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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기종 소유 욕망 ‘플래그십 증후군’ 아십니까?

최상위 기종 소유 욕망 ‘플래그십 증후군’ 아십니까?

최상위 기종 소유 욕망 ‘플래그십 증후군’ 아십니까?
플래그십(Flagship), 우리 말로는 ‘깃발 꽂은 배(旗艦)’다. 바다 위 수많은 무리 가운데 돋보일 수밖에 없으니, 모두가 그 뒤를 따라야 하는 존재다. 원래 마케팅 분야에서 ‘시장에서 성공한 놈 몰아주기’라는 뜻으로 쓰였지만, 요즘에는 ‘최상위 기종’이라는 뜻으로 정착했다.

자동차에 적용해보면 ‘아우디의 플래그십은 A8, 재규어의 플래그십은 XJ…’ 대충 이런 식이다. 의류나 보석 혹은 전자제품이 아닌 기계류에 주로 사용된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자동차나 시계 등의 플래그십 모델은 어마어마하게 비싸 대중에겐 ‘그림의 떡’. 그런 까닭에 인터넷 주민들이 ‘플래그십’이라는 표현을 쓸 때는 십중팔구 카메라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

현재 카메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캐논(Canon)의 플래그십 바디는 ‘1Ds MarkII’ 일명 ‘막투’로 불리는 놈이다(곧 1Ds Mark III ‘막쓰리’도 출시된다). 카메라가 원래 비싼 물건인데, 플래그십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출시 초기 캐논 플래그십 모델은 1000만원을 호가하다가 근래 들어 700만원대로 내렸다. 하지만 이 가격이 ‘좀 산다는 직장인 남성’에게는 그다지 멀지 않다는 게 문제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자동차는 어차피 꿈꿀 수 없는 일. 그러나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디지털 카메라’를 통장 한두 개쯤 깨면 잡을 수 있다는 점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일 것이다. 게다가 블로거들에게 카메라는 필수품이지 않은가.

한편에서는 조금 다른 이유로 플래그십을 소유한다. ‘지름신’에 사로잡힌 이들이 쇼핑에 지쳤을 즈음 바라보는 모델이 바로 막투와 막쓰리, 즉 ‘막장 모델’들이다. ‘최고 기종을 가지면 더 돈 쓸 일이 없겠지’라는 환각이다. 그러나 웬걸, 카메라 본체가 1000만원이라면 본체를 장식하기 위한 렌즈와 기타 장비는 본체 가격의 두세 배가 넘는다.



‘플래그십’이란 단어가 ‘최상위 기종’을 의미한다는 것 자체가 ‘비쌀수록 잘 팔리는 시대’를 웅변한다. 세계화 시대, 인터넷 경제의 폐해인 셈이다. 캐논에 줄곧 밀리던 니콘이 최근 새 플래그십을 들고 나왔다. 니콘 D3와 보급형 플래그십인 D300.

니콘코리아 측은 D3의 본체 가격을 대략 550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러자 이 가격에 배신감을 토로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도배질됐다. 이 기종이 일본에선 450만원 정도이니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긴다”는 성토다. 반대로 니콘은 “캐논보다 싸다”며 억울해하는 눈치다.

한국인들이 유독 비싼 물건을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플래그십을 소유했다는 만족감을 즐기는 것일까. 니콘의 판매량을 지켜보면 답이 나올 것도 같다.



주간동아 2007.12.04 613호 (p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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