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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술장사’ 이유 있었네

민간과 공동 투자 술 제조회사 적자 행진 … 공무원들에게 할당 명절 때 비싼 술 ‘판매’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수원시 ‘술장사’ 이유 있었네

수원시 ‘술장사’ 이유 있었네
“억지로 구입한 술이 수십 병은 될 겁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A씨는 수년 전부터 추석과 설 명절 때 “술을 사달라”는 공무원들의 부탁에 시달려야 했다. 공무원의 청이다 보니 똑 부러지게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걱정 때문이다.

“수원시가 각 구청 공무원 등을 통해 술을 팔고 있습니다.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술을 공공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회사와 사무실 등에 강매하는 셈이죠.”

수원시가 명절 때마다 관내 건설업자들이나 자영업자들에게 비싼 술을 강매에 가깝게 팔고 있다는 것이다.

강매 논란은 명절 때마다 수원시가 대대적인 ‘술장사’에 나서면서 불거진 일로,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속속 등장한 ‘제3 섹터’(지방자치단체가 50% 미만의 지분을 갖고 민간과 공동출자 설립한 법인)의 어두운 현주소를 보여준다.



수원시는 왜 술장사로 분주할까. 수원시는 1999년에 세워진 술 만드는 회사 ㈜효원에 출자했다(지분 42%). ㈜효원은 수원시의 ‘기획’으로 꾸려진 회사로 고품격 술을 통해 수원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취지로 ‘불휘’(사진)라는 술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불휘’는 동충하초와 홍삼, 오디, 구기자, 복분자 등 몸에 좋은 12가지 약제로 제조해 건강에 좋고 숙취현상이 없으며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억제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불휘’는 뿌리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우리 기술과 우리 산천의 한약재의 효능을 근간으로 하여 건강의 뿌리를 지켜준다는 의미”라는 게 수원시의 설명.

‘탁월한 기능’을 가졌다는 ‘불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그러나 막연한 ‘성공 예감’과 달리 차가웠다. 술장사로 홍보 효과도 누리고 돈도 벌겠다던 수원시의 ‘야심작’이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시장에선 3만3000원에서 55만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이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무원들의 권유로 술을 구입한 이들이 반발하는 것도 높은 가격 때문이다.

‘제3 섹터’ 타 지자체도 골머리

술 팔아 보탬을 준다던 ㈜효원은 2003년 쥐꼬리만한(400여만원) 흑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손해를 봐왔다. 경영도 제대로 못하면서 외상만 깔아놓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5억여원이 미수금으로 집계돼 있기 때문(지난해 10월 현재). 3500원대의 ‘불휘’를 출시해 대중술 시장을 새로 공략한다는 고육책까지 나왔다.

이렇듯 경영이 어렵다 보니 수원시가 술장사에 분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원시는 공무원들에게 ‘할당’을 하기도 했다. 수원시의 한 관계자는 “‘불휘’가 출시되고 한동안은 저변을 확대한다는 이유로 명절 때마다 공무원들에게 목표량을 제시하고 술 구입을 권유하게 했다”고 했다. 공무원직장협의회의 반발로 최근엔 ‘할당’은 없어졌다고 한다.

강매가 일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수원시 측은 “명절 특판은 원칙적으로 공무원에게 할인 가격으로 ‘불휘’를 판매하는 것으로, 시민들에게도 판매는 하지만 강매는 없다”면서 “일부 구청에서 업자들에게 구입을 권한다는 얘기가 들어와 하지 말라고 통보했으며, 일부 구입 권유는 홍보를 열심히 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불휘’ 같은 골칫거리를 끌어안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수원시 외에도 적지 않다. 사실 ‘불휘’는 다른 법인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상황이 나은 편. 감사원에 따르면 38개의 지자체 출연 법인(제3 섹터) 중 27개 법인이 주류 제조, 먹는 샘물 제조 등 민간이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는 분야에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타당성 검토도 없이 뛰어들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자본금 규모가 총 7256억원에 이르는 제3 섹터 38개 법인에 지자체가 혈세로 출자한 돈은 2712억원으로, 영업 부진으로 날린 혈세는 출자금액의 51.2%인 1389억원에 이른다.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출자 목표를 이루기는커녕 혈세만 까먹고 있는 것이다. ‘불휘’처럼 민간과의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지자체가 무턱대고 진출할 수 없도록 타당성 검토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간동아 2005.03.01 474호 (p45~45)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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