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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지는 무선 인터넷 大戰

토종 기술 ‘와이브로’ vs ‘HSDPA’ 주도권 싸움 … “한국서 밀리면 세계시장서도 끝장” 절박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박 터지는 무선 인터넷 大戰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를 통한 제1의 통신혁명, 초고속인터넷망을 기반으로 한 제2의 통신혁명 등 두 번의 통신혁명을 거쳤다. 제3의 통신혁명은 와이브로(Wibro·휴대 인터넷)라고 확신한다. 디스플레이 크기 10~12인치, 무게 1~1.5kg, 가격 100만원대 이하의 노트북 컴퓨터가 가까운 장래에 보급될 것이고, 이에 따라 ‘1인 1 PC 시대’가 열리면 와이브로에 의한 새로운 통신혁명이 일어날 것이다.”(홍원표 KT 와이브로사업본부장)

“3.5세대 이동통신인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방식 이동통신 서비스가 제3의 통신혁명 주역이 될 것이다. 현재 보급돼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와 노트북 수를 비교해보라. 현재의 휴대전화와 비슷한 형태의 HSDPA폰은 소비자들에게 훨씬 친숙하다. 또 다양한 모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고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 그런 데다 와이브로에 비해 투자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결국 이용요금도 싸게 책정할 수 있다.”(이동통신업체 관계자)

KT와 SKT vs SKT와 KTF

통신시장이 물밑에서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에서 벌어지는 싸움인지라 여기에서 승리하면 세계를 석권할 수도 있다. 기왕의 투자비를 다 회수하기도 전에 신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국내 통신업체로서는 죽을 맛이지만 여기에서 밀리면 통신시장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감 때문에라도 ‘고(go)’를 외치고 있다.

싸움의 당사자는 ‘토종’ IT 기술을 대변하는 와이브로와 WCDMA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는 HSDPA. 와이브로는 KT와 SK텔레콤이 내년 상반기 상용 서비스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고, HSDPA는 SK텔레콤과 KTF가 내년 하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11월 중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에 부산에서 KT와 SK텔레콤은 각국 정상과 고위 관료들을 상대로 한판 승부를 벌였다.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와 HSDPA 기술 시연회를 각각 개최한 것.



박 터지는 무선 인터넷 大戰

APEC IT 전시관 내에 마련된 SK텔레콤의 HSDPA 체험관(왼쪽). 삼성전자의 와이브로 서비스.

와이브로는 영어 ‘Wireless Broadband’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휴대 인터넷이라고 한다. 이동 중에도 휴대전화, PDA(개인휴대 단말기), 노트북 등 휴대형 단말기를 통해 고속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첨단 IT 서비스다. 정체된 통신시장의 차세대 성장 영역으로 관심을 모아온 무선 초고속인터넷 기술의 대표로, 한마디로 말하면 유선 초고속인터넷을 무선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지금도 유선사업자가 제공하는 네스팟 같은 무선랜이나 기존 CDMA를 이용해 무선 인터넷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무선랜은 도달 거리가 짧아서 이동 중일 때나 일종의 중계기지라고 할 수 있는 AP에서 멀어지는 실외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휴대전화상에서 사용 가능한 무선 인터넷은 사용 범위도 넓고 접속도 비교적 잘되지만 요금이 너무 비싼 게 흠이다. 한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요금 체계대로 ‘단순’ 부과할 경우 월 1억원이 넘는 사용자도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와이브로는 현재의 유선 인터넷 비용보다 조금 더 부담하면 마음대로 인터넷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훨씬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생생한 화질은 아니지만 인터넷망을 통한 영상전화도 가능하다. 인터넷 TV(IPTV)가 상용화할 경우 와이브로를 통해 차를 타고 다니면서 이를 시청할 수도 있다.

