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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지털 시대, 공짜가 능사 아니다

  • 유 재 현 / 소설가 hyoooo@hanmail.net

디지털 시대, 공짜가 능사 아니다

  •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무단으로 복제되고 있고, 엄혹한 단속과 송사에도 MP3는
  • 폭넓게 비용 없이 유통되고 있다. 물론 영화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와 음악, 영화가 전자적으로 상품화되면서 겪은 이런 일들이 이 다음에 등장할 다른 상품에 대해서도 예외일 수가 없다.
디빅(DivX·파일 압축 형식의 하나)은 영화 한 편을 DVD의 4.5GB 이상에서 600~700MB의 작은 디지털 데이터로 압축함으로써, 마침내 영화를 인터넷에서 분방하게 유통할 수 있는 진정한 네트워크형 콘텐츠로 탈바꿈해버렸다. 그 결과 초고속 인터넷의 선두주자인 한국누리꾼(네티즌)들은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DVD에서 추출한(리핑, Ripping) 디빅을 내려받아 감상할 수 있는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국내 DVD와 비디오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며, 극장 관객 1000만 시대와 한국영화 부흥 시대가 도래했는데도 한국 영화산업의 수익성이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는 영화계의 분석도 이와 전혀 관계 없지 않을 것이다.

음반 이어 영화도 복제에 무방비 노출

정보통신 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전자적 상품체계를 그만큼 확대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는 앞으로도 꾸준히 골칫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지금까지 소프트웨어의 무단복제부터 시작해 MP3, 영화 콘텐츠 등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었지만 단 한 번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무단으로 복제되고 있고, 엄혹한 단속과 송사에도 MP3는 폭넓게 비용 없이 유통되고 있다. 물론 영화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와 음악, 영화가 전자적으로 상품화되면서 겪은 이런 일들이 이 다음에 등장할 다른 상품에 대해서도 예외일 수가 없다.

현상은 일면 혼란스럽다. 상품을 대가 없이 유통시키고 소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실현과 확대, 발전은 상품 생산체계의 근본을 위협하는 일종의 테러행위를 용인하는 것이다. 요컨대, 자본주의 발달 과정에서 이처럼 노골적으로 천연덕스럽게 상품의 영혼을 갈취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런 반(反)산업적 테러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대응은 미온적이며, 때로는 회피하고 있다는 느낌까지도 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이 자본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일까?



인터넷 등장 초기, 많은 무정부주의자들은 인터넷이 통제 불가능한 가상공간이라는 점에 많은 기대를 걸었으며, 일부는 인터넷이 사회의 근본을 변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런 기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보인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할리우드 영화 자본이 생산한 상품의 암호를 풀고, 인터넷에서의 유통이 수월하도록 압축시키는 그룹들이 가진 인식의 저변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극적으로는 상품의 통제권을 자본이 아닌 소비자의 편에 둬야 한다는 믿음도 자리잡고 있다. 이들의 신념이 옳건 그르건, 초점은 이런 시도가 궁극적으로 성공을 거둘 것이냐에 모아진다. 이런 시도들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 반대급부로 산업은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음반산업이 MP3의 등장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것처럼 영화산업 역시 디빅의 등장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음반산업과 영화산업의 위기 이면에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시스코로 상징되는 (정보통신)기술 자본의 눈부신 성장과 비대화가 버티고 있다. 인터넷의 세계화와 급속한 발전은 거대한 인프라 시장을 폭발적으로 창출해왔다. 음반과 영화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창출하는 이윤은 그것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문화산업을 희생양으로 기술자본은 지난 20여년간 혁혁한 발전을 이뤄왔던 것이다(MP3 플레이어가 내장된 휴대전화와 디빅의 재생이 가능한 플레이어가 삼성과 LG에서 공히 시판되고 있음을 상기하라). 결론적으로 인터넷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테러는 정작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자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단복제로 세계적 독점력을 장악했던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례에 불과할 뿐이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희생양으로 한 기술자본의 독주는 앞으로의 정보화 사회를 알맹이 없는 껍데기 사회로 만들 것이며, 이는 곧 빅 브라더(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 혹은 그러한 사회체계를 일컫는 말)의 실현을 앞당기는 것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서의 무정부주의적 활동이 더욱 진지하게 담론화해야 할 필요성은 그 때문에 제기된다. 공짜가 능사는 아니다.



주간동아 2004.12.02 462호 (p100~100)

유 재 현 / 소설가 hyoo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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