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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반환 民情 vs NSC 충돌

SOFA 따를 경우 환경치유 비용 1000억원 한국이 떠안을 판

  • 황일도/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미군기지 반환 民情 vs NSC 충돌

미군기지 반환 民情 vs NSC 충돌

3월29일 강원 춘천의 미군부대 캠프페이지가 폐쇄됐다. 마지막 행사를 마친 병력을 태운 치누크 헬기가 부대를 떠나고 있다.

11월 초순 대통령 민정수석실이 2008년 반환될 예정인 용산기지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에 의해 확인됐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2004년 가을 체결된 용산기지 이전 협정이 미군의 환경치유 책임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해 막대한 반환부지 환경치유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게 된 상황에 관한 것. 민정수석실은 보고서 제출과 함께 이전 협상을 담당했던 실무자들과 이를 감독한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과 회의를 열고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의견 청취는 사실상 협상 당시 상황과 관련 조치에 대한 ‘조사성’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NSC는 용산기지 이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협상팀과 회의를 열고 ‘단어 하나까지’ 지침을 내리며 관여한 바 있다.

2003년에도 민정수석실이 문제 제기

용산기지 이전 협상을 둘러싼 논란은 2년 전 이미 청와대 안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3년 11월에도 민정수석실은 한-미 간에 논의되고 있는 협상 내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2004년 초 이 보고서의 내용 일부가 유출되면서 이른바 ‘외교부 간부들의 부적절한 발언’ 파문이 터졌고, 결국 윤영관 외교부 장관이 물러나고 위성락 북미국장, 조현동 북미3과장 등이 줄줄이 경질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때 작성된 민정수석실 보고서는 2004년 9월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눈여겨볼 것은 이때의 보고서 역시 용산기지 부지의 환경치유 문제에 대해 비중 있게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협상팀은 이 부분에 대해 한미행정협정(SOFA)에 근거해 처리하도록 했으나, 이는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므로 실제 기지 이전 시 우리 측이 막대한 환경치유 부담을 떠안게 됨으로써 심각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부분이 그것이다.

미군기지 반환 民情 vs NSC 충돌
2년 남짓 시간이 흘러 민정수석실이 새로 작성한 보고서는, 실제 이전 작업이 진행되면서 앞서의 ‘전망’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환 예정인 미군기지의 오염문제가 확인됐지만 치유비용을 두고 미군과 환경부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으며, 부실한 이전 협정으로 인해 결국 한국 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치유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 협정과 함께 타결된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몇몇 미군기지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가 불거지고 있음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9월22일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대상 22곳 가운데 조사가 완료된 15곳 중 14곳이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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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1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위 사진 맨 왼쪽)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3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 반환 예정 기지 가운데는 미군이 이미 기지통합 일정에 따라 병력과 시설을 철수했지만 환경치유 책임 부분이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아 반환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불만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지는 이미 텅 비었지만 한국 정부는 환경오염 책임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반환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고,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해둘 수도 없어 투입되는 경비 병력의 유지 비용이 이미 수십만 달러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군 측의 불만은 ‘협정에 따르면, 그대로 반환받을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2년 가까운 협상을 거쳐 2004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용산기지 이전 협정과 LPP는 환경치유 책임을 SOFA에 준해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3년 5월 체결된 SOFA 환경치유절차 합의서는 미국 정부가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을 초래하는 오염’을 치유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미국 정부가 높은 수준의 환경오염을 규정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로, 흔히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KISE’라고 부른다.

