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9

2007.11.06

“따끈따끈한 문화를 파는 자부심 커요”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7-10-31 1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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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끈따끈한 문화를 파는 자부심 커요”
    서울 4호선 명동역 지하철 서점에서 일하는 이학자(61) 씨는 1990년부터 지하철 서점을 꾸려왔다. 서점 운영을 배우기 위해 서너 달 다닐 생각으로 ㈜한우리에 취직했다가 아예 지하철 서점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최신 잡지나 신간을 구경하면서 세상 흐름을 감지하고, 이따금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판매대 주변은 늘 사람들로 북적댄다.

    “판매대가 오픈된 공간이다 보니 몸가짐을 늘 잘해야 해요.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명동 지하철역 서점 아줌마로 기억될 테니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 하잖아요.”

    처음 서점을 꾸릴 당시 3000원대였던 책들은 만원으로 올랐고, 40대였던 그 역시 60대가 됐다.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인기 있는 책도 많이 변했다.

    “옛날에는 역사소설이나 유명 인물을 다룬 책이 많이 나갔는데, 요즘엔 경제 및 실용서나 가벼운 연애소설이 잘 나가요. 손님들에게 오랫동안 간직하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사라고 권하면 그런 책은 머리 아프대요.(웃음) 그만큼 먹고사는 일이 힘들어진 것 같아요.”

    명동역이라는 지역 특성상 낮보다는 저녁, 주중보다는 주말에 책이 더 많이 팔린다. 이씨 역시 오전 11시경 출근해 밤 11시쯤 퇴근하는 생활을 한다. 단골층은 명동역 주변에서 일하는 상인과 직장인. 젊은 사람들이 주를 이루지만, 매주 또는 매달 잡지를 사는 10년 넘은 단골도 많다.



    “단골 손님들과 함께 나이를 먹는 것 같아요. 정기적으로 잡지를 사가는 분이 이번 달에 안 오면 괜히 걱정이 되곤 해요.”

    서울메트로(2~4호선) 48개 역사에 60여 개의 지하철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우리에 따르면 한 달 평균 7만명이 지하철 서점을 이용하고, 7만5000여 권의 책이 판매된다고 한다. 대부분 지하철을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니, 지하철 서점이 독서문화 확대에 일조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씨는 이런 지하철 서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걱정했다. 그는 “(지하철 공간에) 임대료를 더 많이 지불하는 타 업체에 밀려 지하철 서점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돈이 덜 되기 때문인지 지하철 서점이 줄어드는 추세예요. 하지만 서점은 문화공간이잖아요. 오랜 세월 이곳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문화를 전달한다는 자부심도 컸는데, 혹여나 이 일을 더는 못하게 될까봐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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