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2

2008.07.01

미술품 가격 책정은 예술성보다 작가 네임 밸류?

  • 이호숙 아트마켓 애널리스트

    입력2008-06-25 0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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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품 가격 책정은 예술성보다 작가 네임 밸류?

    김홍주 ‘무제’(2004)

    미술품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작가다. 그림을 그린 작가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가격을 정할 수 있다. 간혹 작가를 알 수 없는 훌륭한 작품을 구매했는데 문제의 작품이 대가의 초기작품이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대단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작고 작가의 가격과 중견·원로 작가의 가격, 동시대 작가의 가격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다. 작고한 작가의 경우 마켓에 나올 수 있는 수량은 한정돼 있다. 즉 변수가 많지 않다. 마켓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작품 수 역시 예상할 수 있다. 덧붙여 작가의 미술사적 위치와 대중적인 인지도도 가격 형성에 크게 작용하는 요소다. 이미 작품의 전체 스타일이 나와 있고 그중 특정 연대의 작품에 수요가 몰린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하는 식의 작가마켓 구조가 형성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된다.

    월등하게 가격이 높은 블루칩 작가의 경우,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한정된 수량으로 인해 더 이상 마켓에 나올 수 없다는 희소가치, 그리고 세련된 필치로 인해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는 독창성을 가지고 있어 수요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작가들은 급격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중견작가 중에서는 매우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제작하는데도 마켓에 소개가 덜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중견작가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에 국내 신진작가들이 그들의 공백을 메워버렸거나, 미술사적인 평가로는 대가들에, 그리고 가격에서는 신진작가들에게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컬렉터들은 초기에는 옥션이나 갤러리에서 추천하는 작가 위주의 컬렉션을 하지만 그들만의 안목과 취향, 지식이 늘어나면 신진작가와는 차별화된, 탁월한 작품성을 인정받는 중견작가를 발견할 수도 있다. 실력이 검증되고 작품도 어느 정도 나와 있으며 향후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중견작가를 남보다 빨리 발견한다면, 가장 빠른 시기에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예산이 크지 않은 컬렉터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발품을 팔면서 신진작가의 작품을 구매한다. 구매가격 대비 큰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 마켓에서 유명한 젊은 작가들은 대체로 작품보다 갤러리의 파워, 마케팅 효과, 옥션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작가의 네임 밸류보다는 갤러리나 옥션 가격의 밸류로 작가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컬렉터가 자신의 눈만 믿고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일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더더욱 위험하다.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다면, 작가의 역량을 믿고 꾸준히 후원한다는 마음으로 컬렉팅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작가의 네임 밸류를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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