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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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묻지마 카드’ 발급 큰코다칠라

업계, 사회 초년생에게 경쟁적으로 발급 … ‘제2 카드 대란 불씨’ 우려 목소리

  • 정경진 아시아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입력2007-08-08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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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묻지마 카드’ 발급 큰코다칠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던 김모(22) 씨는 최근 한 중소업체에 인턴사원으로 근무한 지 두 달 만에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직장 경력이 부족해 카드 발급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한 달치 급여명세서를 제출한 것만으로 어렵지 않게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었다.

    대학 재학 중 A사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연체 때문에 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최모(29) 씨도 얼마 전 B사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최씨는 아르바이트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었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집이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돼 있다는 이유로 카드발급 심사를 통과했다.

    한 카드사 영업사원은 “카드사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신규카드 발급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며 “A사의 경우 재직기간과 4대 보험 가입조건 등이 없어져 PC방이나 패스트푸드, 유흥업계 종사자만 아니라면 하루만 근무해도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단 하루만 근무해도 OK”

    이른바 ‘신 파일(Thin File)’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카드사들이 ‘신 파일’을 대상으로 신규카드 발급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 파일’은 신용거래 이력이 거의 없어 신용평가를 하기 어려운 사회 초년생을 가리키는 말. 2002년 카드대란이 초래된 이유 중 하나는 이들에게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신용정보(한신정)에 따르면 2006년 하반기 전체 고객 중 ‘신 파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에 비해 1.5%에서 2.5%로 늘었다. 또한 전체 부도건 중 이들 고객의 비중은 2005년 3월 1.2%에서 2006년 6월 3.8%로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

    한신정 관계자는 “올 들어 새로 카드를 만든 고객 가운데는 ‘신 파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수”라며 “은행계 카드고객 중 15.75%, 전업 카드고객 가운데 14.50%가 사회 초년생이며 대형 카드사일수록 이들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 초년생들은 이미 카드가 있는 이들보다 카드 발급이 쉬워 카드사들의 주요 마케팅 대상이 되고 있다”며 “전체 카드고객 가운데 ‘신 파일’이 차지하는 절대수치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카드대란 당시 경험을 생각하면 경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2년 카드대란’ 이후 안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여겨지던 신용카드 시장이 또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카드로 발생하는 신용부실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돼 금융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카드사가 내근직 직원들에게 목표량을 할당하고 직원들은 지인을 동원해 할당량을 채우는 관행이 여전한 데다, 카드 모집인들의 경쟁도 위험수위를 넘어 부실계약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회사의 자산 건전성이 좋아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위험단계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지만 업계의 과당경쟁이 자칫 과거 카드대란 같은 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신용카드 업계의 회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용카드 발급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대란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한 신용카드 이용금액도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4분기 카드 관련 신규등록 47.65%

    한국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국내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는 9210만 개다. 신용카드 발급 건수는 2002년 1억480만 개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2003년 9551만 개, 2004년 8345만 개, 2005년 8290만 개로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은행계 카드에서 시작된 마케팅 경쟁이 가열되며 지난해 9114만 개를 기록한 이후 계속 늘어나 2003년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올 1·4분기 현재 경제활동인구(2369만명) 기준으로 1인당 3.9매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어 2003년의 1인당 4.1매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한국신용정보 조사에서도 올 1.4분기의 카드 발급을 위한 신용조회 건수는 1년 전보다 18.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002년 622.9조원을 기록한 뒤 2003년 480.5조원, 2004년 357.8조원으로 2년 동안 크게 줄었으나 2005년 363.8조원으로 처음 상승한 이후 지난해에도 368.2조원을 기록했다. 또한 올 1·4분기에만 93.6조원이 사용됐고, 연말까지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마케팅이 활발해지면 신용카드 발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우량 회원을 중심으로 카드를 발급하므로 부실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일부에서 카드 모집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있지만 2002년처럼 혼탁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카드 연체율은 낮아지고 카드사의 이익이 늘어나면서 자본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업체들의 건전성은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업 카드사들의 자본 적정성은 개선되고 있으나 최근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이 다소 약해졌다”고 밝혔다.

    올 3월 말 현재 대환대출을 포함한 전업 카드사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5.3%로 3개월 전의 3.6%보다 1.7% 상승했다. 특히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은 2003년 말 14.06%에서 꾸준히 낮아지다 올 들어 처음 올랐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금융연구원은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이 높아진 것은 업체들이 연회비 면제 등 각종 부가서비스로 회원 수를 확장하면서 과열경쟁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계부실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전국은행연합회 연체 신규등록 현황을 보면 올 1·4분기에 빚을 갚지 않아 신규 연체로 등록된 건수는 1년 전보다 20% 감소했다. 2001년 6월과 비교하면 24%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등록 사유별로 연체 신규등록비 동향을 살펴보면, 대출 관련 등록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반면 카드 관련 등록 비중은 늘어나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카드 관련 연체 비중이 33%를 넘은 것은 2004년 1·4분기 이후 처음이다.

    올 3월 말 기준의 등록 사유별 현황 자료에서는 신용카드(32.87%)와 카드론(14.78%)을 합한 카드 관련 신규등록은 47.65%로 대출 관련 등록건수(45.15%)를 앞질렀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12개 대형 카드사를 대상으로 회원 유치를 위한 모집비용과 무이자 할부, 현금서비스 수수료 할인, 연회비 면제 등에 대해 실태조사를 마치고 발표를 앞두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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