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8

2007.08.14

한국군, 아프간 실전 투입 “이상有”

원정작전 수행할 장비 부족, 언어 탓 미군 공조 어려워 … 인질 구출·응징보복 사실상 불가능

  • 특별취재반

    입력2007-08-08 12: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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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군, 아프간 실전 투입 “이상有”

    황무지로 이어지는 아프간의 거친 자연환경. 이러한 조건에서 인질을 구하려면 신중한 작전이 필요하다.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인 탈레반에 억류된 한국인 인질사건이 한국을 매우 힘들게 하고 있다. 이제껏 아프간에서 일어난 인질사건은 대부분 한 달을 넘겨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보였다. 따라서 유난히 인질이 많은 이번 사건은 앞으로 더 계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사건이 2주일을 넘기면서 일각에서는 한국군 특수부대를 보내 인질을 구출하거나 응징 보복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러한 주장은 한국이 유약하게 보였기 때문에 탈레반이 인질을 살해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 같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차제에 ‘한국을 건드리면 보복한다는 따끔한 모습을 보여줘야 세계무대에서 한국인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김형기 국방부 홍보관리관은 “한국군 특수부대를 동원해 인질 구출작전을 펴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대화를 통한 석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특사를 파견한 한국 정부는 뭔가를 내놓았는데, 이것이 탈레반에 전달되지 않은 ‘배달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 이에 탈레반은 전달자 구실을 한 아프간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평화적인 해결이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해·공군 주먹은 세지만 팔이 없는 격

    1990년대 이후 군에서 제기된 주장 가운데 주목할 것이 ‘대양해군’이라는 기치였다. 해군은 안병태 총장 시절 이 기치를 내걸었는데, 대양해군은 육상기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도 상당기간 작전할 수 있는 세력을 말한다. 해군이라고 해서 해양작전만 하라는 법은 없다. 지상작전도 할 수 있으니 대양해군은 해병대와 한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 대양해군은 해병대를 포함해 다양한 작전세력과 장비, 식량, 무기 등을 싣고 다녀야 하니 큰 함정이 필요하다.



    주먹만 크다고 잘 싸우는 것은 아니다. 머리가 나쁘거나 시력이 나쁘면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것이 전쟁이다. 따라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적을 감시(Surveillance)하고 적정을 정찰(Reconnaissance)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얻은 첩보와 본국에서 무전으로 보내준 정보를 컴퓨터로 분석해 정확한 정보(Intelligence)를 생산하고, 지휘관은 이 정보를 토대로 각 부대를 효율적으로 지휘(Command)하고 통제(Control)할 수 있어야 전쟁에서 이긴다.

    이러한 부대는 적지나 적 해역에 들어가 작전하는 만큼 공산오차가 2~5m에 불과한 초정밀 유도무기(Precision Guided Munition)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생겨난 말이 각각의 영어 단어 머리글자를 딴 C₄I SR PGM이다. C₄I SR PGM을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함정이 바로 이지스함이다. 때문에 대양해군 건설은 이지스함 건조로 압축됐는데, 한국은 6월 말 비로소 이지스함을 진수했다.

    이지스함은 보통 1년 이상 시험운항을 한 뒤 실전 배치된다. 그리고 이지스함이 갖추지 못한 능력은 다른 함정이 보강해줘야 하므로, 이지스함을 중심으로 한 기동전단이나 기동함대를 구성해야 대양해군이 갖춰진다. 아직 한국은 이지스함을 실전 배치하지 못했고, 해병대와 10대 이상의 기동헬기를 싣는 대형상륙함은 이제야 실전 배치했다. 해군은 아직 기동전단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동전단이 구성돼 해군력만으로 인질구출 작전을 한다면 기동전단은 최종적으로 ‘Special Recon(Reconnaissance의 약자)’으로 불리는 해병 특수수색대나 수중폭파부대로 번역되는 해군의 UDU(Underwater Demolition Unit)를 투입해야 한다. 해병 특수수색대는 상륙작전을 하기 전 적 해안으로 사전 침투해 아군 함대를 유도하는 부대다. UDU는 해군 특수전부대인 UDT 가운데서도 최정예로, 특수작전을 위한 해상 침투를 전문으로 한다.

    한국 해병대는 1사단과 2사단에 특수수색대를 갖고 있고, 해군은 여단 규모의 UDT 부대와 병력 규모를 알 수 없는 UDU 부대를 갖고 있다. 해군은 액션을 할 ‘주먹’은 갖고 있으나 이 주먹을 목표점까지 이르게 하는 ‘팔(기동전단)’은 아직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대양해군 건설은 시대를 앞서간 구호였다. 그러나 이러한 선견지명도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말았다. 1990년 해외여행 자유화에 들어간 한국은 17년 만에 매년 1000만명 이상이 해외로 나가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일차적으로 우리 국민이 방문한 나라의 정부가, 다음으로는 우리 공관이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 마지막으로 우리 군이 나서서 보호해주어야 한다.

    탈레반 인질극은 군이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터진 일이다. 대양해군 건설은 해외에서 국익과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원정군(遠征軍)’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세계는 바다를 통해 연결되므로 해군이 더욱 빨리 원정군 건설에 나선 것이었다. 원정군 건설은 해군만 해야 하는 사업이 아니다.

