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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시장 경쟁 불붙고 거품 꺼지고

과도한 마진 눈총 받는 판에 SK네트웍스마저 시장 진출…고가 마케팅 수정 불가피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수입차시장 경쟁 불붙고 거품 꺼지고

수입차시장 경쟁 불붙고 거품 꺼지고
“수입차 가격에 거품이 끼여 있다. 그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4월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의 발언이 도화선이 된 ‘수입차 가격 논란’이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수입차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순익을 올린 것으로 밝혀지면서 ‘거품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매출액은 5.4%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순익이 47%나 증가해 모두 274억원의 이익을 남긴 BMW코리아의 경우처럼, 판매 증가를 월등히 앞서는 순익 증가가 판매 마진을 과도하게 책정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인 것이다.

게다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코리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담합과 관련해 시정 명령을 받은 데 이어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다. 독일 본사에서 차량을 비싸게 수입해 벤츠코리아의 이익을 축소시켰고, 결과적으로 탈세로 이어졌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한편 벤츠코리아, BMW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 3개 수입차업체는 현재 공정위로부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이르면 2~3개월 안에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차량 가격을 외국보다 높게 책정함으로써 한국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는지에 대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수입차업체들에 가해지고 있는 ‘시장 밖’ 공격이 여기까지라면, 무서운 성장세에 있는 병행수입(Grey Import·공식 수입업체를 배제하고 직수입하는 방식) 시장과 SK네트웍스의 병행수입시장 진출 선언은 ‘시장 내’ 공격이라 할 수 있다. 전체 병행수입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서울 양재동 서울오토갤러리는 연간 매출액이 7200억원에 이를 정도다. 환율 하락에 힘입어 지난해부터는 신차 수입과 판매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SK네트웍스는 “벤츠 등 고급 수입차 가격을 20% 정도 낮추겠다”며 병행수입시장 진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고급차 가격 20% 정도 낮추겠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가격은 미국 일본에 비해 2~3배 비싸다(상자기사 참조). 이 같은 ‘고가 마케팅’은 병행수입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병행수입업자들이 신차로 가장 많이 들여오는 차량은 벤츠 S500L의 미국 모델인 벤츠 S550인데, 이 차량의 미국 내 소비자 가격이 8만5000달러(약 7800만원)다. 덕분에 운송비와 관세, 각종 세금을 지급하고 국내에 들여와도 국내 공식가격이 2억600만원이나 하는 S500L보다 훨씬 저렴하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실제 온라인 자동차 쇼핑몰 ‘보배드림’에는 ‘2007년식 풀옵션 벤츠 S550L’로 소개된 차량이 1억3500만원에 나와 있다. 국내 공식가격보다 무려 6900만원이나 저렴한 가격이다. 이와 같은 ‘파격가’가 가능한 이유에 대해 병행수입업자 김영남 씨는 “환율이 낮아진 데다 병행수입업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과거 10%였던 마진이 최근에는 5~7%로 떨어졌으며 자금회전이 어려운 일부 업자는 밑지고 파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수입차시장 경쟁 불붙고 거품 꺼지고

서울 강남의 한 전시장에서 수입차를 살펴보는 고객들.

SK네트웍스의 병행수입시장 진출은 수입차 가격하락 경쟁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병행수입업자들은 대기업의 자금력이 동원된다면 20% 정도 싸게 내놓는 것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SK네트웍스의 자동차 정비업체인 ‘스피드메이트’를 통해 정비서비스까지 원활하게 시행된다면 병행수입 차량의 최대 약점인 A/S 문제까지 말끔히 해소돼 소비자들에게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만원 사장의 ‘거품’ 발언으로 수입차업체를 향해 포문을 열었던 SK네트웍스는 현재는 이 사업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가 ‘벤츠, 렉서스, 아우디 등을 중심으로 500여 대의 차량을 확보한 뒤 10~11월 판매를 개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차량을 확보해놓았으며, 수입차를 전문으로 정비하는 업체들에서 정비 인력을 스카우트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동차 칼럼니스트 유승민 씨도 “SK네트웍스가 국내 수입차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물량을 확보한 시점에서 차량 판매를 개시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상과 같은 시장 안팎의 변화는 공식 수입차 가격까지도 하락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BMW코리아는 신차 528i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바 있다. 8650만원이던 이전 모델 525i보다 1900만원이 싼 6750만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미국에서 직수입해도 경쟁력이 없다는 게 병행수입업자들의 설명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도 최근 “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 따라 가격을 낮추는 것은 BMW코리아가 2004년부터 일관되게 추진해온 전략”이라고 밝힌 바 있다.

BMW도 신차가격 파격 인하

또한 업계에서는 벤츠코리아도 2008년식 S500L의 가격을 종전과 똑같게 매기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낮추기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SK네트웍스가 어떤 벤츠 모델을 수입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정책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 옳지 않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의 병행수입시장 진출 선언은 ‘이번 기회에 수입차업체와 딜러의 권력관계를 역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수입차 현지법인의 입김은 어느 나라에서보다 거세다. 벤츠코리아의 일방적인 딜러십 계약 해지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유진앤컴퍼니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수입차업체들은 딜러들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식 딜러업체의 전 직원은 “인기 차종을 받아가려면 몇십 대 이상의 비인기 차종 판매실적이 있어야 하는 등 현지법인의 권한은 막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다임러크라이슬러, 볼보, 인피니티 등 여러 수입차 브랜드를 공식 판매하고 있는 SK네트웍스가 벤츠, BMW, 아우디 등까지 직수입해 판매한다면 수입차업체의 입지가 줄어들 여지가 생긴다는 시각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15%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는 수입차시장. 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이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졌던 높은 수입차 가격을 얼마나 끌어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입차, 얼마나 비싸기에?

벤츠 S500L 경우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비싸


국내 공식딜러들이 판매하고 있는 수입차 가격에 정말 거품이 끼여 있는 것일까?

벤츠의 대형 세단 S500L의 사례를 들여다보자. 경기도 분당 지역의 벤츠 공식딜러였던 유진앤컴퍼니가 밝힌 바에 따르면 S500L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2억600만원. 그러나 이 차량은 미국에서 9100만원, 일본에서 1억1100만원에 팔리고 있다. 한국 가격이 갑절 이상, 혹은 1억원 더 비싼 셈이다. 게다가 이 차량의 국내 수입원가는 1억1469만원으로 미국 일본의 소비자 가격보다 높다. 비단 이 모델뿐 아니라 다른 수입차량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많게는 3배 가까이 비싼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수입차업체들은 △높은 세율과 협소한 시장 △소비자 기호에 맞춰 ‘풀옵션’을 장착한 차량만 수입 △광고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인해 가격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해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여론이 높다. 공정위에 수입차업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문제를 신고한 최규호 변호사는 “수입차업체들이 말하는 한국시장의 특수성을 모두 감안해도 2~3배 가격차이가 나는 것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외국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가격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차량 가격을 알려주는 웹사이트가 많기 때문이다. 수입차의 미국 가격을 알고 싶다면 ‘켈리블루북’(www.kbb.com)을 이용하면 된다.




주간동아 2007.08.07 597호 (p36~37)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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