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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예술가들

온라인 무대 ‘창작 전성시대’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온라인 무대 ‘창작 전성시대’

온라인 무대 ‘창작 전성시대’

싸이월드 페이퍼 ‘러브바이러스’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 왼쪽부터 김준, 장우석, 김태중, 큐레이터 최두은, 양아치.

우리가 모두 섞여 한 몸이 될 수 있을까? ‘러브 쉐이커’를 통해선 가능하다. 사람이 늘어날 때마다 반죽된 이미지는 조금씩 화려해진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작가의 블로그에 당신의 사진 파일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튿날 아침이면 자신의 모습이 녹아든 오브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타투 작업으로 유명한 작가 김준(40) 씨의 블로그에서는 끊임없이 작가와 관객 사이의 소통이 이뤄진다.

독립된 공간 펄떡이는 피드백 매력 철철

“지난해 9월부터 ‘러브 쉐이커’를 통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실 10여년 전 저와 관객들의 피를 섞는 작업을 했었거든요. 그러면 서로 ‘다름’에서 비롯되는 불행이 어느 정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발상에서였는데, 작품 378개 만들고 나니까 빈혈이 생겨서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빈혈 없이도 가능하더라고요.(웃음) 즉각 즉각 오는 피드백, 펄떡이는 날것의 매력에 빠지면 정말 헤어나올 수 없죠.”

김준 씨가 활동하고 있는 싸이월드 페이퍼 ‘러브바이러스’(paper.cyworld.com/love)에서는 총 16명의 작가들이 각자 자신의 블로그에 꾸준히 작품을 ‘업로드’하고 있다. 벽화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 김태중(30) 씨는 블로그 총 방문객 수 2만3000여명, 정기구독자 수 9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러브바이러스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그냥 일기를 쓰듯 매일매일 작품을 올려요. 소재는 다양해요. 제 일상이 곧 작품이니까. 특히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연애를 시작했을 때는 톡톡 튀는 발랄한 그림을 그렸고, 실연당했을 때는 처절하게 그 아픔을 표현했죠. 재미있는 건 슬픈 그림을 그릴 때 위로의 댓글이 많이 달린다는 점이에요. 관객들은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삶을 보면서 더욱 즐거워하죠. 실제로 오프라인에서는 작가의 일상을 엿볼 수 없잖아요.”



이제 ‘온라인 작가’란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00년 이후 ‘그놈은 멋있었다’ 등 인터넷 연재소설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엽기적인 발상과 놀라울 정도의 솔직함으로 무장한 인터넷 만화가들은 만화계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대중음악가들은 홈페이지에 자신이 작곡한 음악파일을 올려 누리꾼들의 반응을 먼저 살피기 시작했고, 앞서 이야기했듯 젊은 미술가들은 개인전이나 그룹전이 아닌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작품을 ‘발표’한다. 문예진흥원이 개설한 문학 전문 포털사이트 문장(www.munjang.or.kr)에서는 등단 작가뿐 아니라 작가 지망생들도 자신의 블로그에 시나 소설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젠 온라인이 단순히 오프라인의 대체물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창작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무대 ‘창작 전성시대’

젊은 미술가들은 온라인에서 작품을 발표한다. 위 왼쪽은 김준, 오른쪽은 김태중 작가의 작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 만화가 강풀(아래).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에서 가장 조회 수가 많은 코너는 메인 페이지 정중앙에 자리 잡은 그날의 톱기사가 아니다. 바로 온라인 만화가 강풀(31·본명 강도영)의 연재만화 ‘타이밍’이다. 작품이 업로드되는 당일은 조회 수가 40만회에 이르고, 그렇지 않은 날에도 20~30만회를 기록한다. 댓글도 1200개 이상 달린다. 전작인 ‘순정만화’는 대략 3200만명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어나면 ‘온라인’ 잠들면 ‘오프라인’

온라인 만화 1세대로 불리는 강풀 작가는 대학 시절 대자보 만화를 그리면서 만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문하생 생활을 하며 만화를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기만 그는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모든 곳, 심지어 구청 신문사까지 400여 군데에 원서를 넣었지만 모조리 퇴짜를 맞았다. “하다 하다 안 돼서” 그는 강풀닷컴(www. kangfull.com)이라는 개인 사이트를 만들어 그곳에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지만 쉽사리 털어놓기 힘든 원초적인 일화들을 그린 엽기 만화 ‘일쌍다반사’가 조금씩 인기를 끌었고, 이후 다음을 통해 연재한 ‘순정만화’가 대박을 터뜨렸다.

“온라인 세대와 코드가 맞았던 것 같아요. 만화를 처음 그릴 당시 이른바 엽기 코드가 유행했고, 사람들이 메신저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제 만화가 ‘파일 전송’을 통해 급속하게 퍼지게 됐고요. 대신 ‘똥 만화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요.”

강 작가는 그간 만화의 기본 원칙으로 여겨지던 칸 분할을 없앴다. 페이지를 넘기는 대신 스크롤로 내려다보는 인터넷의 특성을 감안한 결과다. 스크롤로 빨리 내리다 보면 플래시 애니메이션 효과도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만화는 오프라인으로 출간된 책보다 인터넷으로 직접 보는 게 훨씬 재미있다.

“저는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해요. 온라인 만화는 접근도 쉽지만,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창을 닫기도 쉽죠.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재미를 주기 위해 항상 고민해요. 그래서 댓글도 일일이 다 읽어보죠. 사실 독자들이 가장 무서워요.(웃음) 오자 하나라도 나면 댓글에서 난리가 나죠. 며칠 전에는 ‘타이밍’에서 죽은 인물이 다시 나오는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독자들의 댓글이 무수히 달렸어요. 곧바로 수정을 해서 다시 올렸죠. 또 적당히 그려서 올린 날은 귀신처럼 알아내요. 물론 댓글이 많은 도움을 주지만 그렇다고 독자의 요구에 따라 결말이나 스토리라인 등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작가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도 안 되겠지만 독자들의 수많은 요구에 부화뇌동해서도 안 되거든요.”

순수문학 역시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문학 포털 사이트 문장의 블로그와 개인 홈페이지(www.poemfire.com)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는 시인 윤성택(33) 씨는 “요즘 ‘시는 죽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온라인에서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등단하기 전부터 홈페이지에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작품평, 그리고 습작 시들을 올렸다. 2001년 등단한 뒤에도 시화를 구성하거나 영상시를 만드는 등 젊은 세대에 맞는 스타일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하루 평균 500명의 사람들이 그의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작품을 스크랩해간다. 윤 씨는 “내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들은 문학 전공자가 아니다. 이젠 작가들이 인터넷이라는 소통 도구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아트를 전공하고 있는 양아치(35·본명 조성건) 작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개인 홈페이지(www.yangachi.org)를 통해 짙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양 작가는 최근 ‘핸드폰 방송국’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주고받은 일상의 통화 내용들이 방송국의 콘텐츠가 되는 것. 그렇다면 이는 온라인 작품인가, 오프라인 작품인가. 양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젠 우리의 생활 자체가 ‘온라인’ 접속이고, 잠자리에 들 때가 곧 ‘오프라인’이라고.



주간동아 2005.08.16 498호 (p34~35)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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