    성격상 가장 신속하게 파병할 수 있는 군대가 공군이다. 공군은 단 하루 만에 지구 어느 곳에든 우리 군을 투하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공군의 원정군 구성은 해군에 뒤처져 있다. 원정작전을 할 수 있는 공군의 무기 도입이 해군보다 느린 것이다. 공군도 원정작전을 하려면 역시 C₄I SR PGM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특전사 707부대 파병 가능한 최적의 부대

    이 가운데 C₄I 체계를 이루는 핵심 장비가 EX로 약칭됐던 조기경보기다. 이 비행기에는 거대한 레이더가 실려 있으므로 EX는 장애물이 없는 하늘에서 반경 300여 km 이상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다. EX가 수집한 정보를 전파하려면 통신망이 있어야 한다. 미 공군은 L-16이라고 하는 미군기끼리만 통할 수 있는 무선 정보망을 구축해놓았다. EX는 L-16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작전에 참여한 모든 공군기에게 전해주고 이들을 지휘하고 통제한다. 한국은 이제 EX 도입을 결정한 단계에 있다.

    특수작전을 하려면 반드시 전투기를 동원해야 하는데, 전투기는 비행거리가 짧아 먼 나라까지 날아가지 못한다. 전투기를 먼 나라까지 날아가게 하려면 KC-X로 약칭되는 공중급유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KC-X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초정밀 유도무기인 PGM은 덩치가 커서 전투기에 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무기는 폭격기에 탑재하는데, 한국은 폭격기도 갖고 있지 못하다.

    공군력을 동원해 특수작전을 단행하면 상대는 아군기를 공격하기 위해 대공(對空)작전을 감행한다. 따라서 상대의 대공레이더와 대공미사일 기지를 제압하는 대공제압기도 있어야 한다. 한국 공군은 이 항공기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공군은 땅에 내려가 인질범을 제압하고 인질을 구출하는 대대급 행동부대는 갖고 있다.

    ‘SAR(Search And Rescue)’와 ‘CCT(Combat Control Team)’로 불리는 2개 부대가 바로 그것이다. SAR 부대는 ‘탐색구조부대’로 번역되는데, 이 부대는 적진에 추락한 아군기 조종사를 구출하기 위해 만들었다. CCT 부대는 공중작전이 시작되기 전 적진에 침투해 아군기가 때려야 할 목표물을 잡아주는 특수부대다. SAR와 CCT는 은밀한 침투를 연습하므로 공군이 중심이 된 인질구출 작전이나 응징보복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공군도 팔은 없이 주먹만 갖고 있는 셈이다.

    육군도 강력한 주먹만 갖고 있다. 육군은 배나 비행기 같은 운송수단이 없으므로 특수작전을 위해 곧바로 부대를 투입하지 못한다. 따라서 상대국의 협조를 얻어 1차로 부대를 파병한 뒤 이어 육군이 보유한 특수 운송수단을 이용해 작전을 감행한다. 육군이 가진 강력한 주먹은 특전사다. 특전사는 쭛개 여단으로 구성돼 있고, 사령부 직할로 ‘특전사 중의 특전사’로 불리는 ‘707 부대’를 갖고 있다.

    미군 특수작전 시 마이크·이어폰 착용

    707 부대원들은 인질구출과 테러범 진압 등 특수작전만을 위해 만든 부대이므로 아프간에 파병할 수 있는 최적의 부대로 꼽힌다. 그러나 이 부대를 파병하려면 아프간 정부와 다국적군을 이끌고 있는 미국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야 한다. 이 부대는 한국 공군의 C-130 수송기를 타고 은밀히 아프간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미군과 더 협조하며 작전해야 한다.

    은밀한 특수작전을 하는데 고성(高聲)으로 돌격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이 있다면 이는 정말 웃기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특수작전은 매우 복잡하므로 지휘관의 수신호로도 정확한 지시를 내려보낼 수 없다. 미군은 특수작전은 물론 일반 작전을 하는 군인들까지도 대통령 경호원처럼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입가에 소형 마이크를 붙이고 다닌다. 이 소형 마이크와 이어폰으로 부대원들은 소곤소곤 정보와 지시를 주고받으며 작전하는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통신망인 GCCS(긱스·Global Command Control System)를 설치한 유일한 군대다. GCCS에는 인공위성과 무인정찰기를 비롯한 미국의 모든 정보자산이 얻어낸 정보가 흐르는데, 이 GCCS 단말기가 이어폰 형태로 특수작전에 투입된 그린베레 병사들에게 제공된다. 따라서 이어폰을 끼고 작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양지차다.

    ‘검은 베레’로 불리는 한국군 특전사나 특전사 중 특전사라는 707 부대도 작전을 하려면 GCCS에 연결된 이어폰을 껴야 하는데, 문제는 이어폰에는 영어만 흐른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미군은 영어가 가능한 영국 호주 캐나다군하고만 연합작전을 하고 있다. 한국의 707 부대원들이 영어에 정통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정보 없이 불구덩이에 뛰어들어야 한다.

    해외여행자 1000만명 시대가 열린 만큼 한국군은 국외에서도 국민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군은 근거리인 북한에 투입할 수 있는 주먹은 만들어놓았지만, 원정군 능력은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능력을 어느 정도 갖췄더라도 미군의 협조를 받지 못하면 해외 국민 보호는 허울뿐이게 된다. 해외여행자 1000만명 시대를 맞아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한미 공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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