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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선생님 ‘링의 판관’ 되다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주부 선생님 ‘링의 판관’ 되다

주부 선생님 ‘링의 판관’ 되다
‘지난해 가을 경북 김천에서 열린 전국체전 권투경기장. 키 156cm, 몸무게 48kg(라이트플라이급), 나이 32세인 홍현경 씨가 링에 올랐다. 상대 선수는 여고 1학년생인 16세의 기대주. 공이 울리자 홍씨는 경쾌한 발놀림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1회전을 버티지 못했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링 안으로 수건이 던져진 것. 1회전 3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지만 홍씨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경기를 위해 3개월을 힘들게 준비했고, 그 기간 내내 무척 고통스러웠어요. 하루에도 수없이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나 싶었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링에 선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뿌듯했어요.”

경기도 안양 대안중학교 국어교사인 홍씨에겐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뛴 공식 라운드다. 그 경기는 홍씨에게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기억과 두 가지 선물을 선사했다.

홍씨는 주말부부다. 그는 과천에서 안양을 오가고, 경북 영주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영어과 교수인 남편은 영주에서 지낸다. 홍씨는 2003년 둘째아이 출산 때문에 3년간 육아휴직을 낸 뒤 남편과 영주에서 지내며 2005년부터 권투를 배우기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태권도 공인 3단인 홍씨는 대학생 때부터 운동을 무척 좋아했다. 뭔가 새로운 운동을 찾던 중 K-1 경기를 보고 권투를 하기로 결심한 것. 물론 남편은 반대했다. 그래도 홍씨의 전국체전 데뷔전은 1년 만에 이뤄졌다. 홍씨는 경기에서 패하고 과천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남편에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당신, 오늘 정말 멋있었어.”

그 순간, 홍씨 눈에서는 한 줄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참 행복했다.

4월 한국 복싱 사상 여성으로는 최초로 심판위원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경기 덕이다. 심판위원 자격 조건에 전국대회 출전 경험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7월7일과 8일, 대통령배 복싱대회에 최초의 여성 부심으로 데뷔했다.

홍씨가 자신이 몸담은 중학교에 복싱동아리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그 경기가 가져다준 선물이다. 이제 복싱은 홍씨의 삶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돼버렸다.

“복싱이 뭐냐고요? 나약해질 때마다 나를 잡아주는 중심축이에요. 자신을 최대한 절제하고 돌아보게 하거든요. 스텝과 기본 동작 하나하나가 많은 것을 가르쳐주죠.”



주간동아 2007.08.07 597호 (p94~95)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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