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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이벤트 선교는 이제 그만!

신앙심과 교세 과시 선교사 파견 경쟁 1~2주 단기로 공격적 활동 특히 문제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왁자지껄 이벤트 선교는 이제 그만!

왁자지껄 이벤트 선교는 이제 그만!

2006년 8월3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열린 ‘아프간 평화축제’에 참가한 한국 기독교인들이 외교부의 만류에 따라 아프간을 떠나는 모습. 라마단 기간 중 첫 금요예배를 드리는 이슬람교도들(오른쪽).

한국 교회가 선교의 눈길을 해외로 돌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아프간 피랍사건에서 보듯, 현지 사정을 무시하고 일단 나가고 보는 식의 선교방식을 고수하면서 자신의 안전은 물론 국가 전체에 근심을 끼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중동지역에 오래 거주한 선교사들 사이에는 ‘대규모 남파간첩 때문에 우리 고정간첩까지 다 죽게 생겼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경험 많은 현지 선교사들은 절대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거든요.”(중동선교회 김도흔 총무)

여기서 말하는 ‘남파간첩’이란 여름 휴가철이면 물밀듯이 밀려오는 한국의 단기봉사단을 말한다. 현지 사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 해외 단기사역자(일명 ‘비전트립’)들은 이벤트 중심의 봉사활동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현지 주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쉽고, 이는 현지에 장기 거주하며 조용히 봉사활동을 펼치는 선교사들에게 피해를 끼칠 우려가 높다는 얘기다.

사실상 전 세계 1위 선교대국

7월2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한국인 기독교 단기봉사단원 23명 중 2명이 살해되면서 탈레반 세력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편으론 한국 개신교의 ‘지나치게 적극적인’ 해외선교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신교계 내부에서조차 분쟁지역에서의 활동, 특히 중동지역에서의 봉사와 활동방식에 대한 자성이 나올 정도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권오성 총무는 “앞으로 한국 교회는 타 문화권에서 대규모 인원동원 집회나 이벤트식 행사를 중지해야 한다”며 “현지 종교와 타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와 나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종교계는 이번 사건이 종교간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기도회나 언론 인터뷰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2007년 현재 해외에 파견된 중장기 선교사는 모두 2만 여명. 미국(약 6만 명)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2000년 이후 해마다 2000명씩 급증하는 추세라는 점과, 이와 별도로 대학생과 직장인 ‘비전트립’까지 더할 경우 “대한민국은 세계 1위의 해외 선교대국”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해외로 선교사 파견하거나 후원

“미국은 그동안 가장 많은 해외 사역자를 전 세계에 파견해왔지만 해외사역 1위국이라고 말하지 않는 데 비해 우리는 그것을 자랑스러워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문상철 한국선교연구원 원장)

개신교 관계자들은 “한국 교계 일각에선 누가 얼마나 많은 선교사를 오지에 파견했는가를 신앙심의 척도로 여기는 풍토도 있다”고 말한다. 한국 교회의 공격적인 선교는 한때 서구인들의 경탄을 자아냈지만 다른 한편으론 웃음거리가 되기도 할 만큼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 기독교인 2000여 명이 참가하는 ‘아프가니스탄 2006 평화행사’가 진행 도중에 취소된 적도 있었다.

한국 교회의 해외 진출은 현지에 선교사를 파견하거나 후원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들 현지 선교사를 활용한 해외 단기연수가 문제의 시발점이다. 이번에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샘물교회 23명 역시 개인이 경비를 내고 참가하는, 여름휴가를 이용한 일주일 단기선교 활동이었다.

“2000년 이후 한국 교회에 단기사역 열풍이 불었습니다. 여름철이면 몽골에서 시작해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중동, 심지어 멕시코 오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이 없는 지역이 없을 정도입니다.”(말레이시아의 K 선교사)

서울 용산에서 사역을 하는 김모 목사도 단기 선교 열풍에 대해 고개를 내젓는다. 김 목사에 따르면, 단기 봉사단원들은 대부분 현지 선교사들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잠을 자고 국내 교회가 세운 고아원이나 복지시설을 순례하며 복음을 전파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봉사활동 이외에 내부 단합과 신앙심 고취의 목적도 갖고 있다는 것. 한 교인은 “선교와 봉사활동에 더해 해외여행의 성격까지 갖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현지에 장기 체류하는 선교사들 처지에서는 이들 단기 봉사단이 반가울 리 없지만 거부할 수 만도 없는 처지다. 인도네시아에서 7년간 사역한 이모 선교사는 “대부분의 선교사는 한국 교회의 후원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기 선교사역을 홀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선교사들 사이에서 “이러다 관광 가이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돈 많은 사람들 인식 확산 가장 큰 우려

외국 사역자들은 소심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매사에 조심하는 데 반해 한국에서 간 단기봉사단은 지나치게 적극적일 때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공장소에서의 찬양과 통성기도는 물론, 지나친 대민 접촉이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는 것.

