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2

2004.12.02

‘한국 센돌’에 무너진 ‘중국 구리’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4-11-26 1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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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센돌’에 무너진 ‘중국 구리’
    이창호가 없는 자리엔 이세돌이 있었다.

    ‘비금도의 센돌’ 이세돌 9단이 중국의 구리(古力) 7단을 2대 1로 물리치고 삼성화재배 결승에 올랐다. 12월7일부터 열릴 결승 5번기의 상대는, 저우허양(周鶴洋) 9단을 2대 0으로 꺾고 올라온 중국의 신예기사 왕시(王檄) 5단. 조치훈 9단과 송태곤 7단을 연파하고 올라온 다크호스다.

    4강에 3명을 올려보낸 데다, 번번이 우승을 가로막았던 이창호 9단과 조훈현 9단이 일찌감치 탈락한 상태라 어느 때보다 우승 가능성을 점쳤던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초조해하는 기색이다. 준결승에서 구리 7단이 이세돌 9단을 잡아준다면 우승이 확실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더군다나 구리 7단은 실질적인 중국 일인자였고 지금까지 3번기 대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은 전력을 자랑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왜 이세돌 9단이 이창호 9단을 위협하고 있는 가장 무서운 기사인지를 여실히 입증한 대결이었다.

    절체절명의 한판이란 생각 때문이었는지 이세돌 9단은 점심도 거른 채 대국장에 꼼짝 않고 앉아 수읽기를 하는 승부욕을 보였다. 백1로 우상귀 쫔를 움직인 장면. 승부수다. 우상변이 모두 흑집으로 들어가서는 계가를 맞출 수 없다. 그러나 좌상변 백대마 또한 미생이다. 흑2부터 이세돌 9단의 응대는 추상같기만 하다. 백3은 도리가 없다. 손 빼면 의 흑2가 있다. 흑6에 백7도 어쩔 수 없고 흑8에 우상귀가 앉아서 죽을 순 없으므로 일단 백9. 그렇지만 흑10으로 넘으니 A의 약점 때문에 백11이 불가피하다. 그래놓고 흑12·14로 마무리 펀치를 날리니 ‘억!’ 소리도 못 내고 죽고 말았다. 백1로 두어봐야 흑2로 그만이다.

    이로써 이세돌 9단은 도요타덴소배(결승 상대 창하오 9단)에 이어 삼성화재배까지 결승에 올라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157수 끝, 흑 불계승.



    ‘한국 센돌’에 무너진 ‘중국 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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