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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첫 우승 이라크 유별난 축구 사랑

  •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아시안컵 첫 우승 이라크 유별난 축구 사랑

아시안컵 첫 우승 이라크 유별난 축구 사랑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한 이라크 대표팀.

2003년 4월 중순 기자는 차량을 이용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향하고 있었다. 당시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됐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목했고 2003년 초 이라크를 공격했다. 이어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졌으며 바그다드가 미군 치하에 놓였다.

당시 이라크전쟁 특별취재팀의 일원이던 기자는 남쪽 쿠웨이트에서 국경을 넘어 바그다드로 가는 중이었다. 쉬지 않고 10시간 넘게 달리는 동안 목격한 이라크는 참혹했다. 곳곳에서 건물들이 폭격으로 무너졌고 전력과 수도가 끊겼다.

바그다드는 더 처참했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서 치안이 깨졌고 무기고가 털려 군의 개인화기가 민간으로 유출됐다. 소총 한 자루를 시장에서 3달러면 살 수 있었다. 테러가 판칠 때라 가장(家長)들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앞다퉈 총을 구입했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흘러 이라크 축구대표팀이 7월29일 아시안컵 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대 0으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 소식을 듣자 잊고 있던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길에서 만난 ‘탱크의 무덤’이다. 황량한 벌판에 탱크 수백 대가 파손된 채 나뒹굴고 있었다. 폭격을 당했는지, 군인들이 그곳에 탱크를 버리고 도망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바로 옆 공터에선 누더기 차림에 맨발인 아이들이 바람 빠진 공을 열심히 차고 있었다.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공 차는 아이들은 어디서든 눈에 띄었다.



언제부터 축구가 이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라크의 축구 사랑은 유난스럽다. 1948년 축구협회가 설립됐고 74년부터 ‘다우리 알 노바’라는 전국 규모의 축구리그가 열렸다. 우리로 치면 K리그 격인데 2006~2007시즌 참가팀이 23개나 된다. 바그다드에만 9개 팀이 있다. 이 대회는 전쟁과 내전이 한창이던 2002~2004년을 제외하곤 매년 빠짐없이 열렸다.

이라크 전역이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으로 오랜만에 기쁨으로 들썩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4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간인들이 기쁨에 겨워 공중에 대량으로 실탄을 쏘았고 그 총탄에 맞아 7명이 죽고 50여 명이 다쳤다고 한다. 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리했을 때는 축하인파를 겨냥한 테러로 50여 명이 숨졌다.



주간동아 2007.08.14 598호 (p88~88)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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