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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맛과 향 그리고 전통을 마시다

수입 브랜드에 주눅들지 않는 소문난 커피전문점

  • 정세진 동아일보 특집팀 기자 mint4a@donga.com

진한 맛과 향 그리고 전통을 마시다

진한 맛과 향 그리고 전통을   마시다
명품 스타일로 화려하게 꾸미고 한 손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서 “나는 소중하니까”를 되뇌는 20대 여성. 한때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던 ‘된장녀’의 전형이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스타벅스, 커피빈 등으로 대표되는 물 건너온 커피전문점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대형 외국산 커피브랜드들이 국내 커피업계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다. 스타벅스의 다양한 커피 맛과 서비스는 국내 커피 마니아층의 눈높이를 한껏 높였다.

이제는 콩을 볶고 커피를 추출하는 전 과정을 직접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커피전문점들도 이들의 눈높이와 입맛을 따라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커피 맛과 관련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요즘 꿋꿋이 ‘제 갈 길을 가는’ 커피전문점을 알아봤다.

서울 청담동 ‘커피미학’

한때 청담동의 단골 소개팅 장소로 이름을 떨쳤던 곳이다. 일본 간사이 지방의 커피 기술을 한국에 옮겨온 커피전문점으로 오픈 당시 빼어난 인테리어와 야외정원을 자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테리어나 분위기보다 커피 맛을 즐기려고 찾는 이들이 더 많다. 최고급 인테리어 유지를 위해 투자하기보다는 최상급 커피 맛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경제적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02-3444-0770



서울 부암동 ‘클럽 에스프레소’

최상의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수입한 생커피콩을 직접 볶고, 하루 정도 묵혔다 갈아서 커피를 뽑는다.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터키 브라질 예멘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나라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일본에서 커피 공부를 하고 와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커피 아카데미를 연 마은식 씨가 주인이다. 부암동 북악스카이웨이 삼거리에 있다. 02-764-8719

서울 서대문 ‘커피와 쟁이’

일본 미국 이탈리아 등을 돌며 커피의 전 과정을 익혔다는 배인준 씨가 지난해 10월 문을 연 곳이다. 커피 고수들 중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배씨가 원두 수입부터 로스팅, 판매 그리고 교육과정까지 운영한다. ‘쟁이’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듯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가 야무지다. 커피 맛 좋기로 소문난 곳을 돌며 컨설팅만 해주던 그가 직접 문을 연 곳이라 더욱 관심이 쏠린다. 10종류의 생두를 볶은 커피는 항시 판매되며, 나머지 20여 종의 생두도 손님이 원하면 볶아 뽑아준다. 단, 커피 생두의 가치를 모른다면 사장님에게 눈총을 받을지도 모른다. 02-723-6067

진한 맛과 향 그리고 전통을   마시다

어느 일본 시인은 이해력이 ‘둔해질 때 커피를 마셔라’라고 노래했다. 맛과 향이 좋은 커피로 유명한 서울 압구정동 ‘압구정커피집’(왼쪽)과 안암동 ‘인터내셔날 커피하우스’.

서울 압구정동 ‘압구정커피집’

우아한 인테리어에 감미로운 음악 선율을 기대하고 갔다간 실망하기 쉽다. 대신 주인 허형만 씨의 환한 웃음과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넘쳐나는 방문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구입하고 커피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일본식 커피 맛을 추구하기보다는 한국적인 맛을 추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 아무래도 허형만 씨가 국내 식품 대기업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02-511-5078

서울 안암동 ‘인터내셔날 커피하우스’

강하게 볶은 커피를 뽑는 일본의 고전 커피하우스 스타일을 유지하는 곳. 최신식 인테리어 등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기대하면 실망이 클 듯하다. 고려대 교수들이 자주 찾으며, 여러 종류의 고급 원두커피를 판매한다. 뿌연 담배연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는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사장님이 좀 무뚝뚝한 스타일. 02-927-7949

서울 대학로 ‘학림다방’

혜화역 부근에 자리한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커피전문점이다. 커피 맛도 좋지만 사람들이 세월의 무게에서 느껴지는 ‘포스’를 맛보기 위해 찾는 곳이다. 학림다방은 여전히 나이 든 분들에겐 문인들의 휴식처요, 대학로의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02-742-2877

진한 맛과 향 그리고 전통을   마시다

‘커피의 심장’이라 불리는 에스프레소 한 잔은 곧 삶의 여유다. 맛있는 에스프레소로 유명한 서울 연신내 ‘코니써 클럽’(왼쪽)과 강릉 ‘보헤미안’.