와이브로, 다양한 컨텐츠와 서비스 우위

KT는 이번 APEC에서 와이브로를 시연하면서 와이브로의 이런 장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무선에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데이터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 것. 미디어 서비스로는 APEC 정보와 세계 뉴스, 라이브 TV와 VoD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인스턴트 메시징·멀티미디어 메시징·인터넷 전화를, 그리고 데이터 서비스로 초고속인터넷과 3D 가상현실을 이용한 장소 안내 서비스를 개발해 선보였다. KT 관계자는 “APEC에 참가한 각국 관계자들이 와이브로에 대해 ‘자기 나라는 이제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는 환경을 구축했는데, 한국은 이미 초고속인터넷에 날개를 달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HSDPA는 WCDMA(광대역 부호분할 다중 접속)의 연장선상에 있는 3.5세대 이동통신 기술. 다만 내려받는(다운로드) 전송 속도가 진화됐다는 특징이 있다. HSDPA폰만 있으면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나 고속버스 안에서도 끊김 없는 3차원 동영상 게임을 즐기고, 영화와 같은 대용량 데이터(700메가바이트 기준)를 10여분 안에 전송받을 수 있다. 1~2메가바이트의 MP3 음악이나 텍스트 파일은 순식간에 내려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지금의 초고속인터넷을 휴대전화로 즐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CDMA에 비해 전송 속도가 5~7배 이상 빠르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 HSDPA의 속도는 초당 1메가바이트이지만, 2007년에는 7.2메가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초고속인터넷의 평균 속도가 초당 3~4메가바이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빠른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두 서비스 가운데 어느 쪽이 시장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와이브로가 현재의 유선 인터넷을 무선화한 것이고, HSDPA는 기존의 무선 인터넷을 초고속화한 것이라고 본다면 두 서비스 간에는 접점이 있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물론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희망은 두 서비스 모두 공존하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MP3 기능이 내장된 MP3폰이 나와 있음에도 MP3 플레이어가 여전히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MP3 플레이어 자체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감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와이브로와 HSDPA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자신 있게 예측하기 힘들긴 하지만 고객의 욕구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수요가 존재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본다면 와이브로와 HSDPA는 각각 별개의 시장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SDPA, 저렴한 이용요금 ‘강점’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와이브로 서비스가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 우선 KT 와이브로에서는 개방형 플랫폼 정책을 지향하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 및 서비스 확보가 가능해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가령 SK텔레콤 네이트나 네이트닷컴에 입점한 콘텐츠만 주로 볼 수 있는 이동전화 무선 인터넷과 비교하면 느리고 폐쇄적인 PC통신 시대에서 인터넷 시대로 바뀌는 것과 같다. 또 와이브로는 매체 속성상 HSDPA보다 전송 속도가 빠르고, 특히 상향 속도의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다만 와이브로의 결정적인 문제는 보안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선 인터넷이 해킹에 취약한데 전파를 타고 데이터가 오가는 무선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수요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와이브로의 상업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최근 일본에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척돼 곧 보안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동통신업계에서 와이브로의 결정적 한계로 지적하는 서비스 지역의 제한이다. KT는 와이브로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비 절감 차원에서 대도시 도심 지역 중심부터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CT-2가 사라진 것은 서비스 지역의 제한 때문이었는데, KT의 이런 정책은 의외로 더 많을 수 있는 가정이나 옥내에서의 와이브로 수요에는 대처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KT 역시 이런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다. KT 내부에서도 “KTF가 HSDPA를 하는데, 굳이 KT가 와이브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와이브로는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첨단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미국과 같이 국토 면적이 큰 나라는 초고속망을 유선으로 구축하려면 엄청난 투자비가 든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무선 초고속망이고, 이게 와이맥스(Wimax)다. 여기에 이동성을 부여한 게 바로 와이브로이기 때문에 와이맥스 서비스를 하는 나라에서는 와이브로 서비스가 충분히 통할 수 있다.”

반면 HSDPA는 와이브로에 비해 네트워크 구축에 드는 투자비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저렴한 이용요금 정책을 펼 수 있다. 여기에 전 세계 이동통신 사업자 중 85%가 HSDPA 전 단계 기술인 WCDMA를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HSDPA폰은 대량 생산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HSDPA도 현재와 같은 이동전화 무선 인터넷 요금체계로는 경쟁력이 없지만 HSDPA 단계로 넘어가면서 요금체계를 바꿀 예정이어서 요금에 관한 한 문제가 안 된다.

SKT, 시장 추이 봐가며 무게중심 이동할 듯

와이브로와 HSDPA는 정체돼 있는 통신업계로서는 단비와 같은 신기술이다. KT도 유선전화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처지다. SK텔레콤이나 KTF 등 무선전화 사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투자에 따른 리스크는 늘 존재한다. 어떤 서비스가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지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SK텔레콤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SK텔레콤은 두 서비스를 모두 준비하면서도 시장의 추이를 봐가면서 어느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생기면 이쪽으로 완전히 무게중심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T와 KTF는 각각 와이브로와 HSDPA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만일의 경우 어느 한쪽이 실패한다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KTF 관계자는 “KT와 KTF를 합병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가 달라 쉽게 결론이 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뿐만 아니라 KT 입장에서는 SK텔레콤이 와이브로망을 통해 자사의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령 SK텔레콤이 하나로통신이나 데이콤과 손잡고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와이브로망을 깔아 가입자를 받아들인다면 KT의 메가패스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는데, 이는 KT가 부담스러워하는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서비스의 추이를 봐가면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한’ 고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통신비 추가 지출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임을 유의해야 한다.





주간동아 2005.12.06 513호 (p46~49)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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