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8

2008.01.08

영토 분쟁? 북한 경제 장악 노린다

중국 한반도 정치·경제 영향력 지속 전략 …함북 무산철광 등 천연자원에 ‘눈독’

  • 중국 옌볜=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01-02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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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토 분쟁? 북한 경제 장악 노린다

    이도백하에 자리한 ‘창바이산개발 관리위원회’. 이곳에서 백두산 개발의 모든 것이 결정, 집행된다.

    중국이 백두산 개발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백두산을 통한 관광수입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관광산업이 ‘백두산 공정’의 목적 가운데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고 말한다. “중국 정부의 핵심 목표는 북한과 동북지역 경제 장악”이라는 것. 중국 공산당 간부를 지낸 옌볜대학 역사학부 C 교수의 말이다.

    “한국 정치인들의 간도 되찾기 발언 답답”

    “중국의 전략은 동북지역과 북한의 경제권을 장악해 한반도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영토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 정치인들이다. 중국 정부는 ‘한국이 만주 땅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인들이 중국 정부를 자극해 문제의 본질을 복잡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그는 또한 “한국 정부가 중국의 동북 전략을 잘 모르고 있다”고 단언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공정-백두산 공정’의 핵심을 영토분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



    옌볜의 조선족 출신 사회학자 A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개발의 목적과 핵심은 지하자원과 북한의 경제권 선점”이라고 설명했다. ‘동북공정-백두산 공정’은 모두 이를 위한 기초공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측 태도를 이렇게 꼬집었다.

    “한국 정치인들이 간도를 되찾아야 한다는 식의 논쟁을 벌이는 것을 볼 때마다 솔직히 답답했다. 단순히 영토문제로만 본다면 한국은 북한의 고(故) 김일성 주석에게 감사해야 한다. 1962년 김 주석과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사이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결과, 북한은 백두산 천지의 약 5분의 3을 차지할 수 있었다. 최근 중국 내 소장파 역사학자들이 ‘저우언라이가 백두산을 팔아먹었다’는 주장을 펼 정도로 성공적인 협상이었다.”
    영토 분쟁? 북한 경제 장악 노린다
    중국의 ‘동북지역-북한 경제 전략’을 보여주는 단서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국이 동북공정 작업을 본격화한 2004년부터 중국의 대북 투자와 양국 간 교역이 급증한 사실에 주목한다.

    최근 중국은 북한과 연결되는 각종 도로, 철도 같은 인프라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6년 3월 옌볜조선족자치주의 훈춘시는 6000만 유로(약 690억원)를 투입, 북한과 공동으로 북한 나진항에서 훈춘시에 이르는 200여 km의 항만-도로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정부는 이 항만-도로를 이용해 중국에서 생산한 물건을 러시아 한국 일본 등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영토 분쟁? 북한 경제 장악 노린다

    중국 지린성 화룽현 남평. 북한 무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은 모두 이곳을 통해 중국에 반입된다.

    지금이라도 북한과 옌볜지역에 한국인 투자 늘려야

    중국이 추진 중인 동북개발은 2006년 7월 착공해 2008년 12월 완공 예정인 ‘동변도철도’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동북 3성(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의 북한 접경지대를 거쳐 중국의 대표적 수출기지인 다롄까지 이어지는 총 1380km 길이의 이 철도는 동북개발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이 사업에 총 127억4300만 위안(약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 철도가 완공되면 두만강변의 북한과 중국의 모든 도시는 사실상 ‘조-중 세관’으로 변모하게 돼 중국 동북지방과 북한 함북, 양강도는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일 전망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 정부는 동북 3성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꼽아왔다. 중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광둥성과 생산기지인 저장성 온저우지역이 인건비 상승 등의 압력으로 생산력이 떨어지면서 동북 3성으로 눈길을 돌린 것. 동북3성은 중국의 다른 어느 곳보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자연환경 그리고 3국의 국경이 맞닿아 있어 산업, 물류, 관광이 한꺼번에 가능한 천혜의 경제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함북 무산철광 등 북한의 지하자원이다. 아시아 최대 노천 철광인 무산철광의 50년 채취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을 정도다. 현재 무산에서 채굴된 철광은 화룽현 남평을 통해 끊임없이 중국에 유입되고 있다. 그 밖에도 중국은 북한의 회령금광과 만포아연철광, 유전 등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북한 경제 침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상당 규모의 중국 자본이 이미 북한에 유입돼 북한 경제를 흔들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동북지역의 상권을 거머쥔 저장성 온저우지역의 자본은 평양의 한복판까지 진출한 상태다. 2005년 평양제일백화점의 경영권을 손에 쥔 자본도 바로 이것이었고, 최근 평안도와 함경도 해안을 사들여 양식업으로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자본도 모두 옌볜을 거친 ‘온저우 자본’이다. 이와 관련해 옌볜대학의 한 교수는 “북한이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벤치마킹을 했던 곳이 바로 저장성 온저우다. 이 때문에 온저우 자본이 북한에 쉽게 유입될 수 있었다. 이미 북한 경제의 상당 부분이 온저우 자본에 잠식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옌볜지역의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러한 중국 동북지역의 변화와 중국 정부의 전략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이라도 북한과 옌볜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려 경제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다. 옌볜의 한 조선족 학자는 “관광산업에만 집중된 한국의 투자로는 중국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지하자원, 산업인프라를 겨냥한 투자가 조직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일개 기업 차원에서 할 일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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