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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중동이 부른다

신밧드 고향 오만, 중동 허브 야심

유럽·아시아 가교 준비된 인·물적 자원 … 세계 각국 구애 작전 한국은 아직 무관심

  • 무스카트=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신밧드 고향 오만, 중동 허브 야심

신밧드 고향 오만, 중동 허브 야심

오만의 험하고 거친 산들은 우기에 녹색으로 바뀐다. 오만의 이국적인 자연은 어디나 넓은 도로로 연결된다.

11월18일 중동 GCC 국가 중 하나인 오만왕국(Sultanate of Oman)의 ‘내셔널데이’(오만의 최대 국경일로 국왕의 생일 주간)를 취재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100명 남짓한 기자들이 수도 무스카트의 ‘알 파테 스타디움’에 모였다.

무려 2만5000명의 오마니(오만 사람이라는 뜻)들이 하얀색 전통의상인 디시타샤를 입고 스탠드에 집결한 모습도 장관이었지만, 유럽 각국과 중국·일본·홍콩 등 이른바 선진국과 대국들이 오만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뜻밖’이었다.

오만은 미국과 전쟁하는 강경 이슬람 국가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매일 세계 유가를 오르내리게 하는 나라도 아니며, 두바이처럼 ‘호화로운’ 경제개발로 갑자기 전 세계인의 시선을 받게 된 나라도 아니다. 그런데 왜?

“한국은 중동에 파병을 했지만, 중동 자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일본은 생각이 다르다. 이곳의 IT 연구소를 방문해봤는데, 아직 첨단 수준이라고 할 수 없지만 흥미로운 것이 많았다. 매우 유용했다. 앞으로 일본 IT 업계가 큰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판단한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경제신문사 카이로 지국장 히로야키 가나자와 씨의 말이다.



오만 내셔널데이 외국 기자들 몰려와 취재

개인의 자유를 최고 덕목으로 여기는 프랑스나 스위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 기자들이 절대권력을 가진 국왕과 그 국왕 생일날 온 나라가 열광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의외였다. 문화 차이를 존중하는 유럽인들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오만이 중동의 ‘허브’가 된 두바이 ‘다음’ 순서가 되리라고 예상하는 듯했다.

오만은 술탄 카부스 현 국왕의 강력한 의지로 세계 경제와 접목하기 위해 빠르게 기업 민영화를 이루고 있다. 오일 머니가 아니라 땀으로 사회발전을 이루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오만에서는 맥도날드에서 스타벅스까지 미국 기업들이 환영받고 있다.

또한 유럽은 영국 사관학교를 나온 국왕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다.

무스카트와 가까운 소하 항구에 건설 중인 대규모의 복합중공업 단지는 오만 정부와 네덜란드가 절반씩 지분을 갖는 조인트 벤처 회사 소유다.

소하 항구에서 만난 항만 건설 관계자는 “두바이는 이미 포화 상태다. 소하는 두바이와 매우 가까워 유럽과 아시아를 포괄하는 중동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아시아인 오만을 유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얼마나 큰 이익인지 깨닫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오만을 동북아로 끌어당기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었다. 이 치열한 줄다리기 속에서 오만은 두바이에 이어 유럽과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경제중심 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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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정치적, 군사적, 정신적 지도자인 술탄 카부스 국왕.

이 야심은 결코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다. 오만은 과거 이러한 역사를 누린 경험이 있다.

오만은 아라비아 만과 걸프 만이 만나는 호르무즈 해협 남단에 위치한 해양 국가이다. 오만 사람들은 돛을 세워 바람을 동력으로 이용한 최초의 사람들이다. 그 유명한 신밧드의 모험이 시작되는 항구가 바로 오만의 소하이다.

6세기에 오만인들은 동쪽으로는 인도를 거쳐 동북아시아까지, 서쪽으로는 유럽과 아프리카로 진출했다. 그리하여 16세기엔 유럽의 무역 제국 포르투갈과 충돌했다.

오만은 한반도 식민지배를 받지 않았으며 19세기 오히려 동아프리카에 식민지를 경영하기도 했다.

이런 과거를 증명하는 것이 ‘올드 무스카트’에 있는 ‘무트라 수크(Mutrah Souq, ‘수크’는 시장)’이다. 한국의 인사동과 남대문시장을 합친 격인 ‘무트라 수크’에는 신밧드가 썼을 법한 나침반과 망원경, 측량도구들이 앤티크와 복제품 형태로 많이 나와 있다. 무스카트에 오래 머물고 있는 한국인들에 따르면 오마니들은 가짜를 진짜 골동품이라고 속여 파는 경우는 아직 별로 없다고 한다.

