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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학? 우린 산촌 유학 가요”

자연에서 뛰놀며 공부, 마음과 몸 ‘쑥쑥’… 수업의 질도 높아 부모들 큰 관심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해외 유학? 우린 산촌 유학 가요”

“해외 유학? 우린 산촌 유학 가요”
7월 말,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에 ‘서울내기’ 초등학생 7명이 유학을 왔다. 2학년 종호와 휘수, 3학년 선홍과 원빈과 정인, 4학년 혜수, 5학년 지성.

친구들처럼 해외로 어학연수를 가는 대신 산촌을 찾은 이들에게 우려의 시선이 쏟아질 법하지만, 체험학습에 나선 서울내기들은 시골이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아침에 오디와 앵두 열매, 호두도 땄고 텃밭에서 나물을 뜯어 비빔밥을 해먹었어요. 버들피리를 만들고 손톱에 봉숭아 물도 들이고….”

물놀이를 갈 거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산촌유학파’는 일단 시골생활에 잘 적응한 듯하다. 선생님과 동화책을 읽고 쓰는 한 시간을 빼면 바깥에서 뛰노는 일이 전부이니, 꼭 유학이랄 것도 없다.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느끼고 배우는 것이 공부라면 공부랄까.

식물도감을 통해 ‘까마중 열매는 달착지근한 약초’로 알고 있던 선홍은 실제로 까마중을 먹어본 뒤 식물도감의 설명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책에서처럼 달지 않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피라미와 갈겨니가 2급수에 사는 물고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던 정인은 지리산 계곡에서 갈겨니와 피라미를 잡은 뒤 궁금중이 풀렸다.



이들의 산촌유학을 맡고 있는 통솔교사 김일복(30) 씨는 아이들에게 ‘햇살 선생님’으로 통한다. 2001년 결혼과 함께 경북 함양군으로 귀농해 ‘햇살네 교류학습’(blog. naver.com/hieri)이라는 산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촌유학은 농촌에 직접 살면서 익히는 생태환경교육을 말해요. 일본의 ‘아이들을 키우는 모임’이란 교육모임에서 30여 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모티프로 했죠.”

도시 아이가 부모 곁을 떠나 한 달, 1년 등 원하는 기간만큼 농촌에 살면서 그곳의 문화를 익히는 것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 김씨가 운영하는 ‘햇살네 교류학습’ 프로그램의 경우, 3박4일의 체험학습과 2주일 이상 3개월 미만 머무는 교류학습으로 나뉜다. 체험학습이 농가 맛보기 캠프와 비슷하다면, 교류학습은 ‘시골 할머니 집에서 머물며 생활하는 것’과 유사하다.

“해외 유학? 우린 산촌 유학 가요”
게임이나 TV 없이도 행복한 일상

이곳에서 교류학습을 하는 아이들의 경우, 김씨 집 근처 마천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김씨의 집에 살면서 농촌살이를 체험한다. 현재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상 필요한 경우 연 1회 3개월 이하의 교환·교류학습을 허가받을 수 있으므로 3개월 이하의 산촌유학은 간단한 서류작업만으로도 가능하다.

도시 아이들에게 시골생활은 지루하고 힘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곳을 한 번 방문한 아이들은 다시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좋다. 지난해 가을 2주간 마천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교류학습을 한 뒤, 올 여름 다시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혜수는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에어컨보다 흙집이 훨씬 시원하고, 재래식 화장실이지만 재와 톱밥을 넣어 구더기는 없다”며 웃는다. 김씨는 “게임이나 TV 없이도 행복하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고 놀라는 부모가 많다”고 덧붙였다.

“엄마들이 산촌 체험학습이나 교류학습 이후 아이들이 훨씬 ‘순해졌다’고 말하세요. 자연이 아이들을 품어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햇살네 교류학습’ 외에 산촌 체험 및 교류학습 프로그램으로 경북 상주의 ‘농사철 아저씨의 산촌유학(blog.naver.com /nongsacul), 충북 단양의 ‘한드미 마을 산촌유학’(handemy. org) 등이 있다.

전북 완주의 고산 유학센터(063-262-3336)와 임실의 덕치초등학교(063-643-5063)는 한 학기 이상 장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고산 유학센터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근처 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를 다니며 센터에서 숙식과 생활을 한다. 일종의 기숙사 형태다. 반면 덕치초등학교의 프로그램은 부모 중 한 명이 아이와 함께 내려와 학교 관사에서 생활하는 방식이다. 두 곳 모두 장기간 머무는 만큼 전학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농촌생활을 통해 변화한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런 번거로움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4월부터 고산 유학센터에서 산촌유학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정환은 산촌 유학생활을 통해 ‘게임중독’을 극복했다. 어머니 김현정(38) 씨는 “자연 속에 머물다 보니 아이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졌다”며 만족해했다.

시골학교라 해서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산 유학센터 아이들이 다니는 양화분교의 경우 전교생 13명을 5명의 교사가 가르치며, 덕치초등학교는 전교생 48명에 교직원이 14명으로 개인과외 수준이다. 두 학교 모두 도시 학교들처럼 영어와 중국어는 원어민이 가르치고 태권도, 바이올린, 컴퓨터 등 과외활동도 할 수 있다. 덕치초등학교의 경우 ‘섬진강 시인’ 김용택 씨가 교사로 몸담고 있어 덤으로 글짓기 수업까지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아이를 산촌유학 보내려는 부모들이 점차 늘고 있다. 두 곳 모두 등록하려면 대기를 해야 할 정도.

그렇지만 산촌유학에 대해 막연하게 장밋빛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다. 김 시인은 “부모가 아이 의견을 무시한 채 ‘학원에 보내듯’ 산촌유학을 결정할 경우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학업에 부담이 적은 1~2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저학년은 전학 온 날 바로 친구가 돼 손잡고 뛰어놀죠. 자연에 동화되는 속도도 빠르고요. 뭔가를 가르치겠다는 기대보다 아이가 자연을 제대로 느끼고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마음껏 놀리겠다는 마음가짐 필요”

“해외 유학? 우린 산촌 유학 가요”
그는 산촌유학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생태교육에 대한 의식을 가진 교사’가 필요하며, 현지 주민들의 합의와 지원을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촌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아이들이 함께 발전하는 거예요. 시골 아이들 역시 사는 곳만 시골일 뿐 제대로 된 생태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죠. 산촌유학 프로그램이 잘 시행되면 도시 아이들은 자연을 맘껏 경험할 수 있고, 시골 아이들은 제대로 된 생태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죠. 더불어 시골 아이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며 상생하는 게 산촌유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길이에요.”

어린 시절의 추억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마음 한쪽에 남아 메마른 일상을 적셔준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자연을 깊이 이해하는 아이는 고층빌딩으로 뒤덮인 도시에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유년을 보낸 아이보다 풍요로운 기억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런 추억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산촌유학은 시골과 도시 아이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도가 될 듯하다.

■ 산촌유학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전국귀농운동본부 refarm.org생명의 숲 forest.or.kr대안교육 민들레 mindle.org



주간동아 2007.08.07 597호 (p42~43)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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