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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 앙코르 ‘2004 연극열전’

재미와 감동의 ‘3幕 3色’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재미와 감동의 ‘3幕 3色’

재미와 감동의 ‘3幕 3色’

판타스틱

연극열전은 끝났지만, 연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진행된 ‘2004 연극열전’ 프로젝트의 흥행작들이 잇따라 앙코르 공연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연극에 관한 한 냉정하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우리 관객들의 입맛을 만족시켰으니, ‘작품성’과 ‘재미’는 이미 검증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셈. 새해 괜찮은 공연 한 편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실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월27일까지 서울 대학로 ‘시어터 일’(옛 동숭씨네마텍)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판타스틱스’(원제 The Fantasticks)는 ‘연극열전’ 당시 평균 객석점유율 93.1%를 기록한 화제작. 달빛 아래 울려 퍼지는 낭만적 뮤지컬 넘버들과 아기자기한 연출이 관객을 청년 시절의 추억으로 이끄는 작품이다.

부모의 반대가 없었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그렇게 뜨거웠을까, 변학도가 훼방을 놓지 않았더라도 성춘향과 이몽룡은 끝내 결혼했을까 따위의,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보았을 법한 상상이 이 뮤지컬의 출발점.

이웃에 사는 오랜 친구 둘이 서로의 딸,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집 사이에 높은 담을 쌓고 원수인 체 행세하는 것으로 이 작품은 시작된다. ‘하지 말라고 하면 기어이 하고야 마는’ 젊은이들의 ‘청개구리 정신’을 역이용한 이 귀여운 계략은 일단 성공하는 듯하다. 자신들이 부모의 ‘공작’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두 주인공 마트와 루이자는, 매일 밤 벽 너머에서 사랑을 속삭이며 자신들을 짓누르는 ‘낭만적 고난’에 열정적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 우스꽝스러운 사랑놀음 사이로 “만약 내 딸년이 젊은 놈을 끌고 와서 ‘아버지, 이 사람하고 결혼하겠어요’ 하고 말할 때, 내가 ‘그놈하고는 안 돼’ 하면 난 사위를 얻지요” 같은 재치 넘치는 뮤지컬 넘버들이 흘러 객석을 폭소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은은한 초승달빛 아래서 펼쳐진 이들의 사랑이 비밀과 낭만마저 모두 ‘까발려버리는’ 태양 아래서도 지속될 리 없다.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달빛처럼, 환상도 사랑도 청춘도 영원하지 않다. 그 뒤에 찾아오는 건 ‘현실’. 그래서 이 작품은 현재 사랑을 나누는 이들이 아니라, 가슴 설레던 열여덟 스물 시절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가서는 청춘의 송가(頌歌)가 된다. 홍콩가수 리밍(黎明·여명)과 우리나라의 성시경 등이 불러 널리 알려진 노래 ‘기억해보세요(Try to remember)’가 실은 이 작품의 주제곡인 것도 이 때문이다.



등장 시간이 짧음에도 제대로 된 슬랩스틱 코미디를 구사하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인디언 역의 서현철·이현철, 안정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두 아버지 역의 한성식·권유진 등 배우들의 열연도 볼거리다. 문의 02-762-0010

재미와 감동의 ‘3幕 3色’

청춘예찬

대학로 ‘블랙박스씨어터’(옛 바탕골소극장)에서는 1월4일부터 ‘연극열전’ 객석점유율 94.4%를 기록한 ‘청춘예찬’이 공연 되고 있다. 비루한 삶에 휘말려 허우적대는 삼류 인생들의 작은 희망을 따뜻하게 감싸안으며 1999년 초연 이후 각종 연극상을 수상했던 작품.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술을 마시고, 서로 욕하며, 발작을 일으키다 끝내 주저앉지만 천장에 야광별을 붙이면서 새로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희망’만은 결코 놓지 않는다. ‘연극열전’ 당시 두 주연 배우 김영민과 고수희의 이름을 딴 ‘영민예찬’ ‘수희예찬’이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청년과 레지 역을 맡은 주인공들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도 두 배우는 무대에서 마니아 관객들을 맞는다. ‘청년’ 역에 김동현, 김영필, ‘레지’ 역에는 오근영이 새로 캐스팅돼 기존의 배우들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2월27일까지. 문의 02-762-0010

재미와 감동의 ‘3幕 3色’

관객모독

‘연극열전’ 기간에 평균 객석점유율 97.9%를 기록한 ‘관객모독’도 24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독일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원작을 한국식으로 각색한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관객을 ‘모독’하는 연극. 객석에 물을 뿌리는 것은 기본이고, 욕설도 난무한다. 1978년 서울 신촌의 ‘76소극장’에서 초연된 뒤부터 도발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려는 관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던 작품. ‘연극열전’ 공연 당시에는 인터넷으로 ‘관객모독에서 듣고 싶은 욕설’을 공모해 ‘차떼기’ 등 현실을 풍자하는 대사를 넣었고 객석에 소금을 뿌려 젊은이들을 자극하는 방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관객과 배우가 ‘함께 노는’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장점.

이번에는 대학로에서 공연한 ‘연극열전’ 때와 달리 강남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매주 월요일 오후 공연을 하지 않는 대학로 시스템을 버렸다. 직장인 관객이 많은 지역의 특성에 따르기 위해 월요일 저녁에 공연을 하는 대신 일요일을 쉬는 것. 금요일, 토요일에는 오후 10시 심야공연도 한다. 주진모 전수환 이지현 방승구 등 출연. 2월26일까지. 문의 02-6000-6790



주간동아 2005.01.25 470호 (p80~81)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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