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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대월 씨 돈세탁 증거 포착”

유전특검 정대훈 특별검사 “수억원 내용처 수사 중…청와대 관련성 규명도”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전대월 씨 돈세탁 증거 포착”

“전대월 씨 돈세탁 증거 포착”

·1953년 서울생
·경기고, 서울대 법과대 졸업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 합격
·1981년 판사 임용
·1995년 사법연수원 교수
·1998년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1999년~(현)법무법인정대훈법률사무소 변호사

유전의혹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결성된 정대훈(52·사법연수원 8기) 특별검사팀이 본격 수사를 시작한 지 40여일이 지났다.

‘유전의혹’이란 철도공사(옛 철도청)가 면밀한 사업성 검토 없이 지난해 9월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일정에 맞춰 전대월·권광진·허문석 씨 등 민간인 사업자들과 함께 러시아 페트로사흐 유전 인수를 추진하면서 계약금 350만 달러를 떼인 뒤 계약을 파기한 사건. 검찰은 철도청 일부 간부들의 잘못된 행태와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을 비롯해 청와대, 정부 부처가 폭넓게 개입한 정황을 밝혀내고,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과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 등 5명을 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6월2일 수사를 마무리했다.

8월18일 출범한 정대훈 특별검사를 비롯한 유전특검팀은 정치권과 정부의 ‘외압’ 및 커넥션을 캐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는 생각보다 쉬워 보이지 않는다. 웬만한 곳은 검찰이 한 번씩 거친 뒤라 틈새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 기간 60일 중 3분의 2 지점을 넘어선 현재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은 침묵에 휩싸여 있다. 수사 초기부터 특검팀을 괴롭혔던 ‘특검무용론’이 그 사이를 비집고 고개를 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흐름을 지켜보던 정대훈 특별검사가 ‘주간동아’를 통해 입을 열었다. 정 특검은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말투로 특검무용론을 반박했다.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전대월 씨가 수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흔적을 찾았다”고 말했다. 비자금의 용처가 확인되면 수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게 정 특검의 설명. 정 특검은 청와대의 관련성을 규명하기 위해 “몇몇 비서관과 행정관의 컴퓨터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 조사에서 밝히지 못했던 새로운 증거들을 다수 찾아냈다”고 강조했다. 10월5일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차분하면서 진중한 모습이었다.

-검찰 기록은 다 읽어봤는가?

“검찰의 수사 기록이 1만3000쪽 이상으로 매우 방대한 분량이다. 철도청의 배임 부분은 검찰이 샅샅이 뒤졌기 때문에, 특검에서는 정·관계 의혹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적인 실마리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몇 가지 있다. 여기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무엇인가?

“계좌 추적을 하는 과정에서 전대월 씨가 자금 세탁을 한 증거를 포착했다. 정·관계에 로비 자금으로 건네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여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돈세탁을 해서 자금을 확보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래 관계라고 볼 수 없다. 당사자에게도 진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수억원 단위다. 이광재 의원에게 선거자금으로 들어간 것과는 별도의 자금이다.”

-사건 관계자들의 e메일과 블로그 등을 압수수색했다. 거기서 새롭게 찾아낸 실마리가 있는가?

“청와대 행정관과 비서관 3~4명의 개인용 컴퓨터에 있는 모든 파일을 복사해 현재 분석 중이다. 삭제한 파일까지 되살렸다. 내부 결재문서도 모두 살펴보고 있다. 아직까지 의혹을 가질 만한 실마리가 뚜렷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추가 분석이 필요한 게 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

-인도네시아로 도피한 허문석 씨의 신병 확보가 수사의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허 씨의 소재나 동선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됐는가?

“검찰에서도 5월 허 씨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해놓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도 국내 지인들과 접촉하는 등 다각도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허 씨의 행방을 확실히 파악한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와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했지만 현재 발효 이전 상태다. 그런데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청을 받아 범죄인을 인도했던 사례를 찾아냈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도 우리 정부가 요청을 하면 범죄인을 인도해줘야 한다. 이에 특검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 그 사실을 알려줬고, 법무부를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로 하여금 허문석 씨의 인도를 요청하라고 이야기했다. 이럴 경우 허 씨의 과거 경력, 가족관계 등 소상하게 자료를 만들어서 보내줘야 하고, 이를 토대로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수배를 한다면 허 씨의 동선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검 기간 내에 허 씨를 소환해 수사할 가능성이 있는가?

“현재 1차 수사기간은 10월16일이면 끝난다. 하지만 특검 내부에서 한 달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40여일이 남은 상황에서 허 씨를 소환해 수사할 가능성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주 높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특검 기간이 끝난다고 해도 범죄인 인도 요청의 효력은 지속되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허 씨의 소재가 파악되리라고 본다. 그리고 허 씨의 아내는 지금 미국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의 또 다른 축인 김세호 전 건교부 차관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꾸준히 그를 설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새롭게 나온 이야기는 없다.”

-한 달 연장을 하더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외압 의혹의 대상인 이광재 의원이나 이기명 씨를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사업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 중의 하나다. 이 부분에 대해 수사를 했는가?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할 계획은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된 정황이 있다면 모르지만, 현재로선 대통령에게까지 이 사업에 대해 보고됐다는 증거가 없다. 따라서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할 계획은 없다. 하지만 이기명 씨나 이광재 의원을 수사하다 보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수사를 하면서 정치권 인사들에게서 ‘압력’을 받은 적은 있나?

“전혀 없다. 시작할 때부터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특검이 출범했을 때부터 ‘특검무용론’이 제기돼왔다. 언론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많이 보였다. 특검의 수장으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검찰의 능력을 100%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 특검을 만든 의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사건은 반드시 특검으로 가기 때문에 검찰에서 더욱 열심히 수사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또 이번 특검은 대통령 등 권력의 실세와 측근의 비리를 조사한다는 점에서 미국식 특별검사제도가 제대로 적용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수사과정에서도 의미가 있다. 청와대 인사들의 컴퓨터와 결제문서를 살펴보는 것도 일반 수사기관에서는 하기 힘들다. 하지만 특검에서 수사할 경우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면 관련 특별법을 만들어 수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졌으니, 검찰 수사를 넘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하지 않나? 그렇지 않으면 특검무용론이 계속 대두될 수밖에 없다.

“출범할 때부터 특검무용론을 각오했고, 마주쳐 싸워야 할 대상으로 간주해왔다. 물론 현재의 특검제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수사기간이 기본 60일에, 1회 연장하면 90일인데, 지나치게 짧다. 조사 대상자들이 이때만 잘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대비할 수 있다. 특검팀이 철저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좀더 많이 줘야 한다. 미국의 경우 수사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수사기간은 특검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특검이 사건의 개요를 파악한 뒤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야 할지 판단하게 해야 한다.”



주간동아 2005.10.18 506호 (p40~41)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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