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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남이가!” 고대교우회 靜中動(정중동) 지원사격

각 지부 활동 활기, 졸업생 소모임 부쩍 … 특정후보 지지 선거법 저촉 수위 조절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MB가 남이가!” 고대교우회 靜中動(정중동) 지원사격

“MB가 남이가!” 고대교우회 靜中動(정중동) 지원사격

1월5일 고대교우회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고대교우회 ○○지부 첫 모임. 11월29일 6시50분’

신한은행에서 일하는 Y(33)씨는 최근 ‘고대교우회(高大校友會)’ ○○지부로부터 “교우회에 참석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L(43)씨에게도 교우회 모임을 전하는 ○○지부 명의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는데, 이는 학교를 졸업한 뒤 처음 있는 일. 서울의 한 아파트촌엔 교우회 모임을 알리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고대교우회 각 지부의 활동이 활기를 띠는 것은 17대 대선과 무관치 않다. 고려대 출신의 이명박(MB) 후보가 유력주자로 떠오르면서 고대교우회의 지역별 지부에서 꾸리는 행사와 졸업생들의 소모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 한 대기업의 대외협력팀에서 일하는 K(43)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정치권 인사, 법조인, 기자 등을 엮은 소규모 모임이 생겨났는데, 술자리에선 ‘고대 정권’ 운운하는 표현도 오간다. 우리 학번만 최근 만들어진 모임이 네댓 개가 된다. 물론 MB를 지지하는 이들만 모이는 것이다.”

남다른 끈끈함 자랑, 고려대 인맥 든든한 우군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나는 사실 고대 동문이다.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을 때 내 주변 분들의 반응 중 가장 의아해하는 부분이 ‘깨지지 않는 대한민국 3대 모임’이라는 우스개가 있는 고대 동문의 끈끈한 관계에 대한 문제였다.”(이계진 한나라당 의원)

‘대한민국 3대 모임’은 ‘찰떡 집단’으로 소문난 ‘고려대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를 가리킨다. ‘교우회(校友會)’라는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데, ‘교우’라는 말은 ‘한 학교를 다닌 우린 모두 친구’라는 뜻이다(서울대는 동창회라는 표현을 쓰고 연세대는 동문회라고 부른다).

MB가 서울시장 재임 때인 2005년 한나라당 H 의원이 가까운 고려대 출신 기자들과 모임을 했을 때의 일이다. 모임이 끝날 때쯤 H 의원은 “MB가 고대 졸업생 중 대권에 가장 근접한 사람 아니냐. 우리 고대 사람들이 도와줘야지 누가 도와주겠느냐”면서 속내를 드러냈다. 동석한 기자들은 ‘이건 아닌데…’ 싶었으나 대선배의 ‘모교 사랑’에 토를 달 수 없는 분위기였다.

“서울대 출신 교수들도 고려대에 들어오면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고대인(高大人)이 된다.”(고려대 출신의 C 의원)

김대중 정부 시절 고려대 출신의 김중권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집권당 대표에 올라 고려대 출신 인사들을 챙기자 연세대 출신들 또한 “우리도 고려대처럼…” 식의 ‘기류’를 보인 일이 있었는데, 당시 고려대 출신 인사들은 “모이는 척해도 그쪽은 ‘거품’”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고대 출신들은 조직융화력과 충성도에서 단연 1위다. 술집에서 생면부지의 새까만 후배를 만났다고 술값을 대신 내주는 선배를 가진 학교는 고대 외엔 없다. 후배들의 ‘술꼬장’을 깰 때까지 받아주는 선배도 고대 출신밖에 없다. 그게 고대의 융화력이다.”

올 1월5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대교우회 신년교례회는 1500여 명의 참석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예년보다 5배 넘게 교우들이 몰린 것은 유력주자인 MB가 참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MB는 행사장을 누비면서 인사를 나눴고, 교우들은 앞다퉈 그와 기념촬영을 했다. MB는 “선후배님들께 욕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남다른 끈끈함’을 자랑하는 고려대 인맥은 MB의 든든한 우군이다. 그는 정당별 대선 경선과정에서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았는데, 500만원을 초과한 고액기부자의 30%가 고려대를 졸업하거나 고려대의 전문대학원을 수료한 사람이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고액기부자는 호남 출신, 전주고 출신이 많았다.

MB의 인맥지도 저변에도 고대교우회가 있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를 비롯해 박영준(후보비서실 네트워크 팀장·전 서울시 정무보좌역), 강승규(선대위 커뮤니케이션 팀장·전 서울시 홍보기획관), 김영우(국제정책연구원 정책국장) 씨 등이 ‘고려대 사람들’이다.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을 맡은 고려대 곽승준 교수(경제학)는 MB를 고대교우회에서 처음 만났다.

한나라당 의원으로는 홍준표 이재오(고려대 교육대학원) 박계동 김병호 박형준 주성영 이계진 정문헌 박세환 이병석 권오을 이강두 의원이 고려대 출신인데, 이재오 의원은 MB캠프의 실세이며 홍준표 의원은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아 BBK 사건에 대한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이계진 주성영 이강두 의원은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

“MB가 남이가!” 고대교우회 靜中動(정중동) 지원사격

고려대 경영관 ‘이명박 라운지’.
서울 성북구 종암동 고대교우회관(아래).