현지에서 장기간 선교활동을 해온 이들은 “무엇보다 ‘한국인=돈 많은 개신교도’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이 측은하다면서 캔디, 음식 등을 나눠주다 현지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기독교계 뉴스인 ‘뉴스앤조이’의 이광하 목사는 “아프가니스탄 같은 지역에서 공격적이고 우월적인 방식으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교계 내부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 김선일 씨 사건 이후 이라크 선교는 완전 중단됐지만, 이슬람권 선교는 오히려 늘었다는 점도 한국 교회의 적극성을 증명하는 지표다. 이른바 ‘중국, 이슬람권, 힌두권을 넘어 궁극적으로 예루살렘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백투 예루살렘 운동이나 ‘10/40창 사역(북위 10∼40도 미전도 종족 거주지역 사역)’이 한국 교계의 주류로 자리잡은 상태. 2003년 통계에 따르면, 이슬람권에서 일하는 한국 선교사 수는 약 1500여 명으로 전체 해외파견 선교사의 14% 정도에 그쳤지만, 지금은 20%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전투적인 종교는 인류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며 교훈입니다. 그러나 종교는 종종 전투적인 선교를 합니다. 이는 문화간 충돌과 갈등의 원인이 되며, 종교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고통을 오히려 증대시킨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문상철 한국선교연구원 원장)

[인터뷰] 국내 최대 선교단체 인터콥의 최한우(최바울) 목사

“아프간에선 선교 불가능 … ‘선교 표현’은 탈레반이 전략적으로 꺼낸 말”


아프가니스탄에 봉사활동을 간 샘물교회 교인들이 납치되자, 인터넷에는 다음과 같은 소문이 빠르게 전파됐다. ‘샘물교회 교인들이 외교부의 끈질긴 만류에도 미리 유서를 쓴 것은 물론, 외교부에 소송을 걸겠다는 식의 억지를 부린 끝에 아프간으로 향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샘물교회 봉사단이 외교부와 갈등을 빚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최대 선교단체 인터콥(InterCP)을 이끄는 최한우(52) 목사는 ‘위험지역 봉사활동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2005년에는 팔레스타인, 지난해에는 아프간에서 한국 교인 수천명이 참가한 평화축제를 기획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피랍된 23명 가운데 3명의 ANF(All Nations’ Friendship) 소속 의료 인력이 그가 이끄는 의료봉사단체(IACD)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교계 내에서조차 ‘공격적, 이벤트 중심의 해외 선교’라고 비난받는 해외 선교단체의 속내를 그에게서 직접 들어봤다.

왁자지껄 이벤트 선교는 이제 그만!

‘2006년 아프간 평화축제’ 동영상 캡처 화면.

- 최 목사는 지난해 8월 한국 교인 2000여 명이 참가한 아프간 평화축제를 주도했다. 어째서 외교부의 만류에도 위험지역으로 향하는가.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우려다. 외교부가 우리와 마찰을 빚은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외교부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간섭을 해왔다는 점이다. 해외 봉사활동을 나가는 NGO(비정부기구)치고 외교부의 ‘여행 자제 공문’을 안 받아본 단체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도 1년에 수십 차례 경고공문을 받는다. 진심으로 걱정해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고(故) 김선일 씨 사태로 인한 면피용 행정으로 볼 수도 있다.

2001년 미국 침공 이후 2002년 봄, 가장 먼저 아프간에 달려간 것이 바로 한국인들이다. 한국인들은 그곳에서 전쟁난민 구호활동에 주력했고, 의료와 직업교육으로 활동을 넓혔다. 당시에도 외교부가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매년 500~1000명씩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무려 6년간 단 한 건의 테러도 일어나지 않았다. 현장에 가본 사람들은 아프간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하고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는 분위기였다.”

- 어째서 아프간 같은 위험지역에 관심을 쏟는지 궁금하다.

