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5

2008.10.07

축산農 살리고 국민 건강 지키는 교두보

전북대 백병걸 인수공통난치병연구소장

  • 전주=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8-09-29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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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산農 살리고 국민 건강 지키는 교두보
    전북지역 최대의 한우 목장이던 전북 정읍시 E농장의 옛 축사는 을씨년스럽다. 사육우들에게 소 브루셀라가 전염돼 기르던 소 402마리를 모두 도축했다. 목장주 E씨와 아내 K씨는 사람 브루셀라에 걸려 오랫동안 고생했다.

    “너무나 괴로워 병원에서 살려달라고 외쳤죠. 검사를 여섯 번 받은 뒤에야 사람 브루셀라라는 확진을 받았어요.”(K씨)

    전북 익산시 T농장주 L(58)씨는 날마다 닭보다 앞서 일어나 농장 안팎을 소독한다. 계사(鷄舍)를 꼼꼼하게 소독하는 건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악몽 때문이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닭 수천 마리가 죽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브루셀라와 AI는 인수공통전염병(人獸共通傳染病·zoonosis). 특히 AI는 향후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판데믹(pandemic·특정 전염성 질환이 전 지구적으로 급속도로 확산돼 유행하는 현상)의 후보다.



    한국에서 인수공통전염병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곳은 전북이다. 브루셀라와 AI를 다룰 해법을 찾지 못해 피해가 컸다.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전북 주민들의 우려와 피해를 덜어줄 기관이 꾸려진다. 전북대 인수공통난치병연구소가 그것. 전북대 의대·수의대·자연대·공대 교수들이 참여했다.

    “브루셀라 재발 위험 때문에 재입식을 못하겠다고 하소연하는 농민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립니다. 살처분 정책만으로는 브루셀라를 막을 수 없어요.”

    전북대 백병걸 교수(수의공중보건학·62·사진)가 인수공통난치병연구소의 산파(産婆). 그는 “농민들이 안쓰럽다”며 1991년부터 브루셀라를 연구해왔다.

    “한 해에 브루셀라병으로 살처분하는 소가 1만5000여 마리로 4000억원어치에 이릅니다. 큰 손해죠. 농민은 원인도 모른 채 피해를 봅니다. 도시민은 축산물이 불안하고요.”

    백 교수는 브루셀라 연구에 매달리면서 세미나와 공청회를 열어 위험성을 알렸다. 정부와 국회를 오가면서 인수공통난치병을 연구할 기관의 필요성도 설파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10년 완공될 인수공통난치병연구소는 361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다. 전북대 익산캠퍼스에 들어설 이 연구소엔 100명 넘는 연구진이 투입된다.

    “인수공통난치병연구소 규모는 아시아에서 가장 큽니다. 국민 건강과 농민의 재산을 지키는 이 연구소가 정부 예산으로 꾸려지는 만큼 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랏돈을 허투루 썼다는 소리가 나와선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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