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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미래 창작자 위해 새로운 저작권 프레임 만들자

시대에 맞지 않는 샘플링 과금

미래 창작자 위해 새로운 저작권 프레임 만들자

미래 창작자 위해 새로운 저작권 프레임 만들자

지난해 6월 서울 잠실에서 열린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축제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2016’ 현장. 외국인 2만5000여 명 등 15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모여 EDM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사진 제공 · 울트라코리아]

권리란 후천적이다. 역사적 행위의 정당화이자 합리화다. 자유가 그랬고 인권도 그랬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실은 당연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저작권 또한 그렇다.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때 창작은 집단의 영역이었다. 민요가 그러하듯 구전에 의해 변형되고 틀을 갖췄다. 인쇄술 발달과 함께 17세기 영국에서 저작권 개념이 형성된 이래 음악에도 저작권이 생겼다. 악보에 의해서다. 그 후로 우리는 어떤 작곡가가 어떤 음악을 만들었는지 알게 됐다.

창작자에게 저작권은 여러 기능을 한다. 첫째, 경제적 동물인 인간을 움직인다. ‘대박 히트 곡’만 내놓으면 통장 잔고 단위가 달라진다. 노래 한 곡이 ‘벚꽃 엔딩’ 같은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르면 창작자에겐 시중 어떤 금융상품보다 짭짤한 연금이 된다. 음악을 만드는 이가 그런 저작자를 한 번도 부러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막 창작을 시작한 이가 그런 노래를 만들 꿈을 꾸지 않았다면 진실이 아니다.

둘째, 저작권은 현대 대중음악을 개인, 또는 집단의 작품으로 굳히는 틀이 된다. 이젠 누군가 새로운 음악을 창작하려면 기존 음악과 달라야 하는 게 당연한 사실이자 창작 윤리로 자리매김했다. ‘창작의 고통’이란 표현에는 그래서 저작권 침해를 피하기 위한 노력도 포함된다.

음악 저작권을 둘러싼 담론 가운데 현시대에 가장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샘플링 관련 저작권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힙합이 부상하고 90년대를 거치는 동안 샘플링 또한 저작권 승인을 받아야, 즉 돈을 내야 합법적인 게 됐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의 음악, 즉 힙합이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서 샘플링은 창작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래서 관련 앨범들을 보면 부클릿(Booklet·소책자)에 각 노래가 누구의 어떤 곡에서 일부를 따온 것인지 밝히고 저작권자에게 허락받았다는 사실을 명시한 내용이 빽빽이 적힌 경우가 있다. 요컨대 음악 창작이 무에서 유를 만드는 시대에서 유를 미분하고 적분해 또 다른 유를 만드는 단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오히려 창작에 걸림돌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창작자가 레코드사의 지원을 받거나 이미 성공한 경우엔 일일이 사용료를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데뷔 전이라면 그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언더그라운드나 유튜브(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공식적인 음악산업의 틀에 진입할 수 없다는 말이다.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한, 새로운 시대의 음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표절 등 기존 저작권 침해 행위가 곡의 유사성을 따지는 것이라면, 샘플링은 기존 곡의 일부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음식에 비교하자면 무게 단위로 취급하는 식재료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몇 소절 이내의 경우 무료, 혹은 기존 저작권 사용료보다 적게 과금하는 방식으로 샘플링을 허용하면 어떨까. 그럼 이미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성화된, 샘플링을 통한 창작이 주류로 올라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창작자 풀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고, 나아가 현 음악 창작 기술에 맞는 제도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다. 당연히 기존 저작권 프레임에서 반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음반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가장 반발하던 집단은 악보 출판업자들이었음을. 모든 신기술은 그에 걸맞은 제도의 옷을 입을 때 문화를 이끌 수 있음을.





주간동아 2017.02.08 1074호 (p78~78)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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