호사와 한국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고, 병역미필자이던 백차승은 병무청에 아버지와 지인을 보증인으로 세운 뒤 가까스로 조건부 비자를 받아 1999년 6월 출국했다. 백차승은 이전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선수들, 즉 김병현 최희섭 송승준도 병역미필자였지만 모두 정상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출국했다. 그런데 유독 나에게만 병역미필을 이유로 계속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이유는 단 하나, 영구 제명을 당했기 때문이다. 정말 힘들게 비자를 발급받은 탓에 1년 뒤 비자 재발급을 위해 귀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다시 거절당할 경우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영구 제명을 당한 처지라 한국에서 더 이상 야구를 할 수도 없었다. 그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백차승은 결국 귀국하기로 한 날짜를 어겼고 병무청에 보증을 선 아버지와 지인은 무려 1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무비자 신세가 된 백차승은 임시영주권을 받아 생활하다 2005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는데, 이 시민권이 백차승에겐 또 다른 ‘족쇄’가 되고 말았다. 그는 국적을 바꾸면서까지 야구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는 들었지만 설마 시민권을 얻은 것 자체가 병역 기피로 내몰릴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병역을 기피하려고 국적을 바꿀 이유가 없었다. 팔꿈치 수술(‘토미존 수술’로 알려진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한 것만으로도 병역 면제가 된다고 알고 있다. 또 국제 대회에 참가해 정정당당히 면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영구 제명당한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올까 싶었다. 시민권을 신청하기 전에도 고민이 많았지만 막상 시민권을 손에 쥐고 나니 기쁨보다는 아픔이 컸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야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 청춘을 바친 미국 무대에서 꼭 성공하고 싶었다.”

“병역 기피 위해 국적 변경, 사실 아니다”

백차승의 국적 변경을 병역 기피로 보는 사람들 중에는 백차승의 미국 이름이 ‘스티브 백’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뜨리기도 한다. ‘스티브 백’은 가수 유승준의 ‘스티브 유’를 빗댄 이름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의 백차승은 ‘코리안 차승 백’으로 불린다. 애칭으로도 영어 이름은 없다. 미국 언론에서 백차승이란 이름을 수식하는 단어는 ‘코리안’이다. 유독 한국에서만 국적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성조기를 단 백차승’으로 몰고 간다.

“2005년 시즌을 마치고 7년 만에 귀국했다. 집이 부산이라 포틀랜드에서 일본을 거쳐 김해공항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그런데 이후 ‘국적을 변경한 백차승이 몰래 귀국하려고 일본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이 들렸다. 황당하고 씁쓸했다. 야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들 때문에 자꾸 ‘죄인’으로 몰리는 게 무척 슬프다.”

지난 시즌 도중 LA다저스 소속의 박찬호와 시애틀에서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백차승이 샌디에이고 홈구장에서 만난 적이 있다. 경기가 끝난 뒤 김병현이 운영하는 일식집(사장은 김병현이지만 운영은 지인이 한다)에서 식사를 하던 중 박찬호가 ‘국적’과 관련해 백차승에게 조언하다 분위기가 잠시 썰렁해졌다. 야구 인생을 화려하게 펼쳐간 박찬호와 파란만장한 삶을 영위하는 백차승은 관점과 시각 차이가 매우 컸던 것이다.

백차승은 평소 대표팀 얘기가 나올 때마다 ‘희망사항’이라며 ‘꿈’이라는 표현을 썼다. 영구 제명된 뒤 더는 태극마크를 달 수 없게 된 상황이 회한으로 남는다고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 WBC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을 때 잠깐이나마 행복한 기분을 만끽했다고 한다. 하지만 예상대로 국적 변경 논란이 불거지면서 자신의 신상 문제가 기사화하자 다시 움츠러들고 말았다.

평소 백차승이 아버지처럼 따르는 이재우 전 OB(두산) 감독이 최근 시애틀에서 급히 귀국했다. 백차승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려는 김 감독에게 조금 숨통이 트인 셈이다. 백차승과 김 감독이 태극마크를 통해 사제의 연을 맺을 수 있을지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주간동아 2008.12.23 666호 (p72~73)

김성배 스포츠서울 USA 시애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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