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9

2007.11.06

권영길도 단일화 동참? 어림없는 소리!

진보진영 학자들 통해 ‘솔솔’… 범여권과 노선차 뚜렷, 민노당 독자출마 의지 강해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7-10-31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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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길도 단일화 동참? 어림없는 소리!

    10월18일 첫 지역 순례에서 전남 벌교의 시장 상인과 인사를 나누는 권영길 후보(왼쪽).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 당시 국민승리21 후보로 30만6026표(전체의 1.38%) 득표’ ‘2002년 16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95만7148표(3.9%) 획득’ ‘2007년 17대 대선 300만 표 목표’.

    대권 3수(修)생 권영길(66) 후보를 이번 대선에 또다시 내세운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의 과거 대선 실적과 향후 목표는 이렇다.

    현재 권 후보는 10월18일부터 전남 벌교를 기점으로 20일간의 지역 순례에 나섰다. 민생투어를 통해 타깃 유권자층인 노동자, 농민과 부대끼며 표심(票心)을 공고히 다지는 한편, 11월11일 서울에서 100만명이 참가하는 민노당 주관의 ‘민중총궐기대회’를 통해 대선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것이 나름의 구상이다.

    한나라당`-`범여권`-`민노당 3자 구도 땐 지지율 8~14%로 상승

    그러나 권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9월15일 당내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4~5%대였던 지지율은 최근 2~3%대까지 하락해 정치권과 여론의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유일 진보정당을 표방한 민노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5~10%대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초라한 수준. 이 때문인지 민노당 안팎에선 “민노당 역사상 당 중심인 대선후보의 지지도가 당 자체 지지도보다 낮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는 우려와 함께 “또 권영길이냐”는 자조마저 쏟아지고 있다. 조직, 재정, 후보라는 선거의 3요소 측면에서 볼 때 ‘민노당=권영길’이란 등식은 이제 더는 불변의 법칙이 아닌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을 끄는 점은 권 후보와 다른 대선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다. 단일화 논의는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음에도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권 후보가 이 논의의 장(場)에 뛰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추론은 민노당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치권 여기저기서 적잖이 감지된다.

    이는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가 10월 초 한 시사주간지의 기고문에서 주장한 민노당과 범여권의 대선후보 단일화 촉구, 10월18일 이른바 ‘진보 개혁 교수’ 27명이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창조한국당(가칭), 민노당 등 진보개혁 세력이 후보 단일화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며 내놓은 ‘정책경쟁을 통한 진보개혁 진영의 후보 단일화 촉구’ 성명 등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권 후보와 범여권 간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그 한 가지 근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평화협정 체결, 국가보안법 철폐 등 민노당이 주창해온 정책기조와 노선이 범여권과는 완전한 차별성을 지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민노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의 귀띔.

    “1999년 창당한 민노당은 범여권과 전혀 다른 역사적·계급적 배경을 갖고 있다. 게다가 권 후보는 15~17대 대선에 연속 도전한 유일한 후보다. 고유의 당과 후보가 있는데, 왜 단일화를 하는가? 최근 권 후보가 ‘코리아연방공화국 건설’ 같은 구호성 통일방안을 외쳐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당원들이 그에게 식상함을 느끼고 실망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당 처지에선 ‘권영길’ 개인만 버리면 되지 당의 정체성까지 버려 존립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권 후보 본인은 물론, 경선에서 그를 지지한 당내 주류세력인 민족해방(NL) 계열 역시 후보 단일화 의사가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문국현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도 높지 않아

    권 후보와 민노당이 범여권과의 후보 단일화에 뛰어들지 않으리란 전망은 범여권 내 후보 단일화의 최대 수혜자가 권 후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현재 전체 대선후보 가운데 권 후보에 대한 단순 지지도는 불과 2~3%대. 하지만 범여권 내 후보가 단일화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범여권 단일 후보-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3자 대결이 벌어질 경우를 가상한 여론조사에서 권 후보는 8~14%에 이르는 지지율 상승을 기록했다.

    권영길 캠프의 문명학 정무특보는 “우리의 대선 전략은 ‘계급투표’와 ‘진보대연합’이라는 두 가지 명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선 전략 원칙이 5년 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실제 민노당은 10월18일 새진보연대, 한국사회당 등과 ‘진보대연합’ 실현을 위한 비공개 실무협의를 갖고 선거연합 추진기구에 대한 명칭을 ‘진보정치 연석회의’로 정한 뒤 후보 단일화 추진을 위한 논의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대선판을 진보 대 보수의 대결로 이끌겠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더욱이 진보대연합 추진은 민노당 중앙위원회의 결정 사항이기도 하다.

    권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 의향이 없다는 점은, 범여권 내에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한나라당 이 후보의 국민 지지도가 50%를 넘는 현 대선판도에서 그 효과가 폭발력을 지니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현재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장외에서 창조한국당 창당을 준비하는 문국현 후보 간에 11월 중순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단일화 논의는 ‘반(反)한나라당’이란 정서적 동질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각 후보와 정당 간 이질성, 대선 4개월 뒤에 이어질 총선 등과 맞물려 과거 대선에서와 같은 정치적 파급력을 갖기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권 후보와 문 후보의 연대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두 후보의 연대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권 캠프 측이 최근 문 후보 진영에 이른바 ‘가치연정’이란 이름으로 연대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 후보가 비교적 개혁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해도 한미 FTA 저지 등 민노당이 최고로 치는 가치들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민노당으로선 연대가 무의미하다고 볼 것이다.

    권 캠프의 박용진 대변인은 “문 후보 측에 11월4일쯤 만남을 갖자고 제안한 상태지만, 그가 우리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한 연대는 불가능하다”면서 “설사 연대를 한다 해도 이는 보수세력의 집권을 공동 견제하자는 협력관계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

    60일도 채 남지 않은 대권 레이스. 후보 단일화 의사가 없음을 못 박은 권 후보와 민노당은 이번 대선에서 독자적 돌파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노무현-이회창이라는 거물의 틈바구니에서도 3당 자리를 지켰던 5년 전 민노당의 저력이 재연될지가 또 다른 대선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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