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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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 있어도 척추수술 ‘말끔’

기존 척추관협착 수술 두 부분으로 분리 … 2시간 시술, 감염 우려 적어 환자들 ‘대만족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2-18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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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고 병 있어도 척추수술 ‘말끔’

    환자의 척추 전후좌우를 모두 볼 수 있는 C-Arm을 이용해 척추관협착증을 무수혈 수술로 치료하고 있는 대전 세우리병원 정호 원장.

    “저에게 새 삶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대전 서구 둔산동에 자리잡은 세우리병원. 한 노부부가 정호 원장에게 코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몸을 숙여 연신 인사를 한다. 정 원장이 이들에게 인사를 받는 이유는 지난 20여년 동안 척추관협착증(Tips1 참조) 때문에 고생해온 남편 유모씨(70·충남 청양군, 농사)의 고민을 단 한 번의 수술로 말끔히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척추신경이 척추뼈에 눌려 다리가 마비되고 온몸에 통증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다른 병원들은 유씨의 수술을 거부했다. 서울에 있는 국내 최고라는 대학병원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하나같이 “수술받다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성공하더라도 앉은뱅이가 돼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들 병원이 수술을 거부한 이유는 유씨가 워낙 노쇠하고 당뇨 등 전신질환까지 있어 전신마취한 상태에서 6~8시간 걸리는 대수술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결국 유씨는 수술을 포기했고, 그의 다리는 나무젓가락처럼 말라갔다. 발에도 마비가 찾아와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 유씨는 “농사꾼이 농사도 못 짓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자살할 결심까지 했다. 이런 유씨에게 수술을 권한 의사가 바로 세우리병원 정 원장이었다.

    부분마취 수혈받을 필요 없어

    2004년 12월31일 걸을 수가 없어 세우리병원에 업혀 들어온 유씨는 2시간여에 걸친 수술을 받고 난 뒤 바로 다음날부터 걷기 시작했다. 물론 통증도 말끔히 사라졌다. 유씨로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현실. 그 후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은 다리의 저린 증세가 사라지고 시퍼렇게 죽어 있던 발 색깔도 원상태로 돌아오면서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유씨와 그의 아내가 수술 후에도 정기적으로 정 원장을 찾아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병원들은 모두 불가능하다고 한 수술을 정 원장은 왜 가능하다고 했을까. 수술의 비밀은 그가 새롭게 개발한 ‘무수혈 수술법’에 있다. 전신마취한 상태에서 5~6개 유니트의 혈액을 수혈받으며 4~7시간씩 계속되던 대수술을 부분마취 상태에서 수혈받을 필요 없이 2시간 남짓이면 모두 끝낼 수 있게 바꿔놓은 것이다. 기존의 수술은 노인이나 당뇨병·고혈압 등 전신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엄청난 위험이 따랐다. 그런데 정 원장이 개발한 무수혈 수술법의 등장으로 그런 수술이 안전하고 간단한 수술로 변모하게 된 셈.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탈출증은 내시경이나 현미경 수술을 통해 수혈하지 않고 수술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되어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척추관협착증과 척추전방전위증(Tips2 참조)과 같이 신경다발이 척추뼈의 변성이나 다른 요인에 의해 압박을 받아 일어나는 질환은 아직 무수혈 수술법이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워낙 대수술이다 보니 노인이나 다른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수술받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죠.” 정 원장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해 기존의 수술을 개량하기 시작한 것이다.

    늙고 병 있어도 척추수술 ‘말끔’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는 정 원장.