교우회원 25만명 … 정치 스펙트럼 제각각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참고인의 대부분이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LKe뱅크에 투자한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 BBK에 50억원을 투자한 심텍의 전세호 사장, 100억원을 투자한 삼성생명의 백용즙 전 사장, 47억원을 투자한 조봉연 오리엔스캐피탈 회장이 고려대를 나왔다. 반면 검찰의 BBK 사건 특별수사팀은 고려대 출신이 아닌 검사들로만 꾸려졌다.

11월13일자 ‘고대교우회보’엔 “美 시사주간지 타임(Time) 선정 환경영웅 이명박(경영 61) 교우’ 제하의 기사가 ‘콘크리트 정글 같은 서울을 푸른 오아시스로… 불도저 산업역군이 세계적 환경전문가로 거듭나다’라는 부제와 함께 실렸다. 이 기사에 따라붙은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의 기고문에서 고대교우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각 후보들의 주요 정책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고 철저하게 개진돼야 할 이 시점에 상대방의 발목을 잡고 허물만, 그것도 확인조차 되지 않은 의혹만을 확대 과장하는 짓거리들이 넘쳐나고 있지 않습니까? … 공정한 경선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채 일부 국민의 지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탈당해서 무소속 후보로 나서는 작태는 정당정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일입니다….”(홍 전 총장 기고문 중 일부)

고대교우회는 ‘속으로는’ MB를 지지하면서도 ‘겉으로는’ 조심스럽다. 졸업생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제각각인 데다, ‘MB와 고려대가 오버랩되는 게’ MB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각 지부별 모임 등에서 ‘MB 지지 발언’이 나오지 않게끔 유의하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교우회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11월13일자 ‘고대교우회보’의 MB 기사와 홍 전 총장의 기고문도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한다.

MB, 얼마 전부터 관련 행사 되도록 불참

고대교우회 회장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은 MB가 좌장격인 ‘61회(61학번 동기 모임)’ 멤버다. 그는 4월 신임 교우회장으로 뽑혔는데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씨와 경합하다 추천위에서 단수로 그를 후보로 내세워 당선됐다. 천 회장과 MB는 오랫동안 친분을 쌓은 사이로 그는 ‘티내지 않고’ MB를 돕고 있다고 한다.

고대교우회의 한 관계자는 “고대교우회 100주년과 대선이 맞물리면서 MB가 교우회 행사에 노출될 기회가 많았다”고 했다. 3월24일부터 5월27일까지 고대교우회가 개최한 특별전시회 ‘입실렌티 체이홉’에선 1964년 한일회담 반대투쟁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최장집 고려대 교수 등 주동자들의 이름이 담긴 계보도(당시 성북경찰서 작성)가 전시되기도 했다.

MB는 5월4일 밤 열린 고려대 축제 ‘입실렌티(IPSILENTI)’ 행사에 참석해 학생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자 단상에 올라가 이 학교 응원가를 불렀으며, 2월엔 김승유 하나은행장과 함께 고려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수학능력시험 고득점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등록을 당부했는데, 그 결과 서울대에 복수합격한 10여 명의 최상위권 수험생이 고려대로 발을 돌렸다고 한다.

MB는 얼마 전부터 고려대 교우모임, 현대그룹 관련 모임, 기독교 관련 행사엔 되도록 불참하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대교우회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교우회 한 인사가 ‘인간 이명박’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특집기사를 ‘고대교우회보’에 실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으나 실무진에서 ‘위험하다’며 반대한 일도 있었다.

고대교우회 회원은 25만명이 넘는다. 고대교우회는 사실상 MB를 지지하고 있으나 졸업생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당연히 제각각이다. 10월13일 고려대 교정에선 77학번 동기회가 주관한 입학 30주년 기념 ‘홈커밍 데이’가 열렸다. 77학번 동기회 회장은 대통합민주신당 전병헌 의원이었는데, 이날 공식행사에서 MB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10월6일 ‘2007 정기 고연전’이 끝난 뒤 뒤풀이에서 교우 선배들이 안암동의 술자리를 돌며 “MB를 지지해달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가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는 걸 아느냐”는 학생들의 지적을 들은 일도 있었다. 지금은 자당(自黨) 후보인 MB의 당선을 위해 뛰고 있는 이계진 의원이 경선 때 박 전 대표 지지를 선언한 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소개한다.

“‘성씨’가 같다고 지지하고, ‘고향’이 같다고 지지하고, ‘학교’가 같다고 지지하고, ‘같은 군대 출신’이라고 지지하고, ‘영남’이니까 뭉치고, ‘호남’이니까 흩어지지 말아야 하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남이가!’ 정신을 벗어나야 선거는 ‘축제’가 되고 정말로 좋은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입니다.”



주간동아 613호 (p20~22)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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