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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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the Unseen 레깅스

  • 김민경 holden@donga.com

    입력2008-12-16 1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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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e the Unseen 레깅스

    맨 앞은 발렌시아가 쇼에 등장했던 사이보그 레깅스, 그 뒤는 김혜수 씨의 블랙 레깅스입니다. 그 뒤는 이번 시즌 페라가모 광고 캠페인입니다. 남성용 레깅스도 곧 출현하지 않을까요? 이미 입으셨다고요?

    레깅스(leggings)가 뭔지는 다들 알고 계시죠? 사전을 찾아보니 다리를 보호하기 위한 각반이란 뜻도 있고, 가랑이 끝에 고리를 달아서 발에 꿰어 입는 보온성이 뛰어나고 신축성이 좋은 바지라는 설명도 있네요. 쉽게 말해 고리바지죠, 라고 했을 때 ‘아, 그거’라고 대답하신다면‘고리바지는 또 뭔가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나빠 보일 겁니다. 그러니까 20년 전엔 고리바지를 아는 멋쟁이였지만, 이후 전혀 발전이 없었다는 뜻이니까요.

    정말 20년 전 대유행을 했던 고리바지가 되돌아왔습니다. 레깅스란 이름으로요. 20년 전 고리바지는 말 그대로 신축성이 있는 바지에 고리가 달린 형태였는데, 최근의 레깅스들은 팬티스타킹에서 발목 아랫부분이 사라진 모양입니다. 레깅스가 패션쇼 등을 통해 ‘르네상스’를 맞기 시작한 두 해 전쯤, 전 레깅스 혐오론자에 가까웠어요. 속옷 자국이 선명한 레깅스는 겉옷 바지가 아니라 쫄쫄이 내복이거나 스타킹이어서 도대체 아랫도리를 입지 않은 패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레깅스와 바지, 그리고 스타킹을 바라보는 21세기적 시선’에 대한 기사를 기획한 적도 있었답니다. 소재가 아주 두꺼우면 바지, 얇으면 스타킹, 중간이면 레깅스, 발을 감싸지 않으면 바지, 다 감싸면 스타킹, 발의 영역에 걸쳐 있으면 레깅스 이런 구분을 하다 결국 입은 사람이 아랫도리를 입으면 스타킹, 짧은 윗옷을 입으면 바지, 긴 상의를 입으면 레깅스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는 경험론적 결론을 내리고 말았죠.

    한 패션브랜드 론칭 행사에 톱스타 A씨가 짧은 스웨터에 검은색 레깅스 차림으로 들어섰을 때 전 제 눈이 그녀의 허리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젠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레깅스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지난해부터 여름에도 레깅스의 인기가 지속되고, 겨울엔 좀더 도톰해진 레깅스들이 나오고, 약간 낙낙해진 디자인들도 나오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들이 레깅스 위에 뭔가를 덧입으면서―아무리 짧더라도 말이죠―레깅스는 스타킹보다 더 경쾌하고, 더 시크하면서 활동적인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듯해요. 그래서 뉴요커인지, LA 출신인지를 구분하려면 레깅스를 신었는지, 맨다리인지를 보면 안다고 하기도 했죠.

    요즘 가장 각광받는 레깅스 소재는 일반적으로 ‘가죽’이라 불리는 PVC―한마디로 ‘비닐’―인데, ‘배트맨’에 나온 ‘캣우먼’에서 영감을 받은 것도 같고, SM 쇼핑몰에서 흘러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해외 스타로는 린제이 로한, 올슨 자매, 국내에서는 이효리 서인영 손담비 등이 이 가죽 레깅스 착용 시범을 보이면서 이젠 길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아이템이 됐지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죽 레깅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들이 입는, 또 그 ‘워너비’들이 쇼핑하는 ‘머스트 해브’인 듯합니다. 가수 손담비 씨는 가죽 레깅스가 얼마나 활동적인 아이템인지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의자춤에서 가죽 레깅스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죠. 올해 송년회를 위해 ‘미쳤어’ UCC를 보고 있다면, 가죽 레깅스도 꼭 준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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