    통증 잡고 허리 쭈~욱 새 삶 찾아

    기존의 수술법인 척추경 나사못 고정술은 시술 부위를 15~20cm 절개한 뒤, 엉켜 있거나 척추뼈에 눌려 있는 신경다발을 풀고 압박 부위를 넓게 한 다음 척추뼈를 정상 상태로 고정시키기 위해 척추뼈 뒤에 붙어 있는 척추경과 척추뼈를 티타늄 재질의 봉과 나사못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한 뒤 봉합수술을 하는 것이다. 나사못이 영구적인 고정물이 아니므로 엉덩이뼈에서 뼈를 떼내 이곳에 붙이면 반영구적이 되는데, 이 경우 수술 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절개 부위를 열어둔 상태에서 이 모든 작업을 하다 보니 4~7시간이 걸리고, 수술하는 동안 피가 멈추지 않기 때문에 계속 수혈을 해야 하며, 그런 만큼 각종 감염의 우려도 높다. 특히 나사못을 잘못 박아 신경근육이나 척수를 건드려 발생하는 합병증은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고령자나 심혈관계 혹은 내과계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수술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문제는 척추관협착증이나 척추전방전위증과 같은 질환이 노인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고, 이들은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 때문에 노인들에겐 수술이 ‘그림의 떡’이었던 게 현실이고, 대부분 걷기를 포기하고 앉은뱅이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늙고 병 있어도 척추수술 ‘말끔’

    대전 세우리병원 환자 대기실.

    정 원장은 이런 복잡하고 긴 시간을 요구하는 기존 수술을 크게 두 부분으로 분리함으로써 수술시간을 대폭 줄이고 수술을 간편하게 했다. 정 원장의 무수혈 수술법은 나사못과 봉을 척추뼈에 고정시키는 수술을 먼저 한 뒤 신경의 압박을 풀고, 좁아진 공간을 넓히는 절개 수술을 따로 한다.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작업은 먼저 피부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하는데, 이때는 정확한 위치 확인을 위해 실시간 엑스레이(X-ray)인 C-Arm을 사용한다. 이 기계는 환자의 전후좌우를 자유자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나사를 박으면서 일어날 수 있는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한다. 마취는 구멍을 뚫는 부위에만 하며 수술시간은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 다음은 압박받는 신경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수술로, 수술 방법은 기존 수술과 비슷하지만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기존 수술보다 수술시간이 50~70%까지(평균 2시간 정도) 단축되며, 피가 조금밖에 나지 않으니 수혈도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정 원장은 “협착 정도가 가벼운 환자는 부위 마취한 상태에서 수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늙고 병 있어도 척추수술 ‘말끔’
    수술시간이 짧아지고 수술이 간편해지면서 그동안 여러 이유로 인해 수술받지 못했던 척추관협착증과 척추전방전위증 환자들이 새 삶을 살고 있다. 평소 갑상샘(갑상선)과 신장, 심장에 이상이 생겨 치료를 받고 있는 까닭에 3년 동안 수술받지 못하고 있던 정모씨(62·충북 옥천)는 최근 세우리병원을 찾아 무수혈 수술을 받고 정상생활이 가능해졌다. 2시간여의 수술을 받은 뒤 허리통증과 다리의 저리고 시린 증상이 모두 사라졌고, 걷기 힘들 정도의 통증도 말끔히 없어졌다.

    추간판탈출증 부분에 대해서도 내시경 또는 현미경을 이용한 무수혈 수술의 대가로 알려진 정 원장은 “무수혈 수술은 척추관협착증과 척추전방전위증 외에도, 개념은 조금 다르지만 후방절제술을 해야 하는 환자에게도 적용된다”며 “척추뼈 후방에 있는 뼈를 제거하지 않고도 수술할 수 있는 수술법을 개발해 국내 최초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Tips1. 척추관협착증

    척추신경을 뒤쪽에서 둘러싸고 있는 척추관절과 앞쪽에서 둘러싸고 있는 척추디스크가 노화 등의 이유로 서서히 변형돼 척추 사이의 신경이 지나가는 구멍이나 척추뼈 속에 있는 신경 구멍을 좁게 하는 현상.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지다 보니 다리로 가는 각종 신경다발이 압박을 받아 통증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환자는 요통과 함께 엉덩이와 다리의 감각 이상현상을 호소하고, 근력이 약화되면서 오래 걸으면 엄청난 통증이 뒤따른다. 좀 쉬면 괜찮아지고 걸으면 다시 아픈 증상이 반복되는 게 특징. 심해지면 다리에 마비가 올 수도 있다.

    Tips2. 척추전방전위증

    척추관협착증을 일으키는 한 원인. 척추뼈가 아래 뼈 앞으로 미끄러지며 튀어나오는 현상으로, 다리 운동에 대한 신경장애가 나타나면서 척추관협착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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