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0

2005.01.25

특수상대성이론을 못 느낀다고?

아인슈타인 획기적 발견 100주년 … 움직이는 물체 시간과 길이 변화 너무 미미하기 때문

  •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pobye2002@yahoo.co.kr

    입력2005-01-20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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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05년을 물리학자들은 ‘기적의 해’라고 부르곤 한다. 혜성과 같이 나타난 더벅머리 청년이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력학에 대하여’(6월)라는 제목의 짤막한 논문을 비롯해 ‘브라운 운동과 원자론’(3월) ‘광전효과’(5월)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성’(10월) 등의 내용을 담은 4편의 논문을 토하듯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 논문 하나하나는 20세기 물리학의 중요 화두로 등장했으며, 원자폭탄과 반도체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과학자 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 해낼까 말까 한 연구 업적을 그는 단 한 해 동안 네 개나 일궈낸 것이다. 청년의 이름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거의 모든 학자들이 20세기 최고의 과학자이자 천재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인물이다.

    특히 1905년 봄에 집중된 이들 논문 가운데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력학에 대하여’란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며, 우리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시간과 공간이 사실은 상대적이다”고 주장함으로써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다시 말해 ‘특수상대성이론’을 탄생시킨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으로 악명 높은데, 이는 이 이론이 인간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한때 세상에서 단 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논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악평에도 물리학자들은 특수상대성이론 자체는 아주 간단하고 아름답다고 칭송하고 있다.

    실제 특수상대성이론은 ‘모든 관측자에 대해 빛이 일정한 속력으로 진행한다’는 것과 ‘자연법칙은 일정한 상대속도를 가지는 모든 관측자에 대해 불변인 형식을 가진다’는 두 가지 기본 가정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 기본 가정은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성이론은 모든 관성계에서 물리법칙은 동일해야 한다는 매우 절대적인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다.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이 이론이 ‘절대성이론’으로 불리기를 원했다는 뒷얘기도 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백미는 기존 뉴턴역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던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깨뜨리는 부분. 특수상대성이론의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력으로 움직일 때 일어난다는 ‘시간 연장’과 ‘길이 수축’ 현상이다. 이 현상을 그나마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이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의 기차여행 모델이다.

    뉴턴 절대성 깬 ‘시간 연장’과 ‘길이 수축’ 현상

    러셀은 ‘상대성의 ABC’라는 책에서 독자들에게 길이가 100m인 기차가 빛의 속도의 60%로 움직이는 것을 상상해보도록 했다. 그 순간 아마도 플랫폼에 서 있는 승객은 기차의 길이가 80m로 줄어든 것처럼 볼 것이다. 또한 객실의 승객들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은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왜곡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러셀은 이런 현상이 단순한 착시현상이 아니고, 바로 움직이는 물체와 상대적인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나타나는 물리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아인슈타인의 설명대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과 길이가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빛의 속도가 언제나 일정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도대체 빛의 속도가 일정한 것과 시·공간이 변하는 게 무슨 상관일까. 이는 움직이는 두 우주선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두 대의 우주선 A, B가 있다고 하자. 이 우주선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A우주선에서 철수가 레이저를 천장에 수직으로 쏘아 반사시키는 장난을 했다. 마침 지나가는 우주선 B의 승무원이 이를 창문을 통해 봤다면 어떤 현상을 목격했을까. 분명 그는 천장에 반사된 레이저 빛이 ‘ㅅ’자의 형태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천장에 수직으로 올라갔다 떨어진 경우보다 ‘ㅅ’자의 형태를 그리는 경우에 빛의 이동거리가 더 길다. 즉 빛은 어떤 경우에든 속도가 같으므로, 철수의 우주선에서 흐른 시간과 바깥에 있는 사람의 시간이 다르게 관측된 것이다.

    우주의 발생과 진화 이해 중요한 단서 제공

    결국 B우주선에서 보면 A우주선 안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 것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사람마다 시간이 다르게 흐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니, 이 얼마나 엄청난 주장인가. 더군다나 아인슈타인은 이 복잡한 현상을 수학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면 특수상대성이론은 논문에나 등장하는 페이퍼 이론이나 숫자놀음일 뿐일까. 그러나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상대성이론은 바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만약 어떤 남자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콩코드 비행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면, 그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경우보다 아주 조금 젊어진다. 그가 비행기에 있는 동안에는 시간이 느리게 흘렀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 시간은 수십억분의 1초로, 찰나에 불과해서 도저히 알아챌 수 없는 수준이다.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과 길이가 바뀐다는 사실은 실험적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시속 160km로 공을 던졌을 때 그 공이 플랫폼을 지나는 순간에 0.000000000002그램만큼 질량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 이처럼 상대성 이론은 이미 실험적으로 모두 증명됐다. 다만 우리 일상생활의 속도로는 변화가 너무나 미미해서 무시할 뿐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중요한 것은 그 이론이 뉴턴역학을 뛰어넘어 현대 물리학의 초석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의 상대성이론의 등장으로 물리학자들은 삼라만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대통일장이론을 꿈꾸게 됐다. 이화여대 물리학과의 이공주복 교수는 “특수상대성이론으로 물리학은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됐다. 빛의 속도는 언제나 일정하다는 그의 간단한 이론은 우주의 발생과 진화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아인슈타인. 이미 50년 전에 세상을 뜬 이 천재 물리학자가 남긴 것은 너무나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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