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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상한의 ‘왕성한 책읽기’

아시아 기자들의 번민과 활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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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s : 아시아를 읽는 결정적 사건 9 쉐일라 코로넬 외 지음/ 오귀한 옮김/ 아시아 네트워크 펴냄/ 324쪽/ 1만6000원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참사. 이 비극은 아직 우리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사고 당시 모든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으며 그 이후에도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묻겠다. 인도 보팔 지역에서 일어난 독가스 참사를 기억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얼마나 될까. 최소 추정치 1만5000명이라는 사망자를 내며 한 도시를 죽음의 기체로 뒤덮은 이 참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두 참사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책을 읽을 때조차 배경지식이나 평소 지녀온 의식의 영향을 받는다. 하물며 정치적 사건을 이야기할 때야 오죽하겠는가. 전 세계에는 ‘뉴스’를 전하는 수많은 매체가 있다. 국적도 문화도 다른 이 매체들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다른 시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중 몇 개의 매체만을 선택적으로 읽고 보는 우리로서는 어떤 사건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편향된 시각, 부족한 배경지식이라는 조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외국 연합통신으로부터 대부분의 소식을 전해 듣는 아시아 각국의 사건을 우리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무척 의문스럽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며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지는 책이 있다. 바로 ‘더 뉴스’다. ‘아시아를 읽는 결정적 사건 9’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아시아 9개국의 정치적 핵심 사건과 그 사건을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취재한 기자들의 펜을 통해 아시아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 언론매체들이 외국의 뉴스를 인용할 때 BBC, CNN, 뉴욕타임스 등 서구 거대 언론이 쏟아내는 기사 위주로 해온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서구의 시각에서 기사를 접하고 그러한 시각을 키워올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이렇게 한쪽으로 쏠린 우리들의 시선을 돌리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책의 기획자 정문태는 ‘서구중심주의’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아시아중심주의’를 옮겨 심겠다는 뜻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 다만 온전한 아시아의 눈으로 현재의 아시아를 보는 것을 책의 목표로 삼았다. 이 뜻은 책으로 옮겨져 “아시아에도 언론이 있고, 기자들이 있다”는 우리가 잊고 있던 단순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은 1장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다’를 통해 필리핀 인도 네팔 세 나라에서 기자 정신에 입각해 탐사보도를 펼친 3명의 기자와 만난다. 2장 ‘뉴스 인물을 만나다’에서는 서구의 시선으로 봐오던 세계 정치사의 주요 인물들을 아시아 기자의 눈으로 본다. 아프가니스탄의 오사마 빈 라덴, 캄보디아의 폴 포트, 북한의 김일성이 그들이다. 3장 ‘아시아의 뉴스, 아시아의 기자’에서는 정치적 내분과 독재, 언론탄압의 중심에 선 팔레스타인, 태국, 인도네시아 기자들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



‘특종’을 잡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와 타 언론으로부터 테러단체의 ‘대변인’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던 아프가니스탄의 라히물라 유수프자이 기자는 오사마 빈 라덴과의 인터뷰 내용과 소감을 솔직히 적었다.

그 밖에도 2001년 일어난 네팔 왕세자의 왕실 가족 살인사건을 각종 음모론 속에서도 객관적 탐사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린 쿤다 딕시트, 서구 기업과 정부의 유착관계를 비판하며 50만명이 넘는 피해자를 대변한 인도 라아즈쿠말 케스와니, 과거엔 군부독재에 맞서고 이제는 재벌 권력의 부패에 맞서 정의를 찾고자 하는 아흐마드 타우픽, 내전으로 인한 언론 규제와 공격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고 그것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일하는 인도네시아 다오우드 쿠탑 기자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들이 전하는 글은 신문 지면이나 방송 뉴스의 한 토막으로 만나온 단편적 기록과는 다르다. 사건의 진원에서부터 사건 이후 현재 각국의 정세까지 꽉 찬 정보를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발로 뛰고 있는 지역을 향한 이들의 애정과 열정도 듬뿍 담겨 있다.

그동안 우리는 내분과 독재, 테러, 자격미달 인물의 대통령 당선 등 동남아시아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얼마나 한심하게 보았는가. 책은 아시아인들이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공감하게 한다. 나
아시아 기자들의 번민과 활약상
아가 그럼에도 민주화를 위해, 언론 자유를 향해, 정의를 위해 ‘기자’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이들의 고민과 활약 속에서 우리의 과거, 아시아의 미래와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아시아인을 자처하면서도, 현재 우리나라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유로 타국에 관심을 두지 못했던, 혹은 서구인의 시선을 가지고 아시아를 바라보던 우리에게 그들의 고민과 현대 정치, 사회, 역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기초 안내서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08.10.07 655호 (p82~83)

  • 서강대 법학부 교수·‘TV 책을 말하다’ 진행자 shwang@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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