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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와 골프’ 마케팅 끝내주네

시알리스 PGA 웨스턴오픈 후원 … 티 나지 않게 핵심 소비자 겨냥 절묘한 전술

  • 레몬트=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발기와 골프’ 마케팅 끝내주네

  • 골프와 섹스의 공통점은?
  • ① 숫자, 즉 기록을 중요시한다. 숫자는 목표 의식을 갖게 한다. 숫자가 발견되면서 남녀는 시간과 횟수, 즉 ‘몇 번 더, 몇 분 더’와 같은 숫자놀음에 나섰다. 골프 역시 숫자가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② 기술이나 기교가 서툴러도 재미있다. 골프는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르게 즐길 수 있는 운동 경기다. 섹스도 마찬가지. 파트너와 교감이 이뤄지면 기교가 어설퍼도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다. ③ 여유와 자신감이 중요하다. 골프에선 여유와 자신감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섹스를 잘하기 위해서도 자신감과 느긋함은 필수. 따라서 조바심을 내면 골프도 섹스도 즐길 수 없다. 그렇다면 골프와 발기부전 치료제의 공통점은?
7월4일(한국시각) 미 PGA(프로골프협회) 투어 시알리스웨스턴오픈 4라운드가 열린 미국 일리노이주 레몬트 코크힐G&CC. 타이거 우즈가 11번홀(파5)에서 16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자, 갤러리들은 “고! 타이거(go! tiger)”를 외치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9·10번홀 연속 버디에 이은 이글. 1라운드에서 103위로 ‘고개 숙인’ 우즈가 짐 퓨릭과 함께 13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오르게 된 것이다.

역전 쇼를 기정사실화하며 흥분하는 갤러리들만큼이나 우즈의 대추격에 고무된 사람이 있었다. 이번 대회를 스폰서한 ‘일라이 릴리’사의 US시알리스브랜드팀 리더인 맷 비브다. 그는 우즈, 비제이 싱 등 톱 클래스 선수들이 우승하기를 바랐다. 유명 선수가 우승해야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호들갑스럽게 대회 소식을 전할 것이고, ‘시알리스’라는 발기부전 치료제 이름도 더 많이 노출되는 까닭이다.

삼성전자가 유럽에서 인지도를 높이려고 영국의 ‘명문 축구팀’ 첼시를 지원하듯, 스포츠는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다. 전문가들은 스폰서십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관심을 가지는 종목 △제품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종목 △브랜드가 명확하게 노출되는 종목을 고르라고 조언한다. 일라이 릴리의 ‘시알리스 스폰서십’은 스포츠와 마케팅의 절묘한 교접을 보여준다.

■ 대회가 호사스러워야 제품도 명품이 된다

싸구려와 함께 놀면 덩달아 싸구려가 된다. 유수의 기업들이 타이틀스폰서 자격으로 PGA 투어를 지원하는 건 PGA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시알리스가 골프 대회를 후원한 이유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 자연의 순수함과 운동 경기의 정정당당함을 제품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시알리스를 선택하면서 PGA가 펼쳐지는 푸른 잔디를 떠올리게 된다.

가에타노 그루피 시알리스글로벌브랜드 총책임자는 “2004년부터 PGA 웨스턴오픈을 후원하면서 대단한 효과가 있었다. 브랜드 및 광고 인지도를 비롯해 시알리스의 역량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 핵심 소비자층을 조준하라

발기부전 치료제를 마케팅하면서 PC게임 대회를 스폰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알리스는 마케팅 타깃이 40~65세라는 걸 고려하면서 스폰서십에 나설 종목을 저울질했다. 골프가 낙점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포츠 마케팅의 성공 여부는 브랜드와 후원하는 경기의 ‘궁합’이 잘 맞느냐에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소비자는 중년 남성. ‘고개 숙인’ 남성들의 주요 관심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발기’다. 골프에 대한 이들의 관심 또한 이에 못지않다.

스포츠 마케팅은 ROI(Return on Investment·투자수익률) 평가가 어려워 효과를 입증할 수 없는 눈먼 마케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타깃을 잘못 잡으면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 티 나지 않게 이미지를 심어라

시알리스의 마케팅 컨셉트는 자극을 받으면 36시간에 걸쳐 발기하는 지속 효과다. 경쟁 약품인 비아그라와 레비트라가 남성의 힘에 초점을 맞춰 마초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면, 시알리스는 느긋함을 강조한다.

골프는 시알리스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느긋함의 이미지를 상승시킨다. 골프는 중년의 편안함과 자유를 상징하는 운동 경기다. 시알리스의 마케팅 포인트인 자유와 여유가 골프를 통해 다시 한번 각인되는 것이다.

여유와 자유라는 ‘골프와 발기부전 치료제의 공통 키워드’를 부각하면서 시알리스는 비아그라와는 차별화되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관계를 부부에게 제공하는 약품이라는 이미지를 교묘하게 소비자들에게 심는다.

■ 시장마다 전술을 달리 짜라

스포츠 마케팅은 시장마다 다르게 이뤄져야 한다. 삼성은 지난해 파키스탄에서 열린 ‘2004 삼성 하키챔피언스 트로피대회’를 공식 후원해 서남아시아 지역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지역별로 특화된 스포츠 마케팅을 벌인 것이다.

시알리스는 포르투갈에서 축구를 선택했다. 축구가 가장 인기 있는 포르투갈에서 골프 대회를 지원해서는 재미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존 뱀포스 시알리스글로벌마케팅 책임자는 “나라별로 차별화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면서 “규제나 규정이 달라 모든 시장에서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발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약을 쓰는 걸 꺼리는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좋아하는 스포츠를 후원하는 제품엔 거리감이 줄게 마련이다. 스포츠 마케팅엔 ROI로 잴 수 없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주간동아 2005.07.19 494호 (p98~99)

레몬트=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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