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2

2004.12.02

사부 누르고 황제 등극한 ‘괴물테란’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11-26 1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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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부 누르고 황제 등극한 ‘괴물테란’
    ‘사부’를 넘어선 황태자의 제관식은 화려했지만 우울했다.

    11월20일, 막을 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리그에서 ‘괴물테란’ 최연성 선수(20·맨 왼쪽)가 ‘황제테란’ 임요환 선수(23)를 누르고 새로운 황제에 등극했다. 대전 무역전시관에 운집한 1만여명의 관중은 사상 최초의 스타리그 3회 우승을 노렸던 임 선수의 패배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새로운 스타에게 환호를 보냈다.

    시상식이 ‘우울한 제관식’으로 불린 까닭은 임 선수와 최 선수의 관계가 세계 바둑계의 황제 자리를 이어간 조훈현과 이창호라는 불세출의 사제관계와 비견되는 특수관계이기 때문. e스포츠계의 상징인 임 선수는 2년 전 재야의 강호인 최 선수를 제자로 받아들이며 프로게이머의 길로 인도해주었다. 같은 프로게임단(SK텔레콤 T1) 소속으로 한방에서 숙식하며 기술을 전수받은 최 선수는 아직도 임 선수를 ‘사부’라고 호칭한다. 바둑계의 조-이 사제가 한 세대 차이라면 이들은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e스포츠계의 세대교체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제자 최연성을 하산시키지 않겠다”고 장담한 임 선수는 “억지로라도 하산하겠다”고 말한 수제자에게 2대 3으로 패하자 눈물을 보여 안타까움을 샀다. “언젠가 만나겠지 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한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 자신이 흘린 눈물에 대해 “더 나은 승부로 보답하겠다”고 해명해 눈길을 모았다.

    스승을 물리치고 대망의 우승컵을 거머쥔 최 선수는 MBC게임 스타리그 3연패와 함께 양대 스타리그 우승을 모두 차지함으로써 국내 최강자, 아니 전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최 선수는 프로에 입문할 기회가 오자 주저없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신의 길에 매진한 전형적인 신세대다. “다음 목표는 프로리그 3라운드에서 팀이 우승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며 새로운 황제로서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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