“한국인의 특성이다. 분쟁과 가난을 겪어본 한국인은 유럽인이나 미국인에 비해 이들 국가에 더 큰 애정을 보인다. 그들과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나라가 이슬람권인지 아닌지, 그곳 사람들이 크리스천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 2006년 평화축전은 지나치게 ‘이벤트 중심의 봉사활동’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이번 사태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있다.

“오해다. 우리는 모두 중동 전문가들이다. 모든 행사는 현지 대학이나 지방정부 또는 중앙정부와 함께 하지, 우리가 독단적으로 내리는 결정은 하나도 없다. 그 당시 행사는 아프간 정부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없었고, 심지어 아프간 국민의 성대한 환영까지 받았다.”

- 그러나 이슬람권에서의 기독교인 중심 행사는 무모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런 행사는 선교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 않은가.

“선교? 하하. 우리로 인해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아프간 사람 두 명만 보여달라. 아프간에서는 선교활동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순수 봉사활동을 통해 그들과의 관계를 넓혀갈 뿐이다. 오히려 언론이 무책임하다. 다짜고짜 ‘선교하러 왜 가냐’는 식이다.

이번에도 ‘선교’라는 표현은 오히려 탈레반이 먼저 꺼냈다. 가즈니 주민 1000여 명이 한국인을 풀어주라며 시위하자, 탈레반이 국내 여론 무마용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교라는 말로 방패를 친 것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아프간 말도 하지 못하는데 선교가 가능하겠는가. 단지 사랑을 나누고 실천할 뿐이다.”

- 시민사회는 선교단체와 교회의 경쟁적인 해외 진출이 현지에서 문화적 충돌을 빚는다고 우려한다.

“경쟁적, 공격적으로 한다는 표현은 잘못됐다. 일부 대형 교회들이 성공주의, 업적주의를 위해 해외에 나간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경쟁적인 선교가 이뤄지는 지역은 한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국한된다. 아프간 같은 지역은 ‘경쟁적’이 아니라 ‘헌신적’으로 활동을 벌여야 하는 곳이다.”

- 교계의 표현에 따르면 ‘수십여 개 선교단체 가운데 10~20%가 인터콥 같은 강성(强性)’이라고 하는데….

“천만에. 나는 30개 중 10~20%가 개혁적이고 제대로 된 선교활동을 하고 있고, 나머지가 고리타분한 종단 중심의 선교활동을 한다고 본다. 교단 중심의 전통적인 선교단체들은 일부 지역에서 시골부흥회 수준의 선교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중동에서 그런 방식으로 무모하게 활동하는 선교사들은 거의 없다. 우리는 단체 이름도 잘 내세우지 않는다. 선교를 자랑하는 단체는 선교단체가 아니다.”

- 그럼에도 한국 교회는 공격적으로 비친다. 앞으로 해외봉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동은 매우 특별한 지역이다. 이슬람권처럼 기독교에 거부감이 강한 지역에서는 선교가 주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그냥 묵묵히 도와주면 된다.”

- 현재 해외에 체류하는 우리나라 장기 선교사가 2만명에 이른다. 미국이 전성기에 10만명이었다고 하는데,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이다.

“5년 후에는 약 5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의 교육수준과 전문성에 비춰보면 이는 결코 많은 수가 아니다. 해외 진출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이는 국가나 기업이 하지 못하는 민간외교이자 글로벌 리더십의 전형이 될 것이다.”

- 샘물교회 봉사단원들이 공명심으로 아프간에 갔다고 생각하나.

“천만에. 샘물교회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개혁적인 교회라 단언한다. 업적주의나 성공주의와는 무관한 순수한 봉사단원들이라 더욱 안타깝다.”

왁자지껄 이벤트 선교는 이제 그만!
최한우 목사는?

최 목사는 한국외대를 거쳐 터키 하세테페테 대학에서 비교문화 및 중앙아시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0년간 중동지역에 거주하면서 지역하긍ㄹ 연구한 중동 전문가다. 터키 앙카라대학 교수를 지내던 1993년 한국으로 돌아와 기존 목회자 중심의 선교가 아닌 전문가 중심의 선교단체 인터콥 창설을 주도하면서 초교파 방식의 선교활동에 진력했다. 국제중앙아시아학회 회장, 한국 투르크학회 회장, 한동대국제학부 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인터콥’ 대표와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인터콥은 아프간에만 25명, 전 세계에 500명 이상의 장기 선교사(5년 이상)를 파견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7.08.14 598호 (p10~13)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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