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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타워팰리스에 살면 건강에 해롭다?

초고층 아파트의 건강학 타워팰리스 거주자 전수 진료기록 분석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뭐! 타워팰리스에 살면 건강에 해롭다?

뭐! 타워팰리스에 살면 건강에 해롭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풍수학에선 초고층 아파트의 풍수를 좋지 않은 것으로 본다. 땅의 기운이 나무가 닿는 높이까지만 전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고소공포증을 잠재적으로 갖고 있거나 강물 앞에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은 풍수적으로 초고층 아파트에 살아선 안 된다.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다.”(김두규 우석대 교수·풍수지리학자)

그렇다면 아파트 주거 층수와 건강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초고층 아파트가 건강에 해롭진 않을까?

△눈이 따갑다 △코가 시큰거린다 △속이 울렁거린다 △현기증이 난다는 통설(通說)은 있으나 객관적 자료나 설문을 토대로 35층 넘는 초고층 아파트의 ‘주거 층수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연구결과나 논문은 지금까지 나온 바 없다.

거주층과 건강은 특별한 상관관계 없어



20층 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주거 층수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다룬 논문으로는 2편이 꼽히는데 각각 20층과 30층 높이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했다. 건국대 강순주 교수(주거학)의 ‘초고층 거주자의 주거환경 스트레스와 건강’이라는 논문은 초고층 거주자들이 소음, 승강기 사고에 대한 불안 등으로 평균 이상의 주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은 20층 높이의 아파트 거주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만 한 것으로, “샘플 수가 적은 데다 병원 진료기록을 비롯한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강순주 교수) 또 다른 논문은 한남대 강인호 교수(건축학)의 ‘초고층 아파트 거주자의 건강에 관한 조사연구’(2003년)다. 이 논문은 수도권 신도시의 30층 높이 아파트 거주자의 진료기록과 도쿄대가 만든 자기응답식 거주자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는데, 거주 층수와 거주자의 건강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2002년 준공된 타워팰리스1차(서울 강남구 도곡동)를 신호탄으로 50층 넘는 초고층 아파트가 봇물 터지듯 건설되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16층이 넘으면 초고층으로 규정됐으나, 최근엔 35층 넘는 아파트가 초고층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35층 넘는 초고층 아파트에서 주거 층수와 건강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초고층 아파트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주간동아’는 30층 높이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연구한 경험을 가진 강인호 교수팀과 함께 타워팰리스1~3차(1차 69층, 2차 55층, 3차 69층)를 대상으로 실증적 연구를 벌였다.‘주간동아’가 지난해 11월 단독 입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467번지(1130가구), 467-17번지(450가구), 467-29번지(610가구)의 2004~2006년 진료기록 명세(11만9855건)를 기초자료로 활용했는데, 35층 넘는 초고층 아파트를 대상으로 실증적 분석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개월에 걸쳐 2004~2006년 병원 진료를 받은 거주자 전체를 거주층별로 분석한 뒤 각 동별로도 거주층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주층과 건강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구에선 고소공포증·우울증 등이 부작용으로 거론돼

뭐! 타워팰리스에 살면 건강에 해롭다?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타워팰리스 내부.

주거동과 거주층을 모두 고려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별로 6~15층 또는 16~25층에서 질병 발생 비율이 약간 높았다. 6층 이상에서 일부 호흡기질환의 발생 비율이 조금 높았으나 통계적으로 의미는 없었다. 주거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눈·피부·귀·유양돌기 질환만을 따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도 거주층에 따라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거주자를 연령대별로 나눠 분석해본 결과도 거주층별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린이(12세 이하)의 눈·귀·호흡기·피부질환도 거주층에 따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면역력이 약한 7세 이하 어린이로 대상을 좁혀서 분석해도 거주층별로 특이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청장년(20~59세)과 노인(60세 이상)만을 대상으로 눈·귀·호흡기·피부질환을 따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거주층과 질병의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강인호 교수는 “의사들이 원래 질병명과는 다른 이름으로 처방하는 예가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의 일부가 왜곡돼 있을 순 있으나 거주층이나 거주동과 질병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예방의학에서도 유전적 특성이나 생활패턴과 달리 주거환경은 질병 발생에서 마이너한 요소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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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층 이상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15층 이하에 사는 아이들보다 밖에 나가 놀 확률이 낮아진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윤방부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장(연세대 명예교수·의학박사)은 “건강상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봐야 한다. 초고층 아파트로 이주하면 사람에 따라 불안장애, 메슥거림, 고소공포, 소화불량, 혈압저하 증세가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몸이 곧바로 적응한다.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다. 건축기술이 발달한 만큼 세간의 통설은 기우(杞憂)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만으로 “거주층과 건강은 서로 관계가 없다”고 단정짓긴 어렵다. 타워팰리스1~3차라는 특정 거주지에 국한된 연구인 데다, 거주자들에 대한 심층면접이 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고층 아파트의 역사가 긴 서구의 연구에선 △어린이의 행동학적 문제 △고소공포증,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일본 도카이(東海)대 보건학교실에 따르면, 15층 이하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은 62%가 밖에서 놀고 15층 이상에 사는 어린이들은 36%만 밖에서 논다고 한다.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아이들은 운동량 부족으로 편식하는 경우가 많고 감기에 걸리기도 쉽다고 한다.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흥분, 현기증, 감각이상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강순주 교수는 “초고층 아파트의 주거환경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싶어하는 학자들이 많지만, 진료기록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건설사와 주민들의 협조를 얻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건설되고 있는 만큼 주거 스트레스와 그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8.04.29 633호 (p44~45)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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