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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불꽃 탈 때 우리는 속 타요”

세계불꽃축제 불꽃쇼 디자인한 한화 연화사업팀 … 타이밍·모양·안전 걱정에 ‘노심초사’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화려한 불꽃 탈 때 우리는 속 타요”

“화려한 불꽃 탈 때 우리는 속 타요”
10월13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2007 서울 세계불꽃축제가 열렸다. 총행사비 12억원이 들어간 이번 축제를 보기 위해 서울 시민 150만명이 운집했다. 한강시민공원은 물론 여의도 63빌딩, 마포대교, 아파트 옥상 등 저마다 점 찍은 ‘명당’을 찾아 모인 인파는 6만 발 불꽃이 장렬하게 터지는 70여 분 동안 까치발을 들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열기 어린’ 저녁 한때를 보냈다.

찬란한 ‘순간’을 연출하기 위해 전부를 태우며 찰나에 사라져버리는 불꽃. 이 불꽃은 자주 애용되는 메타포(metaphor)이자 사랑받는 놀이(소재) 가운데 하나다.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는 ‘완성의 순간에 보는 이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불꽃을 ‘예술의 가장 완전한 형태’라 했고, 이탈리아의 야금기술자 비링구초는 불꽃을 ‘연인의 키스’에 비유했다.

한 차례 불꽃쇼 위해 서너 달 이상 디자인

‘삶과 사랑, 죽음과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기타노 다케시의 베니스 영화제 수상작 ‘하나비’는 우리말로 ‘불꽃’이라는 뜻이며, 이영애의 불륜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TV드라마 제목도 ‘불꽃’이었다. 생애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시간, 또는 허무하게 사라진 순간을 빗대고 싶을 만큼 불꽃과 불꽃놀이는 더없이 매력적이다.

“정확성과 조화가 중요하죠.”



10월19일 서울 세계불꽃축제의 불꽃쇼 디자이너 엄수원 씨(한화 연화사업팀)는 성공적인 불꽃놀이의 조건으로 정확한 타이밍과 모양, 어울림을 꼽았다.

“연화포를 설치하는 위치와 각도, 연화가 발사되는 타이밍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져요. 게다가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사고 위험이 늘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죠. 하면 할수록 중독성이 있지만, 사실 피를 말리는 일이에요.(웃음)”

“화려한 불꽃 탈 때 우리는 속 타요”

10월13일 서울 세계불꽃축제를 위해 행사 일주일 전부터 한강에 17대의 바지선을 띄우고 연화포를 설치했다.

일반인에게는 명칭도 생소한 불꽃쇼 디자이너 일을 5년째 하고 있는 그는 한 차례의 축제를 위해 적게는 한 달에서 많게는 서너 달 이상을 컴퓨터와 씨름하며 불꽃쇼를 디자인한다. 불꽃쇼 디자인에는 눈에 보이는 디자인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쇼 전체를 총괄하는 공연 연출과 유사하다. 행사 콘셉트에 맞는 음악을 고르고, 다양한 종류의 불꽃을 음악에 맞게 배열하며, 행사 일주일 전부터 20여 명의 장정들을 진두지휘하면서 연화포의 설치 위치와 각도를 챙기는 것도 디자이너의 몫이다.

엄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한화 연화사업팀에는 화학을 전공한 사람이 다수라고 한다. 한마디로 불꽃놀이는 과학적 요소에 미학적 요소를 고려한 종합예술인 셈이다.

불꽃놀이에서는 불꽃의 크기와 화려함 못지않게 어울림도 중요하다. 막무가내로 펑펑 터지는 불꽃은 미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한 예로 신나는 음악에는 커다란 불꽃이 어울리지만, 조용한 음악에는 흘러내리는 듯한 작은 불꽃이 적합하다는 것. 엄씨는 “불꽃도 불꽃 간의 모양과 색상의 어울림, 주변 배경과의 어울림, 배경음악과의 어울림이 중요하다”면서 “이런 어울림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불꽃쇼를 한결 재미있게 즐길수 있다”고 조언했다.

화재·실명 위험 높은 초긴장 작업

불꽃 자체가 다수가 함께 즐기는 놀이 성격이 강한 만큼, 국가별로 불꽃쇼의 특징도 뚜렷하다. 불꽃의 색상, 밝기, 모양의 정확성이 특히 우수한 일본은 불꽃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데 비해, 전체 연화 제작량의 70%를 생산하는 중국은 소위 ‘떼로 터뜨리기’ 즉 물량공세가 장기다. 대륙 기질이 강한 미국의 불꽃쇼 역시 스케일이 크고 화려하다. 반면 유럽은 신나는 음악에 어울리는 크고 화려한 불꽃보다는 조용한 음악에 적합한 낮고 작은 불꽃을 자주 사용해 예술성을 높인다. 한화 연화사업팀의 최병희 과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나는 음악에 펑펑 터지는 대형 불꽃을 즐기는 편”이라고 전했다.

불꽃놀이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9세기 중국인들에 의해 불꽃이 발견되고 13세기 유럽으로 전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불꽃놀이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다양한 불꽃축제와 대회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데, 캐나다 몬트리올 불꽃대회, 이탈리아 피오리 디 푸오코, 일본 오마가리 불꽃축제 등이 대표적인 행사들. 나라별로 불꽃쇼 연출팀도 여럿 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연회에서 불꽃놀이를 처음 한 것으로 전해지며, 현재 대형 불꽃축제로는 2000년 시작된 서울 세계불꽃축제와 부산 불꽃축제, 포항 불빛축제가 전부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불꽃축제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아니다. 서울 세계불꽃축제의 경우 매년 행사 때마다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하고 있으며, 불꽃쇼 관련 인터넷 카페의 경우 회원 수가 8000명 가까이나 된다. 이 카페 회원들은 불꽃축제 관련 정보를 나누거나 장난감 연화로 연출한 자신의 불꽃놀이 사진을 소개하기도 한다(대형 연화의 경우 화약류단속법에 따라 경찰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릴 때 광적으로 불꽃쇼를 좋아했던 탓에 나중에 대덕 연구단지 연구원직을 그만두고 불꽃쇼 대행사를 차렸다”는 유지곤(29) 씨는 “누구나 불꽃을 동경하는 것 같다”면서 “불꽃쇼는 밋밋한 일상이나 행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불꽃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유씨는 “손이나 입으로 불꽃을 가지고 놀거나 심지어 연화를 분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화재는 물론 실명(失明)의 위험도 높다”고 말한다. 불꽃을 아름답게 태우기 전에 정확한 준비와 조화, 안전을 늘 명심해야 한다는 것. 이는 삶이든 사랑이든, 대형 불꽃쇼든 장난감 불꽃놀이든 어디에나 똑같이 적용되는 수칙처럼 들린다.

▶ 참고 사이트 : 불놀이닷컴 www.bulnori.com



주간동아 2007.10.30 608호 (p60~61)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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