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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잃은 ‘매관매직 스캔들’

中, 헤이룽장성 비리 사건 사상 최대 … 인사 담당 한구이즈 뇌물액만 1000만 위안

  •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할 말 잃은 ‘매관매직 스캔들’

할 말 잃은 ‘매관매직 스캔들’

헤이룽장성의 농촌 풍경.

중국 동북부에 위치한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에서 100여km 떨어진 소도시 수이허(綏和). 2002년 4월 수이허시 당서기 마더(馬德)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이 건이 중국 건국 이래 최대 ‘매관매직 스캔들’로 발전하리라곤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더에서 시작된 비리 수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수사당국은 마더가 수이허시 당서기로 재직한 6년 동안 시의 주요 당정직과 관할 지역의 관직 판매를 통해 엄청난 재산을 모았음을 밝혀냈다. 마더에게 돈을 주고 관직을 산 당 관료들은 마더의 매관매직 행태를 그대로 따랐다. 마더와 똑같은 수법으로 자신 밑에 있는 관직들을 돈을 받고 팔았던 것이다.

마더에게 50만 위안을 주고 수이링현의 당서기직을 산 리캉(李剛)은 현내 주요 관료들의 승진 및 선발 대가로 모두 119차례에 걸쳐 뇌물을 받았다. 그 총액은 210만 위안에 달했다. ‘마더 스캔들’에 연루된 시급 지도자는 260여명에 이르고, 10개 현 간부의 절반 이상이 매관매직에 연루됐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각 지역의 최고 당정 간부들이었다.

10개 현 간부 절반 이상이 연루

여기까지는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스캔들에 연루된 성 고위간부의 비호와 사건 은폐를 우려한 중국 최고위층은 2004년 이 문제를 베이징의 감찰기관으로 이관했다. 그러자 감찰기관은 수사 대상을 헤이룽장성 전체로 확대했다.



할 말 잃은 ‘매관매직 스캔들’

매관매직 스캔들에 연루된 한구이즈 헤이룽장성 정치협상회 주석(왼쪽)과 수이허시의 당서기 마더.

수사가 진행되자 새로운 비리 연루자들이 속속 밝혀졌다. 현 헤이룽장성 정치협상회의 주석인 한구이즈(韓桂芝)를 정점으로 한 매관매직 연계망이 드러났다. 한은 여성으론 드물게 헤이룽장성 당 조직부 부장과 당 부서기를 역임하면서 12년간 성 조직 인사를 담당했다. 그녀는 재임 기간에 자신이 가진 인사권을 이용하여 매관매직 비리를 저질렀다.

중국 언론은 그녀를 헤이룽장성 매관매직 시장의 도매상에 비유했다. 승진 등 인사 혜택을 위해 돈을 건넨 이들은 성 인민대표대회 부주임, 성 감찰원 원장, 성 당위비서장, 성 인사청장, 성 최고법원 원장, 부성장 등 성급 최고위직 관료 37명과 산하 13개시 가운데 9개시의 수장 10여명에 이르렀다. 한이 받은 뇌물액은 1000만 위안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그녀의 두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여동생도 수뢰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올봄부터 부패 관료들이 한 명씩 차례로 재판에 회부되기 시작했다. 3월24일 마더는 첫 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마더의 국선변호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미 마음을 비우고 사형을 각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할 말 잃은 ‘매관매직 스캔들’
이로써 ‘헤이룽장성 스캔들’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구이즈 전담조사반이 구성되어 여죄를 계속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에는 성 선전부장에 대한 조사가 새롭게 시작됐다. 매관매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헤이룽장성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규모의 매관매직이 가능했던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첫째, 낙후된 동북 지역의 경제적 상황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 계획경제의 산물인 전통적인 국유 중공업과 농업이 헤이룽장성의 경제활동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헤이룽장성에서는 당 간부의 권한이 매우 강하다. 상하이 등 연해동부 지역은 시장경제의 발전에 따라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전문성이 요구되면서 당의 재량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헤이룽장성, 특히 사건 발단 지역인 수이허 같은 농촌 지역에서는 당정 간부들이 엄청난 재량권을 갖는다. 자원, 용역, 재정 등이 시장보다는 행정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분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당 위원회가 행정기관을 강하게 지배한다. 또한 지역민들은 자기 지역 간부들을 감시할 수 있는 기구를 갖고 있지 않다. 있다 하더라도 그 기구라는 게 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둘째, 중국 특유의 인사 시스템도 스캔들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중국의 인사 시스템은 중국공산당에 집중되어 있다.

1949년 중국공산당 집권 이후 중국의 인사 원칙은 ‘당이 간부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당 위원회와 당 조직부를 통해 관철된다. 당 위원회와 당 조직부는 조직인사권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어 각급의 당 위원회가 인사 문제와 관련한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당 조직부는 간부 관리에 관한 모든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즉, 당 조직부에서 올린 심사와 추천을 근거로 해 당 위원회에서 주요 당정 간부는 물론 지역 내 주요 사회단체 간부와 국유 집체기업의 경영진까지 선발하는 것이다. 상위의 당 위원회가 하급 단위에서 일하는 간부들에 대한 정책을 모두 결정하는,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구조라 할 수 있다.

분권화 조치 후 ‘간부의 토호화’

더군다나 당 위원회는 ‘이론상’ 모든 인민들의 대표기관인 인민대표회의와 상무위원회 및 권력견제기구인 감찰, 법원도 지배한다. 이에 따라 당 위원회의 서기는 관할 지역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막강 권한’을 갖는 서기가 되기 위한 전투(?)가 치열함은 당연할 터. 이번 스캔들에서도 제1서기의 바로 아래 직위에 있는 부서기들의 집단 부패가 적발됐다. 부서기인 각 지역의 현장(縣長)들은 인사 업무를 관장하는 당 위원회 서기직으로 승진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뿌려댔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인사권 하방(下放) 조치는 지방의 탐관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78년 중공중앙은 중국 개혁개방정책 시행과 더불어 효율적 인사관리를 위해 과거 중앙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던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까지 성의 당 위원회에 넘긴 것이다.

이러한 분권화 조치는 개혁개방 과정에서 나타난 ‘간부의 토호화’와 결합, 성 조직부를 정점으로 한 매관매직망의 형성을 낳았다. 이런 연계망은 서로를 비호하고 엄호해주는, 일종의 후견인-추종자의 관계로까지 발전해 인사부패를 재생산한 것이다.

물론 이런 매관매직이 중국 전역, 혹은 적어도 헤이룽장성과 비슷한 조건을 가진 지역에도 만연돼 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공개추천과 공개선거, 주민 직접선거 등 중국의 각 지역에서 개혁적인 지방간부 선출 방식이 앞다투어 도입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춰보자면 지방간부 인사 문제는 현 중국의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물론 이런 개혁조치 역시 ‘당이 간부를 관리한다’는 원칙 아래에서 시행될 수 있다. 그러나 당이 인사권을 계속 독점하는 한편, 지방이 스스로 정치권력을 효과적으로 주도해나가도록 하는 민주적 제도의 고안은 서로 모순 되는 목표일 수밖에 없다. ‘탈(脫)이념’과 시장개방, 개혁의 시기에 공산당이라는 단일 기치 아래서 거대한 중국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중국의 딜레마를 우리는 바로 여기서 조우하게 된다.



주간동아 2005.06.07 488호 (p58~59)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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