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3

2007.09.18

세계가 실력 인정한 ‘마림바의 여인’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7-09-17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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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가 실력 인정한 ‘마림바의 여인’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민속 타악기 ‘마림바(marimba)’는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다. 실로폰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소리는 훨씬 부드럽고 풍성하다.

    이 소리에 푹 빠져 13년째 건반을 두드려온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타악기 연주자 김미연(27) 씨가 결국 일을 냈다. 8월23일 벨기에 생트뤼덴에서 열린 ‘국제 마림바 콩쿠르’ 독주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여기에 청중상과 최고연주상도 함께 수상했다. 물론 한국인으로는 최초다.

    2001년부터 3년에 한 번씩 독주와 듀오 두 부문에서 펼쳐지는 이 대회는 올해 3회째지만 세계 최대 규모다.

    김씨가 마림바를 처음 접한 것은 서울 영광여고 1학년 때. 어느 날 영광여고 관악대원 중 한 사람이 마림바를 연주하는 소리를 들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순간 그는 마림바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 전까지 마림바라는 악기를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처음 이 악기의 소리를 들었을 때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좋더라고요. 무척 아름답고 풍성하고 포근했어요. 그 길로 바로 이 악기를 시작하게 됐죠.”



    하지만 김씨는 마림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대학에 입학하려면 모든 타악기를 다 다룰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북, 탬버린, 실로폰, 트라이앵글, 심벌즈 등 그가 다룰 수 있는 타악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국립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난 김씨는 마림바과와 타악기과를 동시에 다녔다. 마림바 하나만을 선택하기엔 국내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김씨는 유학 시절이던 2004년 제2회 국제 마림바 콩쿠르에 참가했다. 그때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파리 국립음악원을 졸업도 하기 전에 그는 한 가지 고민을 해결했다. 서울시향 타악기 연주자로 선발돼 직업을 갖게 된 것. 그리고 김씨는 서울시향 모르게 조심스레 두 번째 도전을 준비했다. 콩쿠르에 나갔다 떨어지면 서울시향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좋은 결과를 거둬 그 같은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벨기에 왕립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에서 또다시 마림바를 전공하고 있는 김씨는 한동안 바쁜 나날을 보낼 듯하다. 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그를 찾는 곳이 무척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9월 중순 폴란드 ‘인터내셔널 카타르지나 미카(katarzyna mycka) 마림바 아카데미’, 10월 초 서울 국제 드럼페스티벌에 이어 10월과 11월 미국 오하이오에서 열리는 ‘PASIC 2007 페스티벌’에서 마림바 독주를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악기를 알리고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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