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6

2008.12.23

다시 터진 구설 폭탄, 정가 흔드는 후폭풍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12-16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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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터진 구설 폭탄, 정가 흔드는 후폭풍
    세종증권 매각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박용석)가 박연차(63·사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회장은 양도소득세 수십억원과 배당이익에 대한 소득세 200여 억원을 포탈한 혐의와 농협 자회사인 휴캠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넨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화삼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 3인방으로 꼽히던 인물. 그래서일까. 그는 전 정부 내내 여론의 중심에 있었다. 이런저런 권력형 비리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이름이 오르내렸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다.

    2002년 노무현 당시 대선후보의 정무팀장이던 안희정 씨에게 불법 정치자금 7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되면서 권력형 비리 관련자로 처음 이름을 올린 그는 2007년에는 열린우리당 의원 20명에게 회사 직원 등의 명의로 300만∼500만원씩 1억원 가까운 후원금을 차명으로 건넸다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2007년 말에는 비행기 안에서 술에 취해 승무원에게 폭언을 하는 등 소동을 부리다 재판에 넘겨져 벌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가 뿌린 구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박 회장은 1990년 2월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재벌 2세 등 기업인과 유명 연예인의 거액 히로뽕 매춘’ 사건에 직접 연루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1990년 부산지방국세청의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과정에서는 기업의 해외 수출대금을 변칙 유용하는 수법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거액의 도박을 벌인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구설에도 재계에서는 박 회장을 성공한 기업인이자 정치인으로 평가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박 회장은 김영삼 정부에서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한나라당의 재정위원을 역임하며 정재계를 넘나들었다. 2007년 9월 2차 남북정상회담 방문단 200명에도 포함돼 굴지의 대기업 회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호사도 누렸다.

    한나라당 출신인 그가 노 전 대통령 측과 친분을 쌓은 건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와의 오래된 친분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1년 태광실업의 전신인 정일산업을 경남 김해에 세운 박 회장이 당시 이 지역에서 세무공무원으로 일하던 노건평 씨와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 박 회장은 1988년 3월 국회의원에 출마한 동생(노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노건평 씨가 내놓은 김해 한림면 일대 땅을 4억5000만원에 매입한 일도 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건평 씨가 내놓은 거제도 구조리의 별장을 10억원에 사들인 사람도 바로 박 회장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이기 전에 이미 ‘형님(노건평)의 후원자’였던 셈이다.

    최근 법조계에는 ‘박 회장 리스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박 회장의 도움을 받아온 정관계 인사들 명단이 담긴 2종의 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은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성공한 기업인, 대통령의 후원자라는 화려함 뒤에 감춰진 면모를 드러내며 그가 몰고 온 폭풍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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