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4

2008.09.30

아트마켓 지각변동 … 영국, 미국 뛰어넘다

  • 이호숙 아트마켓 애널리스트

    입력2008-09-24 12: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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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마켓 지각변동 … 영국, 미국 뛰어넘다

    9월15일 열린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데미언 허스트의 ‘THE GOLDEN CALF’가 1034만5250파운드(약 203억원)에 낙찰돼 작가 1인에 의한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순으로 견고히 유지해오던 서구 중심의 아트마켓이 거래 비중에서 중국이 프랑스를 추월해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뒤이어 8월 아트프라이스는 영국이 미국을 넘어 1위에 올라섰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순위변동은 향후 아트마켓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를 예상케 한다. 이를 증명하듯 9월15, 16 일 전 세계 미술계를 긴장시킬 만한 빅 세일이 소더비 런던에서 열렸다.

    이 경매에서 영국의 스타 작가 데미언 허스트는 자신의 신작을 전시가 아닌 옥션을 통해 처음 선보였다.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선두주자인 그는 독특한 작품으로 미술사에 남을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유지돼온 아트마켓의 유통구조를 간단하게 파괴해버린 것이다.

    마켓은 확연히 공동화되고 있다. 1차 마켓과 2차 마켓, 3차 마켓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 작가를 발굴하고 프로모션하는 갤러리의 구실을 3차 마켓인 옥션이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가장 긴장해야 하는 이는 그림을 사는 컬렉터다. 옥션으로 데뷔하는 작가들에 대한 검증을 컬렉터들이 스스로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옥션에 출품하는 작가는 갤러리에 의해 프로모션돼 안정적인 프로필을 가지고 있거나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이었기 때문에 컬렉터가 검증과정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작가가 옥션을 통해 데뷔하는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옥션을 통해 만들어진 가격을 작가들이 지탱할 여력이 있는가’다.

    데미언 허스트가 신작을 직접 경매로 판매한 것은 이미 그의 작품 가격이 1, 2, 3차 마켓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작가 처지에서는 옥션 수수료가 갤러리 수수료보다 매력적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가 작품을 모두 판매할 자신감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해외 주요 보도에 따르면 인도, 러시아 신흥 부호를 타깃으로 삼은 이번 경매 출품작 대부분은 이미 주문된 상태에서 경매를 진행했으며, 9월15일 출품된 56점 중 54점이 낙찰돼 총낙찰액은 7054만5100파운드(약 1400억원)를 기록했다.

    전속 갤러리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컬렉터층, 철저한 매니지먼트 등을 두루 갖춘 작가도 결과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한순간에 갈릴 수 있는 전쟁터에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작품을 출품하지는 않는다.



    현재처럼 정보가 빠르고 오픈된 마켓에서 옥션 결과에 따른 파급효과는 직접적으로 작가와 컬렉터에게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컬렉터들은 옥션이라는 시스템을 더 잘 이해하고 접근해 시스템을 유리하게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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