서울 연신내 ‘코니써 클럽’

시내에서 떨어진 곳으로 커피 맛과 분위기가 모두 만족스러운 커피전문점이다. 미국에서 커피 맛을 연구한 이진성 사장이 정통 에스프레소를 뽑아준다. 이씨는 현재 중앙대에서 커피 추출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많은 커피전문점이 장인정신에 기초한 ‘드립식 커피’에 몰두하는 데 반해, 데이터에 근거해 커피 맛을 연구하는 점이 독특하다. 여기서 맛볼 수 있는 중국식 소시지와 맥주도 추천할 만하다. 02-383-2300

강릉 ‘보헤미안’

커피를 좋아한다는 이들이 이곳을 생소해한다면 ‘왕따’를 당할지 모른다. 1990년대 중반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귀화한 박이추 씨가 서울 혜화동과 안암동 부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다 강릉으로 내려가 만든 펜션 형태의 커피전문점이다. 커피업계의 전설처럼 불리는 ‘3박(朴)’ 중 한 명인 박이추 씨가 직접 내리는 드립 커피를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커피 명인인 박원준 박상홍 씨는 현재 거의 활동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박이추 씨의 커피에는 국내에 들어온 일본식 커피 역사의 스토리까지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박씨가 여전히 한국말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은 오히려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033-662-5365

기타 지역의 커피전문점

지방의 대표적인 커피전문점으로 대구의 ‘커피명가’(053-423-8756)가 빠질 수 없다. 안명규 사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17년 됐다. 경주의 ‘슈만과 클라라’(054-749-9449)는 진한 맛의 일본식 커피가 일품이며, 부산의 ‘휴고’(051-256-0258) ‘인피니’(051-818-2258), 울산의 ‘빈스톡’(052-267-7847)도 가볼 만한 곳으로 꼽힌다.

집에서 맛있는 커피 만드는 법



진한 맛과 향 그리고 전통을   마시다
커피에 대한 취향 알아내기


강하게 볶은 검은빛 원두는 쓴맛이, 갈색이 감도는 약하게 볶은 원두는 신맛이 잘 살아 있다. 상큼한 맛과 향을 원한다면 ‘커피의 여왕’ 모카를, 강렬하고 묵직한 보디감을 가진 커피를 원하면 ‘커피의 왕’ 만데린을 선택하자.

언제나 신선한 커피 즐기기

보통 로스팅한 날부터 2~15일이 가장 맛이 좋다. 소량 포장 단위로 구매하고, 밀폐용기에 담아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둔다. 커피는 산소와 햇빛, 습기에 약하다.

핸드밀로 향과 맛 100배 즐기기

갈아놓은 커피는 100배 빨리 향을 잃는다. 핸드밀은 저렴하지만 훌륭한 동반자가 돼줄 것이다. 에스프레소용은 가늘게, 커피메이커용과 핸드드립용은 중간 정도, 프렌치 프레스용은 굵게 분쇄한다.

깨끗한 물은 기본

끓기 시작한 뒤 20~30초 지난 물을 잠깐 식혀서 사용한다. 너무 오래 끓이거나 끓였던 물을 다시 끓여 사용하면 맛이 없다.

커피가 맛을 내는 온도와 시간 알아두기

물이 너무 뜨거우면 쓴맛과 신맛만 두드러지고, 미지근하면 커피가 잘 녹지 않는다. 물 온도는 82~92℃가 적당하다. 기구에 따라, 기대하는 맛에 따라 우려내는 시간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추출시간이 너무 길면 잡미(雜味)까지 우러나와 전체적인 맛을 해치고, 너무 짧으면 싱겁다.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부터

사실 맛이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 커피 한 잔을 위한 마음의 여유는 커피 맛을 배가해준다.

