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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해리 포터와 불의 잔’

완벽한 그래픽, 흥행 마법 또 걸까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완벽한 그래픽, 흥행 마법 또 걸까

완벽한 그래픽, 흥행 마법 또 걸까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이제 ‘스타워즈’처럼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조앤 K. 롤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처음 개봉됐을 때만 해도 ‘해리 포터’는 아이들을 위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해리 포터’가 전 지구적인 성공을 거두고 속편 제작이 확실시됐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아역 배우들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청년이 된 것이다! 특히 대니얼 레드클리프의 말갛던 피부가 거뭇거뭇하게 변하고 눈빛이 훨씬 깊어지면서 ‘해리 포터’의 어린 팬들과 그 부모들은 거의 등을 돌릴 지경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12월1일 개봉하는 네 번째 에피소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전략을 바꾼 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변화를 받아들인 건 아닐까.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끊임없이 암시하면서 ‘스타워즈’처럼 ‘일리아드’ 서사시에서 영감을 얻었고, ‘더욱 어둡고 훨씬 무서워’(해리 역을 맡은 대니얼 레드클리프의 말이다)졌다.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붙여 마케팅하던 전략을 바꿔 광고의 중심 무대를 MTV 로 옮겼다.

완벽한 그래픽, 흥행 마법 또 걸까
이제 열네 살이 되어 호그와트로 돌아온 해리 포터는 학교에서 대표 챔피언 한 명을 내보내 마법을 겨루는 트리위저드에 참가하게 된다. 이상한 건 이 경기 최저 나이 제한선이 17세인데, 대표를 뽑는 ‘불의 잔’이 해리 포터의 이름을 내뱉은 것. 누가 이 위험한 경기에 해리 포터를 내보내려는 것일까.

여기서부터 영화는 어린이용, 청소년용, 그리고 성인용의 세 가지 버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어린 관객들은 해리 포터가 통과해야 하는 세 가지 관문과 실사(實寫) 같은 괴물들을 거의 전자오락으로 이해할 것이며, 청소년들은 홀로 게임에 던져진 채 무도회에 함께 갈 여자 친구를 구해야 하는 해리 포터의 고민에 공감할 것이다(어쩌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반대로 이해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영화를 통해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 데 익숙해진 어른 관객들은 금세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아버지를 살해한 원수와 대면하여, 그를 물리치고 어른이 되는 영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더구나 새빨간 눈동자와 문드러진 코만 남은 볼드모트 경은 ‘절대악’이지만, 알고 보면 어린 시절 유기됐던 공포와 불행 때문에 악의 화신이 됐던 것이다.

어느 쪽을 볼 것인지는 관객에게 달렸고, 4편의 변화는 어느 쪽이든 훌륭하다. 스타일도 좋고 유머 감각도 있으며, 혼자 세상을 돌파해야 하는 자의 운명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해리 포터가 그들만의 신화로 굳어져가는 건 아닌가 하는 쓸쓸한 느낌이 없지 않다. 그건 영화 ‘스타워즈’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국경뿐 아니라 정서적 경계도 무너져가는 시대에 해리 포터가 새로운 신화의 원형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면 반박할 말은 없다. 또 한 가지, 해리 포터의 그래픽은 이제 너무나 완벽해 인물들과 따로 놀지도 않고, 드라마를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소설에서 상상한 것을 이처럼 스크린에서 또렷한 형상으로 보게 되는 것이 언제나 기쁜 일만은 아니다. 아니, 해리 포터의 새로운 시리즈에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정말로 두려운 것은 그 끔찍한 형상이 아니라 순간순간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가버리는 그래픽과 눈속임의 기술이다.





주간동아 2005.12.06 513호 (p82~82)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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