역사 깊은 해양 국가 일찍이 세계로 진출

오만 남성들은 포르투갈과 맞서 싸운 용맹함으로 유명한데, 그 상징이 바로 ‘무트라 수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반월도(半月刀) ‘칸자르’이다. 오만 남성들은 아직도 공식 행사 때 허리에 장식용으로 ‘칸자르’를 찬다. 아랍인 특유의 칠흑 같은 눈썹과 긴 수염, 그리고 ‘칸자르’를 보면 아랍 남성들에 대한 여성들의 ‘선망’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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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을 갖춰 차려입은 오만의 남성. 허리에 ‘칸자르’를, 손에는 가는 지팡이를 든다.

요즘 오만 남성들의 칸자르 옆에는 휴대폰이 꽂혀 있어 눈길을 끈다.

‘무트라 수크’에 들어서면 달콤하지만 강렬한 냄새가 코로 덤벼든다. 그 유명한 오만의 유향(frankincense) 냄새다. 오만의 유향 무역은 7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지금도 최고급 향수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오마니들은 집에 손님이 오면 아름다운 유향 그릇에 유향을 태워 향을 내고, 커피를 끓이는 것으로 환대를 표현한다. ‘무트라 수크’ 골목골목에는 다양한 향을 원하는 대로 병에 담아 파는 향수 가게들과 커피 주전자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무트라 수크’에서 유향 냄새에 취하고 나면, 오만이 생각보다 우리와 가까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향수와 몰약을 진 낙타와 아랍 상인이 아시아까지 왔다는 역사책을 읽은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오만에 대해 아는 것은 축구 강국이고, ‘열사의 기후’에 불모의 사막을 갖고 있으며, 여전히 이슬람 전통이 강하게 남은 나라라는 것 정도이다.

오만은 팔레스타인의 국가 설립 요구를 적극 지지하면서 미국 기업들에 호의적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덕분에 오만은 중동에서 테러 위협이 가장 적은 곳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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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사막에 살고 있는 베두인족의 집,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 정유 관련 공장, 여성 뉴스캐스터(아래 왼쪽부터).

‘열사의 기후’는 사막이 있는 내륙에만 해당한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쪽과 남쪽의 해안 지대는 몬순기에 녹음이 우거져 아랍의 왕족과 유럽의 부호들이 북적대는 고급 리조트가 형성돼 있다. 올해 ‘내셔널 데이’에는 마이클 잭슨이 비밀리에 오만을 방문하기도 했다.

수입 원유 6.3% 오만산 … 자동차 5대 중 1대 한국산

오만은 여성에 대해서도 열린 정책을 편다. 1988년 아랍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서기관을 임명했으며, 현재 고등교육부 등 4개 부처의 장을 여성이 맡고 있을 정도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회가 100~200년 걸쳐 이룬 변화를 불과 35년 만에 이루다 보니 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지만, 실제로 거리에서 히잡을 벗은 오만 여성들을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여성들이 부르카(얼굴에 쓰는 검은 마스크)를 벗어던지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하지만 곳곳에서 전통적인 검은색 겉옷 아바야 속에 청바지를 입는 여성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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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카부스 국왕은 예술에 관심이 많아 직접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위성 TV에서는 노출이 심한 여자 가수들이 나와 춤추고, 해변에는 토플리스로 일광욕을 하는 서양 여성들이 있었다. 이슬람 교리를 강력하게 고수하고 있는 오마니들은 이를 바라보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그것은 이슬람 전통을 지키는 나라들이 갑자기 문을 열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딜레마입니다. 경제개발이냐 전통 수호냐죠. 카부스 국왕은 전통을 유지하면서 서구에 문을 여는 정책을 절묘하게 지켜왔습니다. 35년 동안 국민들의 지지와 외국의 신뢰를 얻은 것도 이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외국인들이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을 바라볼 때는 서구의 기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한 나라가 어떤 체제를 유지한다면 그 체제는 그 나라 현실에 가장 잘 맞기 때문에 취해진 것입니다”(이상민, 주오만 한국 대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6.3%와 LNG의 24%가 오만산이다. 오만이 수입하는 전체 자동차 수 중에서 5분의 1에 해당하는 5만대는 한국산이다. 덕분에 길거리에서는 어렵잖게 쏘나타 등을 볼 수 있었다. SK건설, 대우조선,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등도 오만에 진출해 기간산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오마니들은 우리가 오만에 대해 아는 것보다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한국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었다. 오마니들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세계 선진 그룹에 드는 성취를 이뤘다는 점을 늘 이야기했다.

한 오만 정부 관리는 “오만은 한국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몇백 년 전 조상들보다 오만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이미 사막에 경제 오아시스를 만들기 시작한 모험가 신밧드의 후손들에 대해서 말이다.





주간동아 2005.12.06 513호 (p24~26)

무스카트=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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