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2

2008.07.01

‘비디오크라시’ 신조어 촛불집회 정확히 표현

  • 입력2008-06-25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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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10일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지하철을 탔다.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부가 함께 탔다. 아이는 내 옆 자리에 앉아 닌텐도 게임을 시작했다. 엄마는 음식 꾸러미를 들었고 아빠는 배낭을 멨다. 배낭 뒷부분에는 양초가 한 상자 꽂혀 있었다. 아하, 나와 같은 역에서 내리겠구나 생각했다. 그날 밤 광화문과 서울시청 앞을 돌아다니던 내겐 1987년 6월10일이 오버랩됐다. 연세대를 출발해 서대문 지나 시청 앞에서 집회를 했었다. 그리고 군중이 광화문을 향해 몰려갔고, 수백 발의 ‘지랄탄’ 세례에 대오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달려오는 전경들을 피해 눈물 콧물 흘리며 도망가면서도 쥐고 있던 분노의 주먹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21년이 지난 그날의 광화문과 시청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쇼군을 지키는 사무라이의 성 같은 그로테스크한 컨테이너 ‘명박산성’이 자리한 가운데 사람들이 각자 생각을 말하고,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며 촛불을 흔들고 거리를 오가는 기분 좋은 6월의 밤이었다. 21년이라는 시간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광경을 만들어냈다. 인터넷도 없던 1987년과 인터넷과 동영상으로 만들어진 2008년의 광화문은 이렇게 달랐다. 이런 현상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주간동아 641호는 이를 ‘비디오크라시(videocracy)’라는 신조어로 정의했다. 시사주간지다운 순발력이다. 시민들은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고, 동영상 생중계를 했다. 솔직히 난 그냥 집에서 동영상이나 볼 걸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너무 사람이 많아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감을 잡을 수 없고 힘만 들었다. 그만큼 동영상은 거의 모든 영역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보는 것을 통해 무엇이 옳은지 결정하게 한다는 면에서 ‘비디오크라시’라는 말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비디오크라시’ 신조어 촛불집회 정확히 표현

    <b>하지현</b><br>건국대 의대 교수·신경정신과

    지난 호에서 다룬,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사운드 오브 뮤직’과 에델바이스를 잘 모른다는 소식, 이번 호의 도이체 텔레콤 도·감청 사건처럼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통신원들이 보내오는 기사도 흥미로웠다. 그 나라에서 발행되는 신문을 보더라도 그곳에서 오래 살지 않으면 맥락을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을 잘 소화해서 전해준다.

    지방문예회관들의 멋진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런데 가동률이 50%에 불과하다니…. 게다가 국고지원 함정 때문에 중극장 규모로 지을 수밖에 없어 공연장과 체육시설이 동거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좋아진 면도 많다. 그러나 크고 멋지게 짓기 경쟁을 하는 지자체 신청사들, 일단 만들고 보자는 문예회관과 같은 문제점은 지자제의 어두운 단면이리라. 문예회관에 이어 각 지자체의 운영에 대해서도 주간동아가 계속 예리한 눈길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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