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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밥그릇만 챙기는 농협, 제정신인가

정대근 씨에 2억원 성과급 지급 모럴해저드 … 송석우 씨 공직자윤리법 어겨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제 밥그릇만 챙기는 농협, 제정신인가

제 밥그릇만 챙기는 농협, 제정신인가

서울 중구 충정로1가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가 ‘농민 팔아 배 불리는 곳’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제 식구 챙기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벌어진 일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대근(63) 농협중앙회장의 사례부터 보자.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6400여만 원과 올해 2월 1억6000여만 원 등 2억2000여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는데, 7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1300만원을 선고받고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구속과 재판 등으로 중앙회장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에도 2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성과급 지급 당시엔 구금돼 있지 않았던 만큼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농협중앙회는 해명한다.

송석우(67) 전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이사의 경우는 ‘밥그릇 챙겨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 그는 2000년 7월부터 축산경제대표이사로 일하다가 2월13일 임기를 남겨두고 사퇴, 현재는 농협 출자로 세워진 농협사료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이계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송 전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이틀 뒤(2월15일) 농협사료의 ‘임시 이사회’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는데, 주총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바꾸고, 대표이사의 기본급을 1억3100만원(2006년)에서 1억9000만원으로 올리는 정관 및 규정 개정안이 승인됐다.



구속과 재판 중앙회장직 제대로 수행 못해

송 전 대표이사는 이날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고 닷새 뒤 농협사료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에게 자리를 넘긴 남경우(63) 전 농협사료 사장에게 공로금으로 500만원을 지급하는 사안도 승인됐는데, 남 전 사장은 선출직인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이사로 옮겨갔다. 두 사람이 자리를 맞바꾼 ‘회전문 인사’인 셈이다.

공직자윤리법 17조 제1항은 “(공직 유관단체의 임직원 등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 또는 영리사기업체의 공동 이익과 상호 협력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 단체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송 전 대표이사가 퇴직 이틀 만에 농협사료로 자리를 옮겼음에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승인 요청을 하지 않다가 국회의 국정감사 준비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일부 포착되자 10월5일 농림부에 사후승인을 신청했다. 송 전 대표이사의 농협사료 회장 취임은 결과적으로 공직자윤리법 17조 제1항을 어긴 것이다.

공직자윤리법 29조는 “17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퇴직공직자가 영리사기업체 혹은 협회에 취업한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송 전 대표이사는 “공직자윤리법에 그런 규정이 있는지 뒤늦게 알았다. 농협사료가 축산경제대표이사 관할이다 보니 갈 자리를 만들어놓고 임금까지 올렸다는 오해를 살 수 있으나 그런 거 일절 없었다. 내가 농협중앙회에서 퇴직한 뒤 임금 인상이 결정되지 않았는가. 예우 차원에서 연봉 수준을 올려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는 송 전 대표이사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농림부는 “취업제한 영리사기업체나 협회에 취업하고자 할 때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 여부 확인’ ‘취업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2006년 12월28일을 비롯해 수차례 내려보낸 바 있다.

이계진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뀐 뒤 뽑힌 3명의 회장이 모두 철창 신세를 졌음에도 아직도 도덕적 해이의 백화점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행태를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절망하고 있는 농축산인을 위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주간동아 2007.10.30 608호 (p27~27)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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