논란의 핵심은 ‘K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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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미군 측은 최근 반환 예정 기지에서 확인된 환경오염 수준이 이 KISE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체결된 양국 간 협정에 따라 치유비용을 미군이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양국 간 협정이 의회를 통과했으므로 미 국방부가 의회에 환경치유 예산을 요청할 근거가 없다는 게 미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환경부는 환경 기준에 대한 한국 측 국내 관계 법령에 근거해 미군이 치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반환기지 부지 일부는 학교나 공원 등으로 사용될 예정인 만큼 토양환경보전법에 규정돼 있는 오염기준 이하로 토지를 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계속되는 정부 내부의 지적에 압박을 받은 국방부는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 때 반환하는 미군기지는 한국이 제시한 환경 기준에 따라 오염문제를 해결한 뒤 반환할 것을 요구해 논란을 빚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한국 측 요구에 대해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 등은 “국제법인 SOFA 기준이 있는데, 어떻게 한국 국내법이 국제법에 우선할 수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해 합의점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작성된 민정수석실의 보고서는 법리상 미군 측 주장이 더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협상이 타결된 직후 외교부와 국방부 등 협상팀과 NSC 측은 ‘1990년 체결된 양해각서(MOU)에는 환경관련 조항이 없었지만, 새로 체결되는 협정에는 이를 SOFA에 준해 처리하기로 한 만큼 이번 협상 과정에서 얻은 큰 성과’라고 국민들에게 홍보한 바 있다.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SOFA의 환경 조항이 불충분했고, 따라서 이전 협정의 환경관련 조항 신설을 성과라고 설명했던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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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치유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SOFA 관련 규정에 따르기로 한 협상 결과가 향후 한국 측의 치유비용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2003년 11월 작성된 민정수석실 보고서에서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새로운 협정을 통해 미국 측에 실질적 환경치유 부담을 갖도록 규정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민정수석실의 당시 보고서는 독일의 경우 한국 정부와는 달리 ‘미군기지를 반환받으면서 별도의 협정으로 환경치유 문제를 해결’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환경부도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한 바 있다. 2003년 8월 작성된 ‘용산 미군기지 이전 관련 관계부처 회의록’에 따르면, 환경부는 “용산기지는 유류로 인한 오염이 심각하므로 미국 측이 이를 치유 후 반환해야 한다”며 “미국 측이 올해 반환 예정인 부지 협상에서 치유에 소극적인 용산기지 반환 한미합의서 작성 시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협상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

2004년 11월16일자 ‘세계일보’가 입수해 공개한 문서는, 환경부는 2008년 반환되는 용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비용이 932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NSC에 제출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체 대상 부지의 5%가 오염됐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정부 방침대로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토양소각 방식 등으로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한편 미군 측은 별도의 비용 예측 작업 결과 반환기지 전체의 환경치유에 4억~5억 달러가량이 들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책정해놓은 미군기지 이전 관련 예산에 반환 부지의 환경치유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2004년 가을 이전 협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국방부는 “이전 비용은 용산 3조9571억원, LPP 9337억원, 2사단 5795억원 등 총 5조4703억원 규모”라고 못박았다. 이는 새로 기지가 들어설 부지 매입비용과 대체시설 건설비용 위주로, 향후 환경치유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국방부는 반환 부지 일부를 매각해 이전 비용을 충당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지만, 이미 예상 수입은 예상 지출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 환경치유 관련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용산기지 이전 협상을 담당했던 외교부와 국방부 관계자들은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는 환경부 소관”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몇몇 실무자들은 익명을 전제로 “우리 입장에서는 논란이 크게 불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공격수’에 해당하는 환경부 역시 입을 다물고 있기는 마찬가지. 수차례에 걸친 취재 요청에 대해 환경부 측은 “미군기지 환경오염 관련 사항은 SOFA에 합의된 범위 외에는 반드시 사전에 미국 측과 협의를 거쳐야 공개할 수 있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환경치유 비용에 대한 문제 제기와 관련해, 협상 실무자들이나 NSC 측은 민정수석실의 의견청취 과정에서 “기지 이전 협상을 하면서 이미 체결된 SOFA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기지 이전 사례에서 미군 측이 비용을 전부 부담한 경우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는 전언이다. 반면 최근 현실화되고 있는 문제점의 심각성과 대안 마련의 필요성, ‘환경관련 조항 신설은 성과’라는 당시 설명이 잘못됐다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이 대체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은 민정수석실이 NSC와 이종석 차장의 실책을 여러 차례 지적하며 청와대 안에서 이른바 ‘NSC 견제그룹’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사뭇 의미심장하다. 5월 NSC 관계자들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처리 문제로 민정수석실과 ‘조사성 회의’를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종석 낙마설이 급속히 확산되었지만, 6월 들어 낙마설이 백지화된 이후에는 오히려 ‘견제그룹’의 움직임이 크게 줄었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작성된 민정수석실 보고서 및 NSC 등에 대한 ‘의견 청취’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이들 ‘견제그룹’의 행보가 다시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주간동아 2005.12.06 513호 (p16~18)

황일도/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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