서필훈 바리스타·보헤미안 실장


커피의 관능용어



커피 향이 한 가지라면 누가 그것을 탐할까? 천변만화하는 커피 향을 표현하는 말도 다양하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커피 관능용어를 골라봤다.

Aftertaste(입 안에 남는 향기·뒷맛) : 커피를 삼킨 뒤 입에 남는 향기로 천천히 느껴진다. 초콜릿 향과 탄 냄새, 향신료 향 등이 있다.

Aroma(추출 커피 향기) : 추출한 액상커피에서 생긴 기체가 코 안의 후각세포에 닿아 느껴지는 향기로 과일향, 허브향, 견과향 등이 있다.

Bouquet(전체 향기) : 추출 커피의 전체 향기로, 코의 후각 점막에서 가스와 증기 상태로 느껴진다. 볶은 커피 향기와 추출 커피 향기, 마시면서 느끼는 향기, 입에 남는 향기로 이루어진다.

Fragrance(볶은 커피 향기) : 갓 볶은 커피에서 생긴 가스(기체)를 코로 마시면서 느끼는 향기로, 분자량이 매우 적고 휘발성이 강하다. 달콤한 꽃향기에서 향신료 향까지 다양하다.

Acidy(상큼한 맛) : 당분이 있을 때 느껴지는 1차 맛의 하나로, 산 성분이 당분과 결합해 추출 커피의 달콤한 맛을 증가시킨다. 콜롬비아 수프레모처럼 4000피트 이상의 고지대에서 재배하고, 수세 가공한 아라비카 커피콩의 특징적인 맛이다.

Astringent(떫은맛) : 커피의 자극적인 맛이 변해 나타나는 2차 맛. 첫 모금 마실 때 혀의 앞쪽 옆에서 느껴지며, 강한 무기질 맛이다. 자연 가공한 인도네시아 로부스타의 특징적인 맛이다.

Bitter(쓴맛) : 키니네와 카페인 용액의 기본 맛으로 혀 뒤쪽에서 느껴진다.

Bland(약한 맛) : 무기질이 나타내는 1차 맛으로 당분이 무기질 성분과 결합해 커피 추출액의 전체적인 무기질 맛을 약하게 한다. 중남미 저지대에서 재배한 아라비카 커피콩의 특징적인 맛이다.

Mellow(달콤한 맛) : 볶은 커피의 단맛 성분이 있을 때 느껴지는 1차 맛의 하나. 커피의 무기질이 당분과 결합하면 단맛을 증가시킨다.

Mild(부드러운 단맛) : 단맛이 변해 나타나는 2차 맛. 첫 모금을 마실 때 혀끝에서 느껴지는 산뜻한 단맛으로, 커피가 식으면 정상적인 단맛으로 느껴진다. 수세 가공한 과테말라 아라비카 커피의 특징적인 맛이다.

Sour(신맛) : 주석산, 구연산, 사과산에서 느껴지는 기본 맛의 하나로 혀의 옆쪽 뒤에서 느껴진다.

Winey(포도주 맛) : 신맛 성분이 많을 때 나타나는 1차 맛의 하나. 에티오피아의 자연 건조한 짐마(Djimma)처럼 4000피트 이상의 고지대에서 재배한 아라비카 커피의 특징적인 맛이다.

Body(중후함) : 커피를 마실 때와 마신 뒤 혀와 입 안 표면에서 느껴지는 물리적 성질이다.

Heavy(중후한) : 커피 추출액의 중후함을 나타내는 용어로, 추출액 중에 있는 고형분 양이 많을 때 사용한다. 커피의 섬유질과 단백질이 많을 때 느껴진다.

Thick(진한) : 커피 추출액 중 비교적 많은 고형분이 섞여 있을 때 느껴지는 감각. 에스프레소 커피의 대표적 특성이며, 섬유질이나 불용성 단백질이 많을 때 나타난다.

월간커피 제공




주간동아 2007.07.03 592호 (p54~56)

정세진 동아일보